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레길. 어디가 제일 좋아요?
"올레길 어디가 제일 좋아요?"
올레길을 자주 간다고 하면 가장 많이 듣는 질문.
"올레길 어디가 제일 좋아요?"
이런 물음을 받을 때면,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라는 질문을 받고 오묘한 표정으로 머뭇거리는 어린아이의 심정과 똑같다.
나는 스물여섯 개 제주 올레길 모두를 좋아한다. 올레길을 걷는 이들에게는 다양한 사연들이 있다. 가슴 깊이 사랑했던 사람과 이별한 이, 치열한 경쟁에서 몸과 마음이 지쳐버려 자신을 되돌아 보고픈 직장인, 입대 전 마음을 정리하고픈 예비 군인, 서먹했던 아버지와 함께 걷는 머리가 커버린 고등학생 아들, 몇십 년 동안 누구 엄마라 불리며 자신의 이름을 잊고 있던 어머니와 그 길을 함께 걷는 딸, 그리고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고자 홀로 걷는 이들. 올레길은 이 모든 사람들의 사연들과 상처들을 보듬고 위로해 줄 수 있는 길이다. 이처럼 마음을 치유하는 길을 좋고 나쁨으로 판단할 수 있을까?
올레길은 꾸밈이 없다.
사람도 자연의 한 부분이다. 그래서 자연은 언제든 자신들을 파괴함에도 우리 사람들을 언제든 보듬어 준다. 올레길도 마찬가지다. 새들의 지저귐과 피톤치드 향기가 진동하는 오솔길, 원시림처럼 울창하지만 여름엔 시원하고 겨울엔 따스하니 아늑하기만 한 곶자왈, 처음엔 무뚝뚝하지만 몇 마디만 주고받으면 정을 나눠 주시는 제주의 할머니, 가을날 너른 대지에서 바람과 친구가 되어 휘청휘청 몸을 날리는 억새와 갈대, 제주의 광활한 대지를 한눈에 아낌없이 보여주며 감탄이 절로 나는 풍경으로 고달픈 삶에 시달려 쪼그라든 가슴과 눈을 활짝 열어주는 제주의 오름, 이른 아침 햇살에 광채를 내는 옥빛 바다. 그리고 아픔에서 아름다움으로 이어지는 길 위의 수많은 사연과 인연들. 이 모두가 꾸밈없이 반겨주는 제주 올레길에서 만날 수 있는 풍경들이다.
치유의 길로 나서보자
올레길은 제주의 속살을 아낌없이 보여주며 힘들고 지친 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해주는 치유의 길이다. 유명한 관광지에 있는 화려하고 값비싼 음식은 아니어도, 거친 바다 바람에 세월의 눈금처럼 쪼그라든 손으로 정성 들여 만들어 주신 제주 할망의 달달하고 시원한 쉰다리 한잔과, 육지의 입맛이 가미되지 않은 값싸고 투박한 고기국수 한 그릇에 허기진 올레꾼에게 마음의 행복과 포근함을 선사하는 길. 마음이 허전하고 힘들다면 제주의 길로 나서보자. 힘들고 아팠던 마음의 치유를 위해 놀멍 쉬멍 간세다리 제주의 길을 걸으면 마음엔 행복이 가득 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