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깨비 사랑

당신에게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생과의 이별이라 불려
더 이상 볼 수 없는 당신의 부재로
어제 같은 오늘이 아니어 눈물이 흐르고
그대의 향기와 자취가 생각나
가슴이 내려앉도록 그립더라도
또 다른 생이 있다고 신께서 말씀하신다면
나 또한 언젠간 그곳에 갈 것이니
먼 훗날 그대를 다시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 기약을 예약해 두고라도
당신을 위한 또 하나의 바람이 있다면
이생의 삶이 아름다웠다 기억되셨다면
당신이 가야 할 그곳은
당신의 기억보다 더 좋은 곳일 거라 믿고 싶습니다.

제 마음에 이리 되뇌며 저를 위로하지만
당신의 무(無)는
여전히 가슴 시린 쓸쓸함을 찾아오게 하는군요.

그렇기에 마주하고 싶지 않은 이별이지만
이 또한 거부할 수 없는 운명이고
당신과 저와의 이생에서의 인연이기에
이제 그만 손을 놓으라 신께서 말하신다면
인연은 운명이 되고 운명은 인연이 되어
어느 생, 어느 곳에 선가
다시 만날 거란 믿음을 되뇌며
당신을 보내드립니다.

- 환생이 있다면 / by Ollein.

환생이 있는지 알 수는 없지만, 언제 부턴가 생을 떠난 사람들을 바라보며 하던 생각인데, 판타지 드라마 도깨비를 보며 더더욱 들었던 생각입니다. 환생은 있을 수 없는 허무맹랑한 것일 겁니다. 하지만 누군가를 영영 볼 수 없다는 것은 참기 힘든 고통입니다. 더욱이 사랑했던 사람이라면 더더욱 그러할 것입니다. 그렇기에 도깨비가 삼십 년을 기다려 그의 신부를 다시 만난 것처럼, 어느 생에선가 분명 다시 만날 것이라 되뇌며 스스로를 위로하곤 했었죠.

출처 : tvN

삶은 유한합니다. 그래서 우리들 모두는 언젠간 떠나야 합니다. 그것은 거부할 수 없는 운명이고 사실이기에, 때로는 허무하기도 하여 왜 살아야 하는가의 의미를 찾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 물음의 답 중엔, 사랑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사랑은 매 순간 그 사람과 눈을 맞추고, 무언가를 함께 하고, 그래서 행복하기에, 끝을 향해 달려가는 유한한 삶도 찬란하게 바꾸어, 오늘의 삶을 내일의 삶으로 이어주며 매 순간을 간절히 살아가게 해주죠. 그처럼 사랑은 강렬한 것이라 헛됨보단 소중함으로 삶을 바라보게 해줍니다.

신은 인간의 가장 큰 약점인 유한한 삶의 허무함을 극복하라 하시며 사랑하는 사람을 보내 주셨습니다. 내 눈에 들어오지 않으면 보고 싶고, 힘이 들 때면 그 사람을 생각하며 힘을 내고, 좋은 일이 있는 기쁜 순간에도 가장 먼저 생각 나는 내 유일한 사람이죠. 그래서 아무렇게나 뚝딱하고 만날 수 없는것기에 어쩜 그 사람은 이전 어느 생에서 피할 수 없는 운명 때문에, 사랑할 수 없었지만 신께 간절히 졸라 다시 만나게 된 인연일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그 사람을 처음 보는 순간 어디서 본 듯 낯설지 않았고, 뒷모습만 보아도 설레어, 그의 존재는 쓸쓸하고 허무했던 삶을 유한에서 무한으로 만들어 버린 것입니다.

하지만 슬프게도 운명이란 것은 피할 수 없는 것이기에 언젠간 그 사람과 이별을 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것은 남아 있는 사람에겐 그리움이라는 고통을 주게 됩니다. 그것은 불쑥불쑥 시도 때도 없이 찾아와 살짝만 건드려도 무너질 것 같은 마음을 기어코 내려 않히곤 하죠. 하지만 그 내려앉은 마음도 사랑했던 사람과의 기억을 떠 올리며 극복하고 다시 삶을 이어갈 용기를 얻습니다. 

'지금'이라는 소중한 이 시간. 곁에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사랑해 주세요. 도깨비 신부가 말했던 것처럼, 삶은 유한 하기에 지금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내 사랑하는 사람의 마지막 기억일 수 있으니까요. 지금 당신 곁에 있는 사람은, 무(無)를 넘어 사랑하는 신부를 찾아왔고, 다시 찬란하고 쓸쓸히 그녀를 기다렸던 도깨비의 사랑처럼, 유일하고 소중한 내 사람인 것입니다.

" 무엇보다도 인간은 언젠가 죽으니까요. 그래서 생이 더 아름다운 거구. 그래서 기억 돌아오고 나서 처음 든 생각이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생각하고 살아야겠다. 오늘이 마지막이라면, 이 기억이 내 사랑하는 사람의 마지막 기억이다. 그러니 매 순간 죽어라 살고 사랑해야겠다. 그랬어요 "

- 드라마 도깨비에서, 도깨비 신부 '은탁'의 대사.

출처 : tv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