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을 쓰며 다짐해 본다.
나는 왜 글을 쓰는가?
매일 아침 나는 세상에서 가장 듣기 싫은 알람 소리에 눈을 뜬다. 그리고 밤새 충전된 휴대폰을 켠 후 브런치 앱을 실행시키고는 피드를 보며 밤새 올라온 작가님들의 글을 확인한다.
그러던 어느 날.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나에게 브런치는 어떤 의미가 있기에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피드를 확인하고 글을 읽는 것일까? 그런 후 곰곰이 생각해 보니 아마도 그것은 늘 좋은 글을 쓰고 싶어 하는 나의 바람을 여러 작가님들의 글을 통해 만족을 얻고자 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만족을 느끼려 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무언가를 해소하지 못한 글쓰기에 대한 나의 마음 때문인데, 머릿속에서 감성은 떠오르는데 막상 글로 적으려 하면 떠오른 감성만 첫머리에 있을 뿐 결론이 무엇인지를 찾고 방황하다 그대로 포기하는 일이 다반사 이기 때문이다.
어느 날은 감성적으로 떠오른 내용을 말머리에 쓰고 다음 줄에 억지로 결론을 써본 적도 있었다. 다시 말해 서론과 결말을 미리 써 놓고 그 결말을 내기 위해 본론의 글을 쓰는 것이었다. 처음엔 이런 방법도 좋은 듯했다. 하지만 결국에는 글은 사람의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기에 중간쯤 글을 써 내려가다 보면 처음에 느꼈던 감성이 아닌 다른 방향으로 전환되어 결국 글의 문맥이 바뀌게 되고, 처음 썼던 문장들이 다음 문장의 원인이 되기에 삭제를 반복하다 결국 다시 서두만 남게 되었다. 그리고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 생각을 하게 된다.
" 도대체 난 무엇을 쓸 것인가? "
그렇듯 글을 쓰는 것은 참 어려운 것이다. 쓰면 쓸수록 더욱 어렵게 느껴지고 "난 왜 글을 쓰는가?"라는 질문과 "어떠한 글을 써야 하는가?"라는 의문을 끊임없이 하게 된다.
그리고 그런 의문들과 함께 드는 생각은 나는 등단한 작가도 아니고 그렇다고 하여 브런치에 의무적으로 글을 써야 하는 것도 아닌데도 왜 글을 쓰는가를 생각하며 "그럼 글을 쓰지 않으면 되지 않나?"라고 나 스스로 반문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 반문을 하는 순간 "아니야 그래도 글은 써야 해"라고 대답을 하게 된다. 결국 그 대답을 하는 나의 마음을 들여다보면 글을 쓰는 것은 힘들고 때로는 고통스러울 만큼 괴롭기도 하지만 결국은 나의 내면 가장 아래에서는 글 쓰기를 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직업 작가가 아닌 나는 시간이 많다.
그처럼 글을 쓰는 것은 참으로 매력적이다. 그리고 글을 쓰고 나서의 변화는 나의 어느 글에서 말한 것처럼 다양한 분야에서 긍정적으로 변한다는 것이다. 그 변화의 기분을 잊을 수 없는 나는, 결코 멈출 수 없는 달콤함을 경험한 것처럼 글쓰기는 나에게는 버릴 수 없는 것이 돼버리고 말았다. 그것은 마약처럼 불법적이고 도덕적으로 성실하지 못한 방법이 아닌, 건전하고 합리적으로 자신의 내면을 돌아보고 정리할 수 있는 방법인 것이다.
하지만 그런 열정만으로 최소한 나 스스로라도 만족할 수 있는 글을 쓸 수 있을까를 생각해 본다면 그것은 참 어려운 일이다. 그런 마음이 들 때면 나는 책을 읽곤 하는데, 사실 이 방법은 실천하는 것이 문제일 뿐, 누구나가 쉽게 할 수 있는 잘 알려진 방법이기도 하다. 글을 쓰다 보면 회사일과 주변의 일들 때문에 글을 쓰기 위한 마음이 흩트러질때가 있는데, 그럴 때면 단 10분이라도 잠깐의 시간을 내어 책을 읽곤 한다. 그러면 마음이 한결 누그러지고 조금은 흥분되어 차분하지 못했던 마음이 가라앉게 되고, 비록 당장 글을 쓰지 않는다 해도 어떤 글을 써야 하고 구성을 어떻게 해야 할지를 궁리하는 마음에 커다란 도움이 되곤 한다.
나는 글쓰기를 직업으로 갖고 있지 않다. 그렇기에 시간의 제약 속에 글을 써야만 된다는 강박을 버릴 수 있다. 뭐 지극히도 당연한 것이지만 이러한 사실이 의미하는 것은 촉박함 없이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이다. 어떤 글을 써야 할지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의 투자를 많이 할 수 있고, 그럼으로써 글을 쓸 마음의 여유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글을 쓰고 발행할 시간이 다가오면 갑자기 마음이 다급해지고 본문 작성보다 더 힘이 드는 탈고를 소홀히 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조급한 마음으로 발행한 글을 다시 읽어보면 내 급박했던 마음들이 고스란히 글 속에 묻어나 있는 경우가 많아 창피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사실 이 글을 쓰는 나는 전문적으로 글 쓰는 법을 조언할 입장도 아니고 그와 관련된 지식을 전공한 사람도 아니기에 이런 말을 하는 것이 주제넘은 이야기 일수 있다. 하지만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그간 글 쓰기를 하며 느꼈던 것을 말해 본다면 글은 종이 위에 쓰거나 키보드를 두드리지는 않는다 해도 항상 머릿속에는 어떤 테마, 어떤 구성으로 글을 써야 하며, 그것들의 생각 하나하나를 정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런 정리가 앞서 얘기한 것처럼, 시간에 쫓기지 않고 자유롭고 폭넓은 생각에서 비롯된다면 글이 써지는 느낌도 통쾌하리만큼 부드럽고 기분이 좋을 것이라는 것이다.
천부적인 재능은 없다 해도 많은 사유를 통해 글로 표현하는 것이 습관화된다면, 그 결과들은 좀 더 깊고, 넓고, 오래도록 가져갈 글쓰기의 재산이 될 것이라 믿는다. 그 믿음의 결과가 반드시 이루어지리라 확신하고 그렇게 하겠다고 결심하는 것이 곧 글쓰기에 임하는 나의 자세이기도 할 것이다.
어느 글에선가 브런치는 다른 글쓰기 플랫폼보다는 좀 더 전문적이고 내용이 깊은 플랫폼이라고 평한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아마도 이것은 브런치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것일 것이고, 이곳에서 글을 쓰는 많은 작가님들과 나의 마음이기도 할 것이다.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되었고 이 해의 처음을 어떤 글로 시작할지를 생각하다 이 글을 쓰게 되었다. 신문을 보니 어떤 사람들은 신년에 세운 결심이 벌써 작심삼일이 되었다는 기사를 보았다. 하지만 진심으로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의 매력을 알게 된다면 꼭 그럴 수만은 없을 것이다. 나에게는 그것이 글쓰기가 될 것이다. 그래서 늘 생각하고, 글을 쓰며, 어떠한 마음 어떠한 각오 어떻게 글쓰기의 고통을 극복하여 좋은 글을 쓰며 나 자신의 내면을 발전시킬 수 있을지를 이 글을 쓰며 생각하고 그렇게 하리라 다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