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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미의 colorful life Jun 01. 2022

제 몸 하나 거두기 힘든 사람은 미혼이 되나요?

각자의 맞춤복 같은 삶 

텃밭과 테니스와 3자녀와 4앵무새의 집



오랜만에 회사 동기와 점심을 먹게 되었다. 어떻게 사는지 근황을 나누는데 동기의 삶은 가이 놀라울 정도의 에너지로 가득 차 있었다. 입사할 때부터 동기 중 유일한 유부남이었는데 지금은 가족이 더 늘어나 있었다. 우선 입사 당시 배에 있던 1자녀를 포함해 자녀가 세 명이고, 앵무새 4마리 키워서 출근하기 전 쓰다듬어 주고 왔는데 그렇게 귀여울 수가 없다고 했다. 그리고 거북이도 2마리 있다고 했다. 그러니 그 집에는 생명체가 아빠, 엄마, 자녀 3명, 앵무새 4마리, 거북이 2마리까지 11명(마리)인 셈이다.

요즘 취미로 텃밭을 가꾸고 있어서 주말에 텃밭에서 물을 주느라 바빴고 아침에는 출근 전 테니스를 배우고 퇴근하고는 골프를 배운다고 한다.


와이프는 작년에 자녀와 남편을 두고 일주일 동안 자전거로 전국일주를 하고 돌아올 정도로 자전거에 푹 빠져있단다.


한참 얼빠진 채로 동기의 생활에 대해서 듣다가 동기가 나에게 요즘 뭐하고 사냐고 물어봐서 소박한 일상을 이야기했는데 오래 걸리진 않더라. 그리고 주제는 다시 어린이집 경쟁률이 얼마나 심한지로 후루룩 넘어갔다. 동기의 삶에 대해서 듣는 것 만으로 기가 빨리는 기분이었다.


이쯤 되면 드는 생각은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이라 기혼이 된 건지 기혼이라 에너지가 넘치는 거냐는 것이다.  마치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같은 문제다. 더불어 제 몸 하나 건사하기 힘든 낮은 에너지의 인간은 필연적으로 미혼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인지 궁금해졌다.  









아이는 사랑스럽지만 맥주는 먹고 싶어



여기 또 다른 회사 친구가 있다. 같 싱글일 때부터 안정적인 가정을 꾸리고 싶었던 다정한 친구다. 최근에 첫째 딸아이를 가졌는데 동료의 프로필 사진으로 몰래 훔쳐본 아이는 참으로 귀엽다. 육아휴직에서 복귀한 친구를 몇 개월 만에 만났다. 생기 있던 얼굴이 기운이 조금 없어 보였다. 육아가 보람차고도 힘들다고 했다. 아이는 사랑스럽지만 육아와 일을 병행하느라 힘들다는 이야기였다. 저녁에 운동할 시간도 없다고 했다.

미혼으로 돌아간다면 결혼을 해도 되지만 안 해도 될 것 같다는 웃음이 섞인 이야기. 싱글일 시절 금요일에 퇴근하고 맥주며 과자를 집에 싸 들고 가서 금토일을 하루도 밖에 나가지 않고 플릭스 보던 시절이 가끔은 그립단다. 지쳐 보이는 친구에게 모든 일을 다 혼자 하려고 하지 말고 필요하면 주변에 손 내밀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지만 겪어 보지 않은 문제에 대한 제안이라 조심스러웠다. 









이 내 한 몸 건사하고 사는 싱글



여기 이 내 한 몸 건사하고 살기도 힘든 싱글도 있다. 고양이도 키워 보려고 임보를 해봤지만 회사일에 같이 돌봐줄 동거인도 없고 에너지도 미천한 고로 반려동물 키우기도 포기했고 텃밭은커녕 타고난 저질체력으로 밀키트 음식이나 종종 만들어먹고 산다.


30대 후반에 친구들은 대부분 결혼을 하여 같이 놀 친구들은 손에 꼽으므로 마음먹으면 주말 내내 한마디도 하지 않을 수 있다. 죽지 않으려고 운동은 끊어놓고 하는데 주로 혼자 하는 운동으로 소통은 많지 않다. 일상을 나눌 친구나 연인, 가족이 없다면 대부분의 일상은 공유되지 못한 채로 흩어진다.


하지만 주말 내내 씻지도 않고 누워있는다고 눈치 줄 사람 없고 먹고 싶을 때만 먹어도 되며 아주 늦잠을 자거나 아예 잠을 자지 않아도 뭐라고 하는 사람이 없다. 집이 돼지 소굴이 되어도 잔소리를 들을 걱정이 없다.









각자의 맞춤복 같은 삶 


맞춤복은 주문한 사람이 원하는 형태와 치수로 만든 옷이다 맞춤복을 재단하러 가면 개인의 체형과 취향에 맞게 패브릭부터 단추 하나, 소매통, 다리통까지 맞추는 시간을 가진다.

그렇게 맞춘 옷은 주문한 사람이 입었을 때 편안하고 기성복보다 나를 빛나게 한다. 다른 사람의 기성복을 주워 입거나 부러워할 필요가 없다. 엄마 아빠에 자녀 둘 '정상' 가정으로 내 몸을 구겨 넣을 필요도 없다. 


집에 3자녀와 4앵무새와 2거북이를 키우는 동기든, 아이가 사랑스럽지만 과자에 맥주가 먹고 싶은 친구든, 원하면 2박 3일을 한마디로 하지 않고 혼자 있을 수 있는 내 삶이든 나름으로 괜찮다. 각자 자신이 좋아하는 단추와 천을 골랐듯, 꼭 맞는 맞춤복을 선택을 한 결과로 지금과 같이 살고 있는 것이다. 


다만 남들이 보기에 비범하거나 평범한 인생이라 할지라도 개이치 않고 당신에게 편안히 맞는 맞춤복 같은 하루하루이기를 바란다. 그걸로 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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