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하게 태어나 평범하게 자라다
이 세상엔 각자에게 바라는 이상적인 ‘상’이 있고, 세상이 정상적이라고 보는 삶의 루트가 있다.
그건 성별에 따라 다를 수 있고,
또 나이에 따라 목표는 달라진다.
- 유치원 : 잘 놀고, 형제자매와 사이좋게 지내기
- 초등학교 : 과제를 잘하여 칭찬받는 학생 되기
- 중학교 : 사춘기를 조심스럽게 잘 견뎌내기
- 고등학교 : 대학 입학을 위한 공부를 잘 해내기
- 대학교 : 직업(혹은 취업)을 위한 준비
- 직장인 : 결혼을 위한 준비
- 신혼 : 아이를 갖기 위한 준비
- 부모 : 아이를 ‘잘’ 기르기
그렇게 우리는 무언가에 대해 ‘잘’해야 하도록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세상이 말하는 평범하고 정상적인 ‘기준’을
강요받아왔다.
하지만 모두는 알고 있다.
그 평범함은 사실 치열함에서 나오는 것이며
치열하게 그 평범함을 성취하였다고 해도
실상 그 끝에 남는 것은 없다.
그저 그다음 과업이 남아있을 뿐이다.
나는 내 인생을 그렇게 평범하게 살아왔다.
출생부터 아주 평범하게
예정일 당일 기술가정 교과서에 나오는
체중과 키를 가지고 태어났고,
평범하게 학창 시절을 지나,
아주 평범하게 서울에 있는 대학에 입학하고,
또 평범하게 회사에 입사
(하고 퇴사하고 입사하고 퇴사)하여
결혼 자금을 모아 결혼 후,
이제 막 양막에서 벗겨져 세상에 적응하고자
몸부림치는 작은 아이를 양육하기 시작했다.
부모님께 혼 날일이 전혀 없다시피 하게
그렇게 평범하게 성장했다.
그러나, 내겐 남은 게 없다.
그렇게 남들이 평범하게 살라는 기준에 맞춰
치열하게 살아왔지만
그 사이 ‘나’는 지워져 갔고,
세상의 기준 속에 ‘나’는 흐려져갔다.
그래서 내가 완전히 지워지기 전에
작은 나의 자서전을 남기고자 한다.
김평범 양의 평범한 일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