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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llein Dec 16. 2016

마음의 자리

4년 만에 한가로움이 찾아왔다.



4년간 진행했던 프로젝트가 끝났다. 평가는 매우 긍정적이었고 분위기도 좋았다. 심사를 마치고 나오는 평가 위원들 한 명 한 명을 배웅하며 지난 4년간의 끝이 현실로 다가옴을 느꼈다. 모든 사람들이 돌아간 후 우리 팀원 모두가 모였지만 수고했다는 말 한마디만 했을 뿐 다음을 이어 갈 수가 없었다. 한마디라도 더 했다면, 아마 눈물이 났을 것이다.



자리에 앉아 멍하니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자니 홀가분함 보단 허무함이 다가왔다. 일이 끝나는 그날은 올까? 우리가 목표로 했던 것들은 이루어 질까? 하며 의구심을 가졌던 지난날의 마음. 누구는 우리의 목표가 공상 과학 영화에서나 볼 법한 것이라며 고개를 갸우뚱했지만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일했던 우리들. 그리고 그 노력의 결과가 오늘 하루로 마감이 되었다.



정리를 하는 팀원들이 보인다. 볶아대던 등살에도 자신이 맡았던 일을 열심히 했던 그들. 시간을 다투는 급박한 문제에 야근과 철야로 밤을 지새웠던 수많은 날들. 그러면서도 "정말 될까?"라는 생각이 들었을 것이지만 내색하지 않고 오늘까지 와주었던 그들. 평가 결과가 좋아서인지 부리나케, 분주하게, 그리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공들여 연구하고 만들었던 것들을 차곡차곡 하나하나 정리하고 있다.



오늘이 오면 정말로 기쁘고 홀가분할 것 같았다. 하지만 당연함도 아닌, 그렇다고 하여 반전이라고도 하 어려운 당황스러운 허무함이 찾아와 마치 아무도 없이 모래만 있는 사막에 있는 것처럼 황망한 기분이다. 후련하고 좋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결코 그렇지가 않았다. 항상 생각하고 항상 고민하고 항상 내가 해야 할 일이라는 의식 속에 때로는 지겨웠고 벗어나고도 싶었지만 그런 방황들 속에서도 내 몸에 자연스레 베여 모든 게 당연한 것이 되어 버렸던 일. 그리고 나 혼자만이 아닌 우리 모두가 했기에 반드시 해내야 했던 일. 그처럼 늘 붙어 다니던 일이 갑자기 사라지니 내 몸에 있던 무엇 하나가 사라져 버린 느낌이다.



늘 벗어나고 싶을 만큼 부담스러웠던 일도 사라지면 마음이 이토록 쓸쓸한데, 늘 나의 곁에 있던 사람들과 주변의 것들이 없어진다면 얼마나 황망하고 쓸쓸할까? 통근 버스, 사람이 가득한 지하철, 매일 똑같은 자리에 있는 커피 트럭과 밝게 웃는 청년, 회사 정문의 보안실 아저씨, 직장동료. 그리고 나의 가족. 그처럼 너무도 당연히 가깝게 있던 우리들의 일상과 주변 사람들이 내 삶의 부분에 얼마만큼이나 커다랗게 마음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지를 느끼게 된다. 아마도 마음이 가장 쓸쓸할 때가 언제 일까를 생각해 본다 없어도 될 것처럼 무심히 지나쳤던 당연히 그 자리에서 있어야 할 것들과 너무 가까이 있어 점점 무관심해졌던 사람들이 보이지 않을 때가 아닐까? 오늘처럼 그날이 언제 일지를 아는데도 그러하니 말이다.



한 해를 보내 12월도 반을 넘기고 있다. 그리고 휴식과 여유, 쉼이라 불리는 당연히 누려야 할 우리 삶의 한 부분을 꽁꽁 묶 일도 끝이 났다. 기쁨보단 허전함이 앞서지만 이제 내일부턴 피로가 가득한 리들은 되지 않을 것이다. 대신 4년 만에 다가온 분주하지 않은 한가로움을 느껴야 할 것이다. 언제 그러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을 만큼 너무도 오래만이라 조금은 겸연쩍기도 하고, 그래서 더욱 어색할지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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