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럽지 않은, 그런 오늘이 되었으면 좋겠다
회사 메일로 공지가 떴다. 연말 부서 회식을 한다며 여러 장소 중에 한 곳과 회식 가능한 날짜를 고르란다. 우리 회사는 그나마 다행이다. 어느 회사는 일방적으로 날짜와 장소를 정한다던데. 친절한 배려가 고맙다. 하지만 나는 참석을 하지 못할 것 같아 참석이 힘들다는 메일을 보냈다. 그러고 보니 우리 팀 대부분의 사람들도 참석을 못할 것 같다. 이번 달에 중요한 프로젝트를 마무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평소라면 그러지 않았겠지만 사실 공지 메일을 보았을 때 참석을 하고 안 하고를 떠나 회식이 마음에 내키지 않았다. 요즘 뉴스를 보면 마음 한구석부터 나도 모르게 울컥하며 올라오는 심란함이 건공 중에 둥둥 떠다니기 때문이다. 한 치 앞도 볼 수 없고 내일의 일을 알 수 없는 것이 우리들의 삶이라 하지만, 그동안 마주했던 내일이 너무도 터무니없는 세상 속에서 맞이 했었다는 것에 억울하고 화가 날 뿐이다.
그래서인지 요즘 같은 시국엔 웃으며 즐겁게 술 한잔 기울이기엔 사실 의욕조차 나지 않는다. 먹고 마시는 것도 좋을 때 좋은 것이지 지금 같은 시국엔 목으로 넘어가는 술이 너무 써, 단 한잔도 못 마실 것 같아서 이다. 이런 분위기 때문인지 올해는 전 직장, 학교 동창, 지인들과의 연말 모임이 모두 취소되었다. 공식적인 취소가 아닌 그냥 암묵적으로 하지 않는. 그래도 누구 하나 이유를 묻지 않는다. 모두가 당연히 그러려니 하는 분위기이다. 이처럼 이런지런 분위기 때문 인지 이번 달은 유난히 마음이 복잡하고 분주한 것 같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내게 주어진 일은 해야 하는 것이 우리들의 삶이다. 그렇기에 나와 우리 팀원들은 지난 몇 년간 공들여 진행하던 프로젝트를 마무리하기 위해 남아있는 1 %를 마치려 최선을 다하고 있다. 저녁 시간의 대부분을 야근과 철야로 보냈던 우리들. 그리고 이제 그 1 %를 채우고 나면 뿌듯함과 후련함, 그리고 허무함도 밀려올 것이다. 지난 시간을 뒤돌아 본다면 정말 근사하게라도 그간의 일들을 생각하며 회포를 풀어야 하겠지만 그러한 감정은 잠시 뒤로 미루어야 할 것 같다. 올바른 세상을 만들기 위해 사랑하는 가족과 조용하고 경건히 촛불을 들고 광장에 서거나, 혹은 TV 속 반짝거리는 촛불에 힘을 보태며 마음에서 타고 있는 촛불처럼 뜨거운 마음으로 12월을 보내야 하기 때문이다.
2016년 12월의 오늘.
묵묵히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고, 어쩌면 우리 생에 가장 중요한 순간이 될 수도 있는 오늘. 그런 소중한 오늘 속에서 간절하고 진심 가득한 마음으로 빌어 본다.
먼 훗날 오늘을 회상해 볼 때.
부끄럽지 않을 아름다운 기억만이 떠오르는, 그런 오늘이 되었으면 좋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