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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미의 colorful life Jun 24. 2023

아가씨 서른 살이야? 나는 수영 30년 했어

땀나는 건 싫지만 날씬해지고 싶다면 추천

수영 스승은 조오련 



수영을 처음 시작한 것은 수능이 마친 어느 겨울날이었다. 할 일도 딱히 없고 대학 합격을 기다리고 있는 무료한 어느 날 문화센터 새벽반을 듣기로 한다. 운동엔 영 관심이 없는 고등학생이어서 물에 뜨는 법부터 배웠다. 수영 선생님은 같은 성씨여서 삼촌처럼 잘해주셨는데 같은 항렬인 걸 알게 된 순간 조금 어색해졌지만. 



하루는 수업을 들으러 갔는데 문화센터 로비 정 가운데에 웬 아저씨가 테이블을 두고 의자에 앉아계셨다. 수영 선생님은 그 주변을 어색하게 맴돌고 계셨다. 조오련 선생님이었다. 대한해협 건너는 예능에 나오신 그분. 1일 수업을 해주신다고 한다. 



안타깝게도 수영의 대가를 못 알아보거나 수줍은 사람들은 로비를 비껴서 수영장으로 입장했다. 수영 선생님께서 사인 받을 사람들을 섭외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내 등을 떠밀어서 사인을 받았다. 그리고 그날 원데이 레슨도 받았다. 숨을 뱉을 때 음하- 가 아니라 음파-라고 하셨다. 그래서 물을 뱉어내야 한다고. 다른 좋은 말씀도 많이 했겠지만 초보 중 왕 초보였던 지라 기억나지 않는다. 하루 수업이었고 왕초보였는데도 열정적으로 가르쳐주셔서 다소 감동했다. 물론 일어난지 얼마되지 않아 그 텐션을 따라잡진 못했지만.  



그날 하루 강습을 바탕으로 누가 수영 스승을 물어보면 (물어보지 않았는데 떠벌림) 조오련 선생님이라고 답한다. 







물개 아주머니들과 미숫가루 



수영을 처음 배우는 세 달 정도는 급속도로 살이 빠지는 것을 알 수 있다. 땀이 느껴지지는 않는데 어찌나 힘이 들던지. 살은 3킬로가 넘게 빠지고 키는 3센티가 넘게 컸다. 150대에서 160대가 된 것이다. 체형교정과 슬림한 몸을 만드는 데는 수영만 한 운동이 없다. 그런데 왜 수영을 오래하신 아주머니들은 대부분 물개처럼 재빠르신데 통통하실까. 



아주머니들은 오랜 시간 수영을 다니셨다. 그래서 수영실력은 모두 기본이다. 어느 날 수영강습을 받는데 수영하는 등 뒤에 누가 올라탔다. 날렵한 물개 아주머니셨다. 속도가 느려서 졸지에 사람을 업게 되었던 것이다. 재빨리 뒤로 순서를 옮겼다. 쉬고 있던 찰나 아주머니께서 여쭤보셨다. 아가씨는 몇 살이야? 서른 살이라는 말에 호쾌하게 웃으시며 말씀하셨다. 나는 수영 한지 30년이야. 



통통하신 이유는 새벽반이 아닌 오전반 수업을 대학교 때 들으며 알게 되었다. 그 이유는 수영을 끝나고 벌어지는 파티 덕분이다. 미숫가루부터 구운 계란, 식혜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매일 브런치 파티가 벌어진다. 주변을 지나가고 있던 나도 미숫가루를 얻어먹으면서 이 파티의 매력에 빠지게 되었다. 



남편 자식들을 회사나 학교에 보내고 수영가방 챙겨서 수영하고 사우나하고 아는 동네친구들과 간식 먹는 루틴이겠지. 먹을 것에 진심이였던 다정한 그 얼굴을 떠올려본다. 





수영실력과 비례해 수영복은 짧아져 



기본적으로 오랜 기간 할 수 있는 운동인지라 고인 물들이 많다. 수영은 보통 초급, 중급, 고급, 연수, 마스터반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레벨이 높은 반일수록 구력(?)이 오래되신 분들이 많다. 같은 모자를 맞추고 때론 정기적인 회식도 가지는 등 끈끈하다. 이 분들은 수영을 하다가 중간에 쉬지도 않는다. 같은 수모가 물 위로 아래로 움직이는 릴레이 관경을 볼 수 있는데 그야말로 장관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텃세도 있는데 오래된 수영장의 경우 샤워실이 좋은 자리는 이미 고인 물들의 목욕 플라스틱 통으로 점령되어 있다. 신입이 노출이 지나친 수영복을 입고 오면 눈살을 찌푸리시거나 뒷말이 나올 수도 있으니 몸가짐을 조심하시라. 

 


처음엔 허벅지 절반까지 오는 어두운색 수영복에 수경과 수모도 단벌신사다. 시간이 지날 수록 일취월장한 수영실력에 비례해서 수영복도 짧고 화려해지며 수영복도 여러벌을 바꾸어가며 수모와 수경과 수영복과의 깔맞춤을 시도하는 등 패션에도 관심을 갖게 되는 멋쟁이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물속에서는 아는 척 금지 



세월이 흘러 회사원이 되었다. 20대 중반에 시력교정술을 한 이후로는 수경을 껴도 사람이 정말 잘 보인다. 그러나 아는 사람을 만나게 돼도 굳이 아는 척은 하지 않는다. 그런데 회사 근처 수영장에서 퇴근하고 수영을 하던 찰나 옆 레인의 남정네가 반갑게 인사한다. 하하. 회사동기다. 수영복 차림에 안부를 건네는 동기의 입을 대충 막으려는 찰나 동기가 자기 부서 동료라며 동료까지 소개한다. 하하하. 인사성도 참 밝지. 그리고 그 수영장을 그만뒀다. 







취미의 역사_1_수영.txt

취미명 : 수영 

기간 : 20년 

비용 : 월 약 10만 원 

선호도 : ★★★★ (5점 만점) 

장점 : 겨울에 춥다. 피부 머릿결 손톱 발톱에 모두 해롭다. 몸이 슬림탄탄 해진다. 

단점 : 여름에 시원. 땀이 안 난다 또는 땀을 느낄 수 없다. 끝나고 많이 먹어서 살이 안 빠진다. 

추천 : 땀나는 운동을 싫어하고 정적인 성격에 다소 집요한 사람. 혼자 하는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 호텔 수영장에서 수영실력을 뽐내고 싶은 사람 

총평 : 운동과 명상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인생 운동. 관절에 무리가 가지 않아 80살에도 가능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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