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셋과 지구별 여행중
아이들과 볼링을 배우고 있다.
볼링은 중학교 때 동아리활동으로(그때는 CA라고 불렀었다.) 했었는데
사실 배웠다기보다... 2주에 한 번씩 볼링장으로 가서 적당한 무게의 공으로 굴려 볼링핀을 쓰러트렸다고 할 수 있겠다. 제대로 볼링을 배운 기억은 없고, 친구들과 볼링장에서 점수내기 했던 기억은 난다. 그 후로 대학생 때 친구들과 종종 볼링장에서 내기 게임을 하곤 했었다.
시에서 생활체육교실을 운영하고 있는데 운이 좋게 당첨돼서 토요일마다 초등학생인 첫째와 둘째를 데리고 볼링을 배우러 간다.
차라리 처음부터 모르는 상태로 배우는 게 낫지... 20년 전 어설프게 했던 동작이 몸에 남아 있어서 꽤나 애를 먹었다. 선수출신 강사분께서 머리부터 발끝까지 동작을 봐주시고 친절하게 알려주셔서 내가 그동안 했던 건 볼링이 아니라 공 굴리기였구나... 싶을 정도였다. 머리로는 이해가 가는데. 몸은 따로 논다.
정식으로 배우기 전에 재미로 친구들과 볼링을 치면 80~90점 내외로 나오곤 했었는데 제대로 배우고 쳐보니 30~40점이 나와서 슬럼프에 빠졌었다. 심지어.. 스트라이크를 2번이나 했는데 47점을 기록했다. (볼링에서는 스트라이크나 스페어 처리 후 다음 경기 점수가 잘 나와야 총점수가 올라가는데. 나의 실력이 들쑥날쑥하는 바람에 스트라이크를 치면 다음 경기는 한 핀도 못 치고 도랑으로 빠지곤 했다.) -참고로 볼링에서 만점은 300점이다.
강사분께서는 잘 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자세에 집중하라고 하셨는데... 자세가 좋다면 공도 제대로 들어갔을 텐데.. 저는 왜 핀을 한 개도 못 치나요.. ㅠㅠ
그렇게 새로 배운 자세에 신경을 쓰고 점수에 연연하려 하지 않으려 부단히도 노력했다.
어깨에 힘을 빼고 무념무상으로 치면 그래도 내가 원하는 자세와 결과가 나올 확률이 높은데
스트라이크를 친 후에 잘 치고 싶어서, 스페어 처리 욕심을 내면 오히려 핀을 맞추기는커녕 공은 도랑으로 빠져버렸다.
인생도 이런 것 같다.
잘하고 싶어서 몸에 힘이 들어가면 실수하게 되고, 욕심을 내면 후회할 일이 생긴다.
오래 준비했던 시험이 있었다. 최선을 다했고, 이것보다 더 이상 할 수 없을 정도로 노력했지만 되지 않았다. 불합격 후 시험을 포기하고 다른 일을 하려고 알아보고 있었다. 그렇게 반년을 보내고 관성처럼 다시 시험을 보게 되었는데 당연히 준비는 덜 되어 있었고, 준비가 덜 되어 있음을 내가 알았기에 오히려 더 담담하게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 해 합격했다. 그 이전의 공부량으로 합격을 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중요한 건 나의 마음가짐이었다. 오히려 정말 간절할 때는 나는 벌벌 떨었다.
'이번에 꼭 돼야 되는데... 안 되면 어떡하지..?'에서
'아 몰라. 될 대로 되라고 해. 야, 그냥 하는 거지 뭐'라는 마음으로 대할 때. 결과가 더 좋았다.
때로는 인생이 얄궂다. 너 아니면 안 된다며 매달릴 때는 질척거린다며 차갑게 대했던 사람이었다가 이제 보내줄게 하면 다시 찾아오는 사람 같다. 인생과 밀당이라도 하는 기분이다.
너 아니면 안 돼 마인드가 아닌
너 아니어도 난 잘 살 거야. 마인드로 오늘도 인생과 밀당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