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나를 먹여살린다는 것에 대해서
회사에서의 월급 외 세컨잡으로 월급만큼의 수입을 벌어들이는 동료가 있었다. 회사에서 비장한 태도로 노예3의 포지션으로 일하는 나에게 그가 말했다.
"왜 이렇게 비장하게 일해?"
나도 모르게 밥벌이에 진심인 것이 탄로났나 보다. 머쓱했다. 설국열차의 엔진실에서 영혼없는 눈으로 엔진을 인력으로 굴리던 아이처럼 진지하여 미소와 농담이 끼여들 틈이 없다.
인사평가 시즌이 되면 다들 최선을 다해 쓸모를 증명한다. 때론 인사평가에는 성과 외의 요소가 개입되기도 한다. 또낀개낀 비슷한 성과의 직원 일때 나이, 성별, 학연, 지연 뿐 아니라 결혼/자녀여부도 꽤나 중요한 요소가 된다.
"자네는 책임질 식솔이 없지만 저 친구는 자녀가 3명이나 되잖아."
나이, 성별 등과 같이 비합리적으로 보여 공식적으로는 쉬쉬하는 다른 요소와는 달리 합리적인 사유처럼 공식적으로 인가평가의 결과를 설명할 때 쓰이기도 한다.
어쩐지 회사에서는 1인 가구의 밥벌이는 경시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식솔이나 와이프가 없다는 이유로 밥벌이의 무게는 종종 가볍게 여겨진다.
연말정산 시에는 부양한 가족과 자녀가 없다는 이유로 공제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세금을 채로 낸다. 일종의 싱글세다. 이렇게 세금을 더 많이 내도 비혼으로 살아갈래? 라는 국세청의 모종의 경고다. 어드벤티지를 주지 않고 세금으로 혼쭐을 내주는 것이다. 1인 가구라 하더라도 2인 가구의 150%에 해당하는 생활비는 어떠한가. 1인 가구로 살더라도 주거비, 가스비, 수도비, 자동차보험료는 2인 이상의 가구와 마찬가지로 든다. 반쪽짜리 집이나 반쪽짜리 차는 없기 때문이다.
사실 일부 평가자의 편견과 달리 1인 가구의 밥벌이는 고단하다. 식솔이 없기에 챙겨야 할 입은 없지만 반려자가 없기에 몸이 아파 휴직이라도 한다면 당장의 현금흐름이 없어진다. 리스크 헷지가 전혀 안된다. 그렇기 때문에 내 주위의 1인 가구들은 누구보다 직업에 진심이다. 하고 있는 업무와 커리어 패스, 회사 내 입지, 네트워크에 대해서 고민한다. 내가 나를 먹여살리는 삶은 단촐하기만 무겁다. 주변에 1인 가구 가장이 있다면 어깨 한번 두드려 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