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 첫날. 늦잠을 자고 늦은 점심을 먹은 후 카페를 찾았다.
니는 초등학교를 다닐 적 남과 북이 통일이 되면 한반도에서 가장 추운 가장 북쪽 끝에 살 거라고 했다. 아마도 선생님이 남과 북을 통틀어 가장 추운 지방이 북쪽의 어느 지역이라고 했기 때문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어린 나이에 그런 생각을 했다는 게 우습기도 하지만 사실 지금도 그 마음은 여전하다. 난 더위를 무척이나 싫어하고 참지 못하기 때문이다.
해마다 여름휴가가 있지만 어딘가로 떠나려는 엄두를 내지 못한다. 누군가 꼭 가야만 한다고 한다면 분명 우리나라와는 계절이 반대인 머나먼 나라 어느 도시를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매번 그럴 수는 없는 것이 현실이다. 별다른 휴가 계획이 없다는 말에 누군가는 가까운 곳이라도 가는 것이 어떠냐 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엄두가 나지 않는다.
휴가 첫날. 오랜만에 늦잠을 자고 늦은 점심을 먹은 후 노트북을 들고 카페를 찾았다. 모두 휴가를 떠난 탓인지 카페는 한산하다. 사방이 트인 창 너머론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이 보이고, 도로 위를 달리는 차들이 보인다. 카페 주변에는 초록의 나무들이 푸르름을 더하고, 카페 안은 몇몇 사람들이 앉아 이야기를 하고 있다. 카페 안의 시원한 공기와 태양이 검은 구름에 가려진 여름날 늦은 오후의 여유가 좋다. 그러다 한바탕 소나기가 내릴려는 듯 주변이 어두워진다.
잠시 후 뜨거워진 대지에 소나기가 쏟아진다. 비는 지금 이 순간이 아니면 안 될 것처럼 강렬히 쏟아진다. 너무도 세차서 강하고 곧은 선들이 하늘에서 쏟아져 내리는 것 같다. 거리엔 황급히 뛰거나 우산을 펴는 사람들이 보인다. 여전히 카페 안은 음악이 흐르고 있고 조근조근한 사람들의 말소리는 빗소리와 함께 더욱 여유롭다.
예전엔 휴가라 하면 어딘가로 떠나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어딘가로 떠나는 휴가가 아닌 지금처럼 그저 평범한 일상을 보내는 휴가가 좋아졌다. 여유로운 음악이 흐르고 글을 쓰고 책을 읽으며, 때로는 더위를 식혀주는 시원한 빗소리를 들을 수 있는 휴가.
여전히 카페 안은 여유롭고, 트인 창 너머로 펼쳐지는 여름의 장면들을 보며 나는 글을 쓰고 있다.
더없이 좋은 여름휴가의 첫날이 지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