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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평범양 Feb 19. 2019

1. 김평범 양의 자기소개서

평범하게 태어나 평범하게 자라다

이 세상엔 각자에게 바라는 이상적인 ‘상’이 있고, 세상이 정상적이라고 보는 삶의 루트가 있다.

그건 성별에 따라 다를 수 있고,

또 나이에 따라 목표는 달라진다.



- 유치원 : 잘 놀고, 형제자매와 사이좋게 지내기

- 초등학교 : 과제를 잘하여 칭찬받는 학생 되기

- 중학교 : 사춘기를 조심스럽게 잘 견뎌내기

- 고등학교 : 대학 입학을 위한 공부를 잘 해내기

- 대학교 : 직업(혹은 취업)을 위한 준비

- 직장인 : 결혼을 위한 준비

- 신혼 : 아이를 갖기 위한 준비

- 부모 : 아이를 ‘잘’ 기르기



그렇게 우리는 무언가에 대해 ‘잘’해야 하도록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세상이 말하는 평범하고 정상적인 ‘기준’을

강요받아왔다.


하지만 모두는 알고 있다.


그 평범함은 사실 치열함에서 나오는 것이며

치열하게 그 평범함을 성취하였다고 해도

실상 그 끝에 남는 것은 없다.

그저 그다음 과업이 남아있을 뿐이다.


나는 내 인생을 그렇게 평범하게 살아왔다.


출생부터 아주 평범하게

예정일 당일 기술가정 교과서에 나오는

체중과 키를 가지고 태어났고,


평범하게 학창 시절을 지나,


아주 평범하게 서울에 있는 대학에 입학하고,


또 평범하게 회사에 입사

(하고 퇴사하고 입사하고 퇴사)하여


결혼 자금을 모아 결혼 후,


이제 막 양막에서 벗겨져 세상에 적응하고자

몸부림치는 작은 아이를 양육하기 시작했다.


부모님께 혼 날일이 전혀 없다시피 하게

그렇게 평범하게 성장했다.


그러나, 내겐 남은 게 없다.


그렇게 남들이 평범하게 살라는 기준에 맞춰

치열하게 살아왔지만


그 사이 ‘나’는 지워져 갔고,

세상의 기준 속에 ‘나’는 흐려져갔다.


그래서 내가 완전히 지워지기 전에

작은 나의 자서전을 남기고자 한다.


김평범 양의 평범한 일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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