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탄잘리 요가수트라 아쉬탕가 요가: 바른 삶의 법칙에 관하여
안녕하세요 구독자 님!
오늘도 요가레터 OLLY를 열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나름의 목표와 체크리스트로 시작했던 몇 개월을 지나 이제 10월, 숨을 고르는 이 시점에, 어떤 얘기를 들려드릴까 고민하다 요가의 본질이 담긴 텍스트로 돌아가보는 것보다 더 좋은 주제는 없겠단 생각이 들었어요.
고대 인도의 성자가 파탄잘리가 쓴 <요가 수트라> 에는 수행자들에게 좋은 지침서가 되어줍니다. 어떤 행동은 금하고, 어떤 행동은 권하는 가이드 역시 담겨있지요.
지난 8호 레터에서 요가가 금하는 5가지 야마를 알아보았다면, 이번 레터에서는 요가가 우리에게 권하는 5가지 니야마 NIYAMAS 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파탄잘리는 총 4장 195절로 이루어진 요가수트라에서 8가지 수행법을 제안합니다. 영어로는 8 Limbs of Yoga 라고 말하는 이 8단계는 산스크리트어로 아쉬타가 숫자 8을 뜻하고 앙가가 수행법을 뜻하기 때문에 아쉬탕가 요가라고도 불리죠.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파타비 조이스에 의해 창시된 아쉬탕가 빈야사 요가*와는 달라요.
요가철학은 학교, 선생님, 참고문헌에 따라 그 해석이 천차만별입니다만, 한국어로 번역된 베스 림 역해의 『파탄잘리 요가수트라』 그리고 데보라 아델의 『야마 니야마』 를 중심으로 다양한 자료를 정리해 최대한 간결하게 담아보았습니다. 우리 일상에서 니야마를 적용해 볼 수 있는 방법도 함께 소개해 볼게요.
지금 펜과 종이가 있다면 5가지 니야마를 메모하며 천천히 읽어보세요.
니야마라는 단어는 '잡고 있다 to hold'를 의미하는 산스크리트어 니얌에서 파생되었다고 합니다. 야마가 원래 '고삐 halter'를 의미한다는 걸 생각하면 이 두 단어는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는 걸 알 수 있죠. 니야마는 요가에서 수행자에게 권장하는 의무 또는 수칙이라고 이해하시면 좋아요.
5가지 니야마, 지금부터 하나 하나 살펴볼게요!
purification, 정화 / 순수함
2장 40절-41절 sauchat-svanga-jugupsa parair-asamsargah sattva-suddhi-saumanasya-ekagrya-indriyajaya-atma-darsana-yogyatvani cha (나를) 육체와 동일시하는 무지를 깨뜨리며 다른 육체들과 접촉으로부터도 자유로워진다. 이는 명료함, 행복함, 집중력, 감각기관의 조절, 그리고 깨달음을 얻는 능력으로 이어진다.
사우차는 정화를 뜻합니다. 우리의 의식을 담고 있는 그릇인 우리의 몸은 외부의 환경에 늘 노출되어 병을 얻거나 더러워지기 일쑤입니다. 따라서 파탄잘리는 우리의 몸과 주변 환경을 깨끗이 유지할 것을 강조하지요.
요가에서는 아유르베다에 기반해 몸을 정화하는 다양한 방법(샷카르마)이 있는데요. 이 중에서 식염수를 사용한 코 세척 네티는 원활한 호흡 수련을 위해 요가 수행자에게 매일 권장되는 정화법입니다.
그러나 사우차는 단순히 '물리적인 청결'만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우리의 마음, 생각, 말 역시 정화해 순수함을 담는 것 역시 사우차예요. 독소, 과잉, 방해물, 걱정 - 그 모든 것들을 걸러 순수한 본질만 남기는 것입니다. 깨끗하게 먹는 것, 원망을 품지 않는 것, 다른 사람을 있는 그대로 순수하게 인정하는 것,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 순수하게 존재하고 집중하는 것까지 모두 사우차에 해당합니다. 또한, 이런 사우차를 수련하다보면 우리 몸이 유한한 존재라는 것을 깨닫게 되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나와 타인의 몸에 대해 갖고 있는 우리의 과한 집착을 깰 수 있다고 해요.
