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심한 일상
아이들은 심심한 걸 못 견뎌한다.
미세먼지나 날씨 때문에 바깥활동을 하지 못하는 경우
-엄마 심심해...
라고 이야기 한다.
아이들이 심심해.라고 이야기할 때 부모로서는 뭔가 해줘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기 마련이지만
마음을 다잡는다. 그리고 이렇게 말한다.
-심심한 건 좋은 거야
심심하다는 건 얼마나 귀한 일인가.
이제 심심하고 무료하게 있을 수 있다는 것도 능력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릴 적에 심심해서 방 안을 뒹굴거리다, 벽지에 있는 무늬의 패턴을 발견하다 천장에 비친 빛의 어른거림을 구경하다,
그래도 그래도 너무너무 심심하면 책장 안에 책을 뒤적이던 시간들이 그립다.
마음껏 무료하고 심심했던 순간들. 해야 할 것은 없고 나에게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때울까 고민하던 순간들.
지금은 보고 싶은 영화도 많고, 넷플릭스에는 평생 봐도 못 볼 영상들이 차고 넘친다. 폰 하나만 있다면 3~4시간은 순삭이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순간도, 우리 집까지 올라오는 그 짧은 시간도 영상을 보거나 다른 생각들로 머릿속은 분주하다.
핸드폰을 사용하느냐 엘리베이터에서 내려야 할 층을 누르지 않는 아이들, 횡단보도 초록불이 바뀐 지도 모르고 서서 폰만 하고 있는 아이들을 마주친다.
우리는 심심할 때 상상을 하게 되고, 나만의 봉봉(인사이드 아웃에서 주인공의 어릴 적 상상 속의 친구)을 만나게 된다.
어쩌면 어른들도 심심할 틈이 없다. 외로운 느낌이 들 때, 쓸쓸할 때 SNS에 들어가고
산책을 할 때도 자기 계발을 해야할 것 같은 의무감으로 오디오북을 들으면서 산책을 한다.
그리고 항상 생각한다.
-시간이 없어..
우리가 스마트폰을 손에 내려놓을 때는 폰이 방전됐을 때인 것 같다. 그러나 마음의 불안은 최고치를 찍게 되겠지.(이런 일을 예방하기 위해 우린 보조배터리를 챙긴다)
나에게 심심할 시간을 줘야겠다.
아무것도 하지 않을 자유. 보지 않을 자유. 혼자 있을 자유
-심심한 건 좋은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