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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live in the kitchen Sep 28. 2023

집주인이 되었다.

하지만 난 사글세 산다.

3년 전, 나는 파스타 집에서 일하고 있었다. 혼자서 모든 일을 해내는 그런 구조의 일이었다.  다만 요리사가 위에서 음식을 해 엘리베이터로 내려다 주었다. 간혹 오더 한 재료들을 배달해 주는 사람들 빼고는 조용한 그런 레스토랑이었다.


 그날도 우유가 왔고, 이것저것 야채들이 배달되었다. 그중 한 분께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하고 간단한 인사만 나누었을 뿐이었다. 그때! 그 배달원은 나에게 친근함을 표시하며 인사를 건네며 대화를 시작했다.


나는 어렴풋 스치듯이 그의 고된 삶을 생각했다. 누군가의 가장으로 모든 짐을 지며 살고 있겠지.. 라며.


"어디서 왔어요?" /  어디서 왔게요?

"인도네시아? 태국? 필리핀? 중국? 일본?/ 아니요. 한국.

"아 참 예쁘게 생겼네. 요새 장사 어때요?" /  아, 제 가게 아니에요. 그냥 여기서 일해요. 너무 조용하네요.


시기가 시기인지라, 막 코비드가 폭풍처럼 왔다 꺼져가는 시기를 보내고 있던 터라, 우리는 조용한 대화를 이어갔다. 한참을 대화하다 보니, 그는 부동산에 진심인 사람이었다. 그는 내 상황을 좀 안타까워했고, 그다음에 만나고, 또 그다음에 만나면서 그는 자기 이야기를 많이 하기 시작했다.


처음엔 미용사업을 했었더라고.

장사가 잘 돼서 상당한 돈을 모았고, 현찰은 잘 모아 세금을 내지 않게 관리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집을 사기 시작했다. 어떤 자극제가 있었을까, 어떤 계기로 그 오래전부터 그는 부동산에, '부'라는 것에 눈을 뜨기 시작했는지 그 과정이 궁금했다. 그는 나에게 부동산에 눈을 뜨길 바라면서 웹사이트에서 좋은 매물을 보여주곤 했다.


사실 그는 엄청난 부동산 부자였다. 하나하나 사 모은, 그리고 지금도 직접 인테리어를 넘어 직접 짓고 있는 것들도 있었고, 심지어 하루 8시간 이상의 배달 일하고 있었다. 그의 시급도 사실 좀 놀라웠다. 그의 일은 무거운 식재료를 배달하는 일이었지만, 사실 그는 남는 시간에 엄청난 프로젝트들에 "몰입" 하고 있었다.


일단 그의 충고와 집을 보는 안목들이 일관성이 있고, 진심이라고 느끼게 했다. 나는 점점 그의 말을 믿고 있었다. 이것이 안전한가 하고 불안해하기도 했는데, 그것이 진짜 인지 아닌지, 알 수도 없는데도 나는 그를 믿고 있었다. 어느 순간 심적으로 굉장히 의지하고 있었다. 나는 그를 멘토라 불렀고, 우린 수 없이 많은 메시지를 주고받았다. 그의 조언은 하나하나 나에게 소중했다.


사실, 그가 진짜 부동산 부자인지, 내 거를 도와주다 내가 해결이 안 되면 법적으로 합법하게 가져갈 사기꾼인지는 알 수가 없다. 다만 그는 진정으로 내가 부동산에 눈뜨기를 기대했다. 그리고 하나하나 가르쳐 주기를 원했다. 내 남자친구의 존재를 알기 전까지. 사실 그 이후에도 팁을 주었고, 실제로 남자친구와 통화하며 인사도 하긴 했지만, 자기가 부동산 부자라고 알려지면 원하지 않는 사람들이 친해지려 한다며 부담스러워했다.


우리가 경매로 집을 보러 갔던 날. 우리는 경쟁에서 떨어졌다. 낡은 집하나를 두고 경쟁하는 내 모습이 제삼자의 모습으로 느껴지며 어이가 없어졌다. 경쟁은 가격을 부풀렸고, 나는 중간에 포기했다. 가격을 부르는 남자친구의 손을 붙들고 포기의사를 밝혔다. 우리의 사그러듬을 보자, 다른 경쟁자들도 꼬리를 내리기 시작했다. 모든 게 끝나고 보니, 포기도 하나의 지혜라 여겨졌다.  그 집을 쟁취한 할아버지는 자기가 부른 가격이 아니라고 까지 하며 발뺌했다. 그리곤 깜짝 놀라며 어안 벙벙한 모습으로 계약서 앞에 앉아 우리를 보고 있었다. 나도 나가면서 왜 저 아저씨는 저 낡은 집의 가격을 예상가보다 1억이나 올리나 궁금해하며 쳐다보았다.


그다음 집을 보러 가서는 부동산 업자와의 좋은 관계로 우리는 그 집을 살 수 있었고, 2주 만에 모든 서류정리를 마치려고 했다. 사실 그렇게 빨리 계약을 완성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집에 하자가 없는지, 전문가를 부르고 와달라 요청을 하고, 또 가격이 적당한지 등등 많은 법적 문제를 따져야 했다. 그러기엔 또 시간이 오래 걸렸다. 우리는 내 멘토 아저씨의 말에 따라, (아저씨가 보니, 그런 집은 문제가 없을 집이라고, 시간 끌지 말고 사도 된다)는 허락하에 우리는 진행하기로 했다.


그런데 어느 날, 한 개발 업자가 부동산을 통해 연락해 왔다. 삼천만 원을 줄 테니, 이 계약건에서 물러나 달라고. 그는 집주인에게 더 많은 돈을 줄 것을 약속했다.


나는 당장 멘토 아저씨에게 전화했다. 나의 멘토 아저씨는 "절대 바보 같은 짓 하지 말라!"라고 당부했다.


시간이 없었다. 남자친구는 일하다 그냥 은행에 가야 한다고 나오라고 했다. 나는 이해가 안 갔지만 전날 사장님과 직원들과 먹은 술로, 토를 하며 머리가 아파오기 시작해, 다른 직원을 부르고 계산을 해보니 오늘밖에 시간이 없어 남자친구를 급히 불러 은행에 가서 계약을 완료했다.

기적이었다. 그냥 해야 할 일의 시간이 난 오늘밖에 없었는데 사장님이 거하게 쏜 회식자리 때문에 나는 아팠고, 그 아픔으로 조퇴가 가능했으며, 우리는 엄청난 뒤탈을 감당치 않고 계약을 완료할 수 있었다. 신기하게도 은행에 갔을 땐, 몸 상태가 많이 낳아있었다. 정말 신기한 일이었다.

이건 그냥, 내 꿈의 집 ㅠ_ㅠ


3년전, 나도 집을 한채 갖게 되었다.

하지만, 그다지 기쁘지는 않았다. 나는 여전히 사글세로 살고 있고, 나의 삶의 질은 나아지지 않았다.

남들이 다 집 한 채 있을 때라 특별 하지도 않고, 나는 옷을 한벌 살 때의 기쁨이 더 크지 않나 생각했다. 나에게 봄은 언제 올런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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