자신에게 순수하다는 것은 자신의 생각이나 감정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자신에 대해 아무것도 숨길 필요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 자신의 모든 조각을 순수하게 받아들이면 자신의 고통과 친밀감, 기쁨, 지루함, 아픔, 불안에 머무르는 힘이 강해진다. 우리는 자신과 타인들에게 안전한 사람이 된다. 우리는 다른 사람을 고치려 하지 않고 편안하고 다정하게 그들 곁에 앉을 수 있는 사람이 된다. 데보라 아델 『야마 니야마』 8장 샤우차
contentment, 만족
2장 42절 santosad-anuttamah sukha-labhah 만족을 통해 어떤 것도 능가할 수 없는 행복이 얻어진다
요즘 SNS에서 종종 보이는 문구가 있습니다. "Romanticize your life" 번역하면 "당신의 일상을 낭만적으로 바라보세요" 정도가 될 것 같아요. 저는 일상을 긍정하는 이 태도가 산토샤의 의미와 맞닿아 있다고 생각해요.
산토샤라는 단어는 "만족"과 "기쁨, 행복, 즐거움"을 의미합니다.
우리가 있는 그대로를 수용하고 이미 가지고 있는 것에 만족하기에 행복하단 거죠. 사우차를 실천하려면 빗자루나 물이라도 필요하겠지만 산토샤를 실천하기 위한 준비물은 딱 하나, 그저 우리의 마음 그 하나면 됩니다.
같은 상황, 같은 사람, 같은 언행을 두고도 바로 내가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기로 '선택' 하느냐에 따라 행복과 불행이 갈릴 수 있음을 산토샤는 우리에게 일깨워 줍니다.
지금 살짝 입꼬리를 올리고 이렇게 말해보세요. "내게 필요한 것은 이미 내게 다 있다, 나는 오늘 행복을 선택한다." 어느새 구독자님의 마음에 기쁨이 잔잔히 퍼질 거예요.
어제의 똑똑했던 나는 세상을 바꾸고 싶어했다. 오늘의 현명한 나는 내 자신을 변화시킨다. / 잘랄루딘 루미
self-discipline, 자기 단련
2장 43절 kayendriya-siddhir-asuddhi-ksayat-tapasah 자기 단련은 불순물을 태워버리고 육체와 감각을 완벽하게 만든다.
수련, 단련, 수양, 고행, 내면의 불 - 이 모두를 담고 있는 타파스는 '열기'를 뜻하는 타파 tapa 에 그 어원을 두고 있어요. 쉽지 않은 상황에서도 참고 견디며 목표를 향해 헌신하고 정진하는 의지를 뜻합니다.
『야마 니야마』의 저자 데보라 아델은 타파스에 대해 인생의 험난함을 견딜 수 있도록 '자신을 가마솥에 집어넣어 성향을 변화시키는, 고결하고 강인한 사람이 되기 위한 단호한 노력'이라고 설명해요. 우리 일상에서는 좋은 관계 함양, 악기 연주, 건강한 식단 준비, 운동, 책 읽기, 명상 연습 등 다양한 부문에 타파스를 적용할 수 있겠지요.
저는 다섯 가지 니야마 중에 이 타파스는 대부분의 한국인이 이미 잘하고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뭐든 열심히 하고 최고를 지향하며 그 과정에서 발휘하는 인내심의 정도도 매우 높으니까요. 그렇지만 우리는 너무 많은 일을 한꺼번에 잘하려고 하는 경향도 있어요. 그렇기에 이 열정이 불안으로 바뀌기도 쉽구요. 하반기에 변화를 주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한 번에 한 가지 일에만 구독자님의 타파스를 적용시켜 보시길 추천해요.
타파스 없는 인생이란 사랑 없는 심장이나 마찬가지다. / B.K.S 아엥가
self-study, 자기 탐구
2장 44절 svadhyayad-ista-devata-samprayogah 자신을 탐구해 신성을 발견한다.
구독자님, 나이가 들면서 '나에 대해 더 잘 알게 돼서 좋다'라는 생각, 한 번쯤 해보신 적 있죠? 저는 제 신념이나 취향에 따라 주체적으로 의사결정을 할 때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 네 번째 니야마, 스와드야야는 일차적으로는 '공부, 자습' 정도로 번역되어 종교 경전을 읽는 행위로 해석되기도 하지만 더 깊게는 '자아 탐구'라는 뜻을 담고 있어요.
