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이민 9년 차, 4살 아이 아빠가 생각하는 솔직한 캐나다 이민 후
처음 캐리어 달랑 2개를 들고 처음 캐나다에 왔을 때를 기억한다. 2014년 8월 말, 캐나다의 공기는 맑았고, 여름에서 가을로 변하는 환절기에 상쾌하고 선선한 기분 좋은 바람을 맞으며 새로운 삶에 대한 기대 반 걱정 반으로 캐나다에서의 첫 하루를 보냈다.
한국에서 사회 초년생이었을 때 기대와는 많이 달랐던 회사생활을 그만두기로 결정했을 때, 주말에는 아이엘츠를 준비하고 점심시간과 퇴근 후 카페에서 이민, 유학에 대한 키워드로 조사를 하며 조금씩 이민을 준비했다. 인터넷 조사로 알아본 이민과 여기서의 현실은 많이 달랐다. 유학생시절 초밥집에서 알바도 하고 졸업 후 취업이 되지 않아서 생계유지를 위해 공항에서 카트도 끌어보고, 결혼식 전에 회사에서 잘려도 보고 아내가 임신했을 때 직장을 그만두고 다시 학생이 되어서 커리어 전환을 꿈꾸는 경제적으로 정서적으로 안정적이지 못한 때도 있었다. 이 모든 게 계획에 없었고, 인터넷으로 찾아보며 대비할 수 없는 것들이었다. 외국계 회사에서 깔끔한 비즈니스 캐주얼을 입고 프로페셔널하게 이메일을 주고받으며 일을 했던 나의 과거 자의식은 심히 훼손이 되었지만 결국 그게 무슨 소용이 있으랴. 배고픈 유학생에게는 돈이 필요하고 아내 뱃속에는 아기가 있었기에 전혀 해보지 못한 초밥집 알바와 카트 끌기가 나의 자존심을 건드리든 말든 나는 계속 앞으로 나아가야 했다.
서론이 길었지만, 9년 후 현재 나는 캐나다에서 데이터 엔지니어로 일하고 있다. 4살 아이의 아빠이며 여기서 만난 같은 고향 출신인 아내의 남편이다. 지난 9년 동안 앞서 언급했든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지금은 그전 보다 경제적으로 안정이 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우리 가족은 미니멀리스트이기에 풍족한 경제적 안정이라기보다는 일주일에 한두 번 외식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고 해야 맞는 표현일 것이다. (한 번에 외식비는 50불이 넘지 않게 써야 심적으로 안정되는 수준이다)
아무튼 이민이라는 것은 한국에서 부족하고 왜곡된 정보를 바탕으로 만든 계획으로 처음 시작되기에, 실제 현실은 그와 많이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다. 유학원에서 말하는 '사실'들, 캐나다 학교 웹사이트에서 말하는 '취업률', 인터넷에서 'OO가 캐나다에서 OO로 일하는데 연봉 1억 번다고 하더라'라는 글들은 그냥 참고만 했으면 좋겠다. 결국엔 그건 그 사람들의 이야기이고, 내가 캐나다에서 만나게 될 새로운 사람들, 그때의 경제상황, 우연히 찾아온 기회 등으로 개인마다 다른 시나리오가 펼쳐질 것이기 때문이다.
바로 이민이라는 결정을 내리기 전에, 휴가를 써서 직접 캐나다에 와서 관광객이 아닌 이민 준비자의 입장에서 캐나다를 직접 경험했으면 좋겠다. 여기 이민자 분들과 직접 대화하고, 다른 국가에서 온 이민자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많이 관찰하는 게 더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민이 힘들다고 말하는 건 아니다. 오히려 그때 안전지대에 나와서 현실과 협상하지 않고 과감한 행동을 한 나 자신에게 잘했다고 말하고 싶다. 비록 자존심을 버려야 할 때가 많고, 다시 바닥부터 시작해야 하고, 경제적으로 안정적이지 않을 때도 있었지만 그때의 경험이 지금의 우리 가족이 정착하게끔 하는 배양분이 되었다. 내가 왜 이민하려고 하는지 그 이유가 확실하고 계획에 없었던 많은 일들이 일어날 수 있음을 인지할 때, 현재 나의 생황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잘 정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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