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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llein Jan 24. 2019

글은 모든 사람이 쓸 수 있는 것이다

여전히 나는 글을 쓴다.

새해 첫날. 해가 뜨기 전 일어나 일출을 보거나 하는 일은 하지 않았다. 특별한 계획도 세우지 않았다. 이전에도 그러기도 했지만 계획을 세웠다고 해도 대부분은 지켜지지 않았다. 그래도 계획을 세우는 것이 낫지 않을까 지만, 굳건했던 마음이 무너져 버릴 때면 마음이 심란하다. 반드시 해야 한다며 다짐을 강요했던 마음에미안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무계획으로 새해를 맞이 했어도 무언가를 생각하면 마음이 앞서는 것이 있다. 글쓰기이다. 글을 쓰기 시작하고부터는 늘 무엇을 쓸 것인지를 생각한다. 글감을 찾기 위해 무심코 지나쳤던 것들에 관심을 갖는다. 그러나 너무 억지스러운 관심은 피하려 한다. 욕심이 가득한 인위적인 생각은 어색한 글을 낳고, 의도가 과한 관심은 마음이 불편한 글을 낳기 때문이다. 생각지 못한 장소, 상황, 순간에 떠오른 소재 맛깔난 음식을 위해서는 사람 손을 타지 않은 자연산 재료가 좋은 것처럼 생각도 잘 떠오르고 글도 잘 써진다.


오랫동안 프로그래밍을 하는 직업에 길들여진 나에게 처음 글쓰기는 힘이 들었다. 프로그램은 시작과 끝이 명확해야 한다. 예외상황을 피해 정해진 시나리오로 정확한 결과를 내면 된다. 그러나 글쓰기는 다르다. 주제와 제목을 정해 글을 쓰기 시작하지만 끝을 알 수 없을 때도 있다. 내 마음이 어디로 갈지 모르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처음 주제로 계속 이어 가려한다면 주제에서 벗어나지 않고 이어갈 힘이 필요하다. 공을 몰고 골대로 돌진하는 공격수가 자신에게 달려드는 수비수에게 밀리지 않고 버텨야 하는 것처럼 마음을 다 잡아야 한다. 축구를 하던 현역 시절의 박지성 선수처럼 넘어질 듯 넘어질 듯해도 굴하지 않고 달리는 것처럼 버텨야 한다.


그러나 때로는 감정선이 되돌릴 수 없는 방향으로 흐르는 경우도 있다. 그 상황이 된다면 처음 주제를 계속 이어 갈 것인지, 바뀐 감정으로 이어갈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 하지만 처음과 끝이 다르다고 하여 잘못된 것은 아니다. 글은 창작이다. 아무것도 없는 하얀 여백에 자신의 생각과 문자로 이야기를 채워 넣는 행위이다. 감정이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면, 지나치게 의도된 마음이 아니라면, 그 또한 자신만의 훌륭한 글이 될 수 있다.


나의 경우 글을 쓰고 나면 온 몸이 아프다. 글을 쓸  눈은 오직 모니터에 몰려있다. 목은 거북목이 된다. 한 편의 글이 완성되고 나 춥고 지치고 굶주린 배에 뜨거운 국밥 한 그릇을 채운 후처럼 노곤함이 몰려온다. 몸은  땅속으로 가라앉을 듯 쳐지고 엄마 손가락을 꼭 쥔 갓난아기 손처럼 집중하느라 힘주었던 몸 이곳저곳이 아프다. 그러나 몸과 마음을 다해 좋아하는 무언가를 해 본 적이 있던 가를 생각해 보면 기쁘다. 묘한 성취감과 뿌듯함도 느낀다.


이 써지지 않을 때 가장 많이 하는 것은 책 읽기이다. 글에 집중하는 분위기와 생각의 흐름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이다. 어떤 때는 좋아하는 책을 수없이 반복하며 읽으면서도 나는 왜 이 책을 쓴 작가 같은 마음과 표현이 떠오르지 않을까 자책하며 한계를 느끼기도 한다. 그 마음에 근접할 수 있지 않을까 하며 비슷한 모양새로 써 보기도 한다. 하지만 그렇게 쓴 글은 나의 글이 아니었다. 사람들 마음은 고유하다. 하나의 상황을 두고도 느끼는 감정은 모두 다르다. 그래서 같은 주제의 글이라 해도 글 속에 담긴 의미는 제각각 다르다. 글을 쓰는 것은 누군가의 생각을 쫓는 것이 아니다. 좋은 글은 생각하게 하고 힘을 준다. 그렇게 하기 위해선  마음을 쓰면 된다. 나의 마음이 남과 다름을 의식할 필요가 없다. 글은 모든 사람이 쓸 수 있는 것이다.


헤아려 보니 작심삼일을 여러 번 할 만큼 일월의 날들이 지나갔다. 결심한 것도 없으니 작심삼일 할 일도 없다. 다만 나는 글을 쓸 뿐이다. 키보드를 누르는 손이 내 마음을 기다리고 있다. 그러면서도 글의 마지막을 향해 앞서가는 또 다른 마음을 잡느라 안간힘을 쓴다. 한 편의 글이 끝나고 나면 눈은 퀭하고 어깨는 쑤시고 등은 아프고 목은 뻐근할 것이다. 그렇다 해도 나는 또 생각을 하고 새로운 글감을 찾고 글을 쓸 것이다. 멈추지 않고 그라운드를 누비던 박지성 선수처럼 힘을 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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