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했던 호텔
몇 년 전, 크리스마스 기념일 때였던가..
가볍게 차와 함께 하이티를 하러 왔던 소피텔.
사실 이곳은 내 일터 이기도 했다.
이곳에서 일 년간 야망을 갖고 시작했다가 실망으로 끝났던 내 직장이기도 했다.
모든 객실의 위치를 기억할 만큼 수없이 객실을 드나들었고, 정신없이 바쁜 아침식사에 목청 높여 손님들을 환영을 해댔던 내 직장이었다. 아름다운 저녁시간에는 더 없는 아름다움에 압도되어 내 일이 즐겁기까지 했던, 내 땀내가 그대로 배어 있는 그런 곳이었다.
많은 중요한 국빈들이 다녀갔던, 그 화려한 호텔에 있다.
문을 열고 나서면 보이는 정박된 요트들이 즐비한 이곳이 눈부시다..
그 아름다움의 눈부심이 눈물이 되어 나올 거 같은 내가 사랑하는 장소다..
내 아주 가까운 사람의 아이가 삶을 마감했다는 충격적인 소식을 듣게 되었다..
한참 동안 내 뇌리에서 떠나지 못했던 답변 없는 질문을 계속 던지며..
'왜...?'
20대를 마지막에 두고 세상을 등질 수밖에 없었던 그 아이를 생각하며, 믿을 수 없는 사실에
그와도 너무나 대조적으로 아름다운 세상이, 내 눈에 비친 그 눈부신 세상이 그녀에게 다 미안해졌다..
나는 꽤 오랫동안 들을 수 없는 수없이 반복된 질문을 스스로 해대면서
아무렇지 않은 척 행동했다.
누군가는 내가 일을 하면서 무언가를 생각하고 있다는 걸 많이 느꼈다고 한다..
아무렇지 않은 척 행동했지만, 그렇지 않았던 거다.
사실, 어떤 '-척하는 것은 내 것이 아니다.
난 그렇게 처세에 능숙하지 못해서 손해 보는 사람이다.
하지만, 이번엔 그렇게 해보고 싶었다.
아무에게도 말 못 할 그런 말이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