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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live in the kitchen Oct 31. 2018

Langham Hotel

하이티 - 우리들의 추억: 쉐프가 됐던 이유

새 집으로 급하게 이사하게 되어 만나게 된 아이에게 이름이 뭐냐고 물었다.

"자니.."라고 말하며 자신을 소개하는 아이가 참 사랑스럽다 느껴졌다. 19살이라던 아이..


제니라는 발음처럼 입안에 착 붙는 이름은 아니지만 왠지 어울리는 이름이다.

학교 숙제 유인물을 앞에다 두고 한숨을 쉬던 아이, 핫초코를 입에 달고 살던 그녀

집앞에 있는 학교를 가려고 대충 가방을 둘러메고 길을 건너다 말고

내가 있는 창을 향해 손흘들던 그 빼빼한 긴 머리 아이가 21번째 생일을 맞았다.


자니의 21번째 생일이었다.

쫄쫄 굶는 아이를 보며, 가끔 떡볶이도 해주고 볶음밥도 해주고

내 김치를 먹으랬더니, 생각보다 많이 먹어서 당황했던 일, K-POP, 이민호를 아는 그녀.


많은걸 해준건 아니었지만, 그렇게 한국 음식을 해먹이며 어느덧 성인이 되었다.


그녀의 지름신이 강림하였던 몇백 불짜리 드레스는... 정말 아름다웠다.

나랑은 사실 친구가 되기 힘든 어린 친구이지만, 그녀의 사랑스러움은 그녀 곁에 머물게 만들었다.






그녀의 남자 친구의 진심어린 고백이 날 웃게 만들었다.


'자니야, 널 너무 사랑해.. 근데 너는 너무 비싸. 그것만 빼면 널 너무 사랑해.

너랑 사귀려면 내 일하는 거 말고도 싸이드로 우버 기사를 해야 할 거 같아.

사랑해.. 너무 비싼 너지만, 사랑해' 라던, 너무 공감한 나머지 한바탕 웃고 말았다.


그 똑똑한 젊은 청년에게 '우버 기사'라는 현실이 너무 대조적이라 웃겼고,

무언가가 너무 비싸기엔 충분히 부유한 그에게도 그녀가 버겁다는 사실이 나를 웃게 했다.

우리 모두는 갖고 있는 것들의 차이가 있을지라도,

모두에게 돈의 가치가 버겁고 부담스럽다는 공통점을 있던걸 잊고 있었다.


그렇다. 그녀는 비쌌다.

한 달 내내 번 돈으로 화려한 파티를 해내는 20대 초반의 아가씨라는 시간 부자였기에

시간은 결국 돈 이기에, 가능한 절약하려는 나에게도 가끔은 버거웠다. 하지만 덕분에 또 행복했다.

내가 해낼 수 없는 담대함이 이 꼬마 아가씨에겐 있었기에.. 황홀한 이벤트에 초대되었다.


지금은 없어진, 이 호텔...

우리는 두고두고 기억한다. 진심 즐거웠던 그때를..

여자 넷이서 접시가 깨질 듯이 즐거웠던 자니의 스물한 번째 생일을..

하이티를 앞에 두고 서로를 위해주던 그때를..


그 행복했던 기억으로 나는 셰프의 길을 걷게 되었다.

사람들을 행복하게 할 수 있는 이 능력이 너무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그 뒤로 2년 만에 은퇴하긴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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