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출근길 지하철역. 가방이 무거워서 지하철을 기다리는 동안 잠시 벤치에 앉았다.
문득 무거운 가방이 내 마음 같아서 바라본다.
요 며칠 감기로 미열이 나는 둘째 아이를 약을 먹여서 어린이집을 보내 마음 한편이 불안했고, 곧 다가올 여름 방학에 혼자 집에 있게 될 큰아이가 신경 쓰여서 맘이 무겁던 차이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변수가 참 많이 생기고 그때마다 그 변수를 메꾸어줄 마땅한 대안이 없어서 마음이 불안하다.
연차를 쉽게 쓸 수 없는 남편, 그로 인해 경력은 포기하고 쉽게 그만둘 수 있는 직업을 갖고 사는 나.
언제든 그만두겠다는 맘이다 보니 직업에는 오는 만족감과 충만함은 사실 거의 느끼지 못한다.
어제도 아이 방학 얘기를 하다가 남편이 뱉은 그 말.
" 정 안되면 그만둬~"
내가 그만둬도 집이 돌아가는데 감사해야 할지, 이러려고 도서관에 청춘을 받쳤나 싶은 자괴감에 괴로워해야 할지..
오락가락한다.
오늘도 마음속으로 외쳐본다.
"너보다 내가 가방끈이 길다고~~~ 억울해!!!"
(참고로 남편은 학사, 난 석사이다.. 어디 학위 사는 곳은 없나? 있다면 팔고 싶다. 나라에서 준 교사자격증이랑 같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