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마음 자리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Ollein Mar 04. 2022

간격

간격은 유용하다.

데믹  새로 부임한 상사는 일주일에 한두 번 번개 문자다. 사는 술을 좋아 이전 부서에 있을 때 번개를 자주 다는 얘기를 들었다. 첫 번째 번개 날. 술을 마시지 못하는 나로서는 힘든 시간이었다. 누군가는 술을 못 마셔도 분위기 때문에 술자리가 좋다고 하지만 번개 자리는 도통 게는 맞지 않았다. 더욱이 퇴근 삼십 분 전 예고 없이 날아온 문자 비록 상사라 해도 배려가 없다는 생각이 들어 불쾌했다.


첫 번 번개 참석 후 음부터는 참석하지 않겠다고 마음었다. 칠 후 날아온 번개 문자 정중히 참석 거절 의사를 표시했다. 사람들은 그런 나를 이상하게 생각했다. 번개 명단에 오르고 싶어 안달 난 사람이 많은데 그 모임을 거절하다니. 그들은 일명 라인을 타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나는 의미 없는 이야기만 난무하는 자리에서 소모되는 시간이 아깝고 불편했다.


몇 번의 불 참석 후 내 이름은 완전히 번개 명단에서 제외됐다. 상사도 불편해하는 나의 마음을 안 것 같았다. 물론 나도 사람인지라 걱정은 되었다. 특히나 나는 그렇다 행여 팀원들에게 불이익 가지 않을 려되었다. 그러나 후회는 하지 않았다. 사람들이 전날 번개로 하루 종일 숙취로 힘들어할 때 나는 맑은 정신으로 일 했다. 상사가 지시한 업무는 늘 깔끔하게 처리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상사도 의 업무 처리를 만족해하는 것 같았다. 어느 날 상사가 말했다.

"김 팀장은 술만 좀 마시면 참 좋을 텐데...”

나는 상사의 말에 동문서답하듯 답했다. "요하시거나 시키실 일이 있으시면 언제든 말씀해 주세요."라고.


간격은 멀어진다는 의미이다. 좋지 않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간격이 유용할 때가 있다. 나는 상사와 간격을 두었다. 이때의 간격은 상대 밀쳐내거나 배척하는 부정적인 간격이 아니다. 과 사를 구분하기 위한 정중한 간격이다. 간격은 객관성을 준다. 예를 든다면 글을 쓰다 보면 자신이 쓴 글에 빠지는 경우가 있다. 완성되지 않은 글인데도 글에 도취 잘 써진 글 같고 고칠 것는 글처럼 보인다. 그러나 며칠 후 읽어보면 엉망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도의 한숨을 쉬며 사람들에게 보여주지 않은 것을 다행으로 생각하지만 경솔했던 마음에 얼굴이 화끈거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글과 잠시 멀어져 있던 간격 때문에 글을 중립적으로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간격은 제삼자의 눈이 되어준다. 쓰는 사람에게 읽는 사람의 입장을  수 있 해 준다. 이런 과정을 몇 번 반복하고 나 그제야 좀 글 같 다. 간격을 두 일은 나에게 굉장히 유용한 글쓰기 도구가 되었다.


간격은 직장에서도 필요하다. 직장에서 업무를 처리할 때는 객관성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 일이 잘 된다면 좋지만 문제가 생기면 해결을 위해 객관성 유지가 필요하다. 그런데 현실은 학연, 개인적 친분 같은 주관적인 상황들이 끼어들어 객관성 유지를 방해한다. 그러므로 객관성을 벗어나지 않기 위해서는 이해 관계자와의 적절한 간격이 필요하다. 이때 간격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상대도 내가 간격을 유지하려 한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상대에 대한 존중이 필요하다. 서로에 대한 존중이 없다면 간격은 의미가 없다. 만약 부서 간 중대 문제가 발생했을 때 상대 부서 담당자가 호형 호재 할 만큼 친한 사이여서 사적인 마음이 적용된다면 부작용이 일기 쉽다. 좋은 게 좋은 것이라 개인적인 선에서 무마한다면 당장은 문제가 없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여러 사람들이 알아야 하거나 다수 사람들의사결정이 필요한 중요한 일이라면 결국 문제는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기 마련이다. 이때는 상대와 절친한 사이라 해도 어쩔 수 없이 논쟁을 벌이거나 자신이 속한 부서나 팀의 이익을 내세울 수밖에 없다. 이런 경우 서로 상처를 주거나 받지 않기 위해서는 간격이 필요하다. 적정한 간격을 두고 이야기한다면 마음에 상처를 받지 않고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일을 처리할 수 있을 것이다.


간격은 여러모로 유용하다. 가깝게 붙어 있으면 눈앞의 것만 보일 테지만 적절히 간격을 띄우면 시야가 넓어져 한쪽으로 치우친 마음까지 수 있다. 격의 상대가 인적으로 친밀한 관계라면 치사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치사한 것이 아니다. 공적인 에서 간격은 일의 과정과 결론을 명료하고 투명하게 하기 위한 수단이다. 간격을 두면 친밀하다는 이유로 쉽사리 꺼낼 수 없는 말을 수월하게 할  있며, 상대에게 싫은 소리나 주장을 하지 못하는 상황을 극복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불쾌하거나 기분이 나쁘지 않도록 상대를 존중해야 하는 것이. 존중은 양쪽 모두에게 필요하다. 존중하는 마음으로 간격을 두고 일한다면 시원치 않은 마무리는 없을 것이다. 결말은 명확하고 속상함도 찝찝함도 없을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그리움의 소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