바가바드 기타는 요가란 '진짜 나'를 '자아'를 통해 찾아가는 '자신'만의 여정이라고 말해요. 이처럼 우리는 우리에 대해 더 잘 알수록 마음, 몸, 영혼이 합일된 상태에 이를 수 있고, 그 상태에서 평온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요즘 자주 언급되는 '메타인지' 와 비슷해요. 내가 관심 있는 주제를 파고들어 탐독하는 것, 스스로의 호흡이 어떤지 바라보는 것, 내 몸 어느 부분이 자주 긴장하는지 관찰하는 것, 어떤 정보를 받아들일 때 어떤 부분이 구독자님께 가장 공명하여 와닿는지 생각하는 것까지 이 모두가 스와드야야입니다. 마치 다른 사람을 관찰하는 것처럼요.
자기 탐구는 우리가 신임을 알고, 우리를 감싼 포장 상자들을 이해하는 과정이다. 자신을 알고, 자신을 포장한 상자들이 무엇인지 아는 이 과정은 자유로 향하는 길이 된다. 데보라 아델 『야마 니야마』 11장 스바드야야
self-surrender, 항복 / 내맡김
2장 45절 samadhi-siddhir-isvara-pranidhanat 신성에 헌신하는 수행을 하면 사마디*에 이른다. *사마디 samadhi: 초월의식
드디어, 니야마 중 가장 중요하고 가장 어렵다고 일컬어지는 덕목 이스와라 프라니다나를 소개합니다. 이 마지막 니야마는 우리보다 더 크고 심오하고 순수한 존재 (또는 신)에게 우리의 존재를 온전히 내맡기는 것을 뜻해요.
목표를 세우고 정진하되 궁극적으로는 어떠한 기대도 하지 않고 신성한 존재의 뜻에 순응하는 것이지요. 이 구절에서의 '신성'은 각자 믿는 종교의 신, 종교가 없다면 대자연의 힘으로 이해하시면 됩니다.
자기 자신을 진아, 즉 신에게 완전히 던져 버리는 사람이 가장 훌륭한 수행자다. 자기 자신을 신에게 던진다는 말은 진아에 대한 생각 외에는 어떤 다른 생각도 일어나지 못하도록 진아 안에 몰입한다는 뜻이다. (...) 지고한 신의 힘이 모든 것을 관장하고 있는데 왜 우리들은 그에게 모든 것을 맡기지 못하고 무엇을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몰라 끊임없이 망설이고 있는가? / 라마나 마하리쉬 『나는 누구인가』
잠시 범위를 좁혀 우리 일상에 이스와라 프라니다나를 적용해 예시를 들어볼게요. 우리는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일에 대해 자주 걱정합니다. "그 사람은 나를 싫어하나?" "혹시 그 때 내가 이래서 그런 것 아닌가?" 다른 사람의 마음, 이미 지나가버린 과거, 오지도 않은 미래 따위를 걱정하지요.
이스와라 프라니다나를 수행자는 이런 마음을 털어버립니다. "나는 최선을 다했고 그 이후에 일어나는 일은 나의 손을 떠났다." 우리를 둘러싼 이 우주를 조금 더 믿어보는거죠.
요가수트라의 니야마 사우차, 산토샤, 타파스, 스와드야야, 이스와라 프라니다나는 요가수련자로서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유용한 지침이 되어줍니다.
구독자 님은 다섯 가지 니야마 중 어떤 덕목을 마음에 품고 수련해보고 싶으신가요?
오늘 다섯 가지 니야마를 빠짐없이 소개하느라 글이 조금 길었는데,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드려요. 야마의 금계와 니야마의 권계를 구독자 님의 삶과 요가 여정에 적용해보면서 평화로움으로 한 발짝 더 다가서실 수 있길 바랍니다.
2024년 남은 몇개월도 요가레터 OLLY는 여러분의 좋은 요가 동반자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할게요. 오늘 레터가 좋았다면 주변의 요기 & 요기니 친구들에게 요가레터를 전달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