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셋과 지구별 여행 중> 저자가 되었습니다.
올해 3월 초, 지역도서관에서 독립출판 클래스 수업을 한다는 홍보글을 보게 되었다.
마침 저녁수업이라 시간도 맞았고, (맞벌이인 나는 오전 수업을 들을 수 없다)
마침 100일 동안 아침마다 모닝페이지를 쓰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 내면에 화가 잔뜩 나 있는 상태였다.
이 모든 것이 독립출판 수업을 하기 위해서인 것 같았다. 8주간의 수업을 들으면 책 한 권이 나온다니. 궁금하기도 했고, 다른 곳으로 집중할 무언가가 필요한 순간이었다.
오전 10시부터 신청이었는데 정말 눈 깜짝할 사이에 마감이 되어버렸다. 신청버튼을 눌렀는데 마감으로 떠서 내가 신청이 안 된 줄 알았는데 나는 운이 좋게 들어갔다.
노트북도, 인디자인도, 포토샵도 없는데.. 신청한 후 고민하기 시작했다.
시간은 저녁 7시부터 9시까지. 이 시간은 아이들에게 가장 손이 많이 가는 시간이다. 저녁을 먹이고 숙제를 봐주고 재울 준비를 해야 한다. 그리고 수업이 있는 날은 첫째, 둘째의 수영강습이 있는 날이다.
신청 전에는 해보라고 말하던 남편이 신청 후에는 본인도 육아가 겁이 났는지 아이를 좀 더 크고 나서 해보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웬만하면 다 맞추고 사는 나인데, 이건 꼭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청개구리 심보가 발동하기도 했다. 처음에는 부담스러워했던 남편도 결국에는 해보라고 하고 노트북도 구해주고, 인디자인, 포토샵도 설치해 주었다. (그러게.. 어차피 할 거면 처음부터 응원해 주면 얼마나 좋아)
그렇게 2달 동안 5시에 수영장으로 달려가 수영 수업이 끝난 아이들을 수영장 로비에서 숙제를 봐주고 집에 데려다준 후 나는 바로 도서관으로 갔다.
나는 정말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에 따로 글 쓸 시간이 없더라. 그래서 새벽에 1시간씩 일어나서 4주 동안 글을 쓰고
4주 동안은 새롭게 배운 프로그램을 익혀가며 교정교정교정교정교정을 반복하며 완성시켰다. 그렇게 8주가 지나고 5월 중순에 책 한 권을 받게 되었다.
그렇게 도서관 마지막 수업에서 우리는 조촐하게 출판기념을 했다.
같이 수업을 들었던 분들과 강사님과 저녁을 먹고 도서관에서 우리의 책을 봤을 때는 믿기지 않았다. 도서관에서 만난 분들과 친해지고 싶었는데... 글 쓰고, 생전 처음 보는 인디자인 프로그램이랑 씨름하느라 마음 편히 이야기 나눈 적이 없던 것이 아쉬웠다.
마지막 날에도 1시간은 포토샵으로(이것도 처음 배워봄 ㅠ) 상품을 이미지화하는 목업(mock-up: 실제처럼 보이게 하는 가짜로 최종결정 전에 미리 보거나 피드백하기 위한 도구 )도 배워봤는데 그 시간에는 어찌어찌 따라 하지만 다시 하려면 엄두가 안 난다 ^^;;
그래도 이 수업 덕분에 인디자인, 포토샵에 발끝을 살짝 담가본 기분이다. 요즘 들어서 새로운 것을 배울 기회가 별로 없고, 굳이 내가 하지 않는다면 배우지 않아도 되는 것들인데 새로운 것을 배운다는 자체가 좋았다.
엄마 책 만든다고 응원해 줬던 우리 아이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서프라이즈 ㅠ
수업을 시작할 때에는 8주가 길어 보였는데... 어떻게 두 달 만에 책을 만들어. 했는데.
도서관 독립출판수업을 시작으로 브런치에 글을 쓰고, 책도 출간하게 됐다.
나는 꾸준히를 잘 못하는 사람인데... 꾸준히 해보고 싶은 일이 생겼다.
그때 포기했다면 시간은 똑같이 흘러 오늘에 도착했겠지. 귀찮다고 포기해 버린 것들이 떠올랐다.
오늘 귀찮다고 하지 않으면 내일의 나는, 한 달 후의 나는, 1년 후의 나는 똑같을 거다. 오늘의 내가 달라져야 내일의 내가, 1년 후의 내가 변할 수 있다.
내 앞의 목표가 너무나 커서 포기하고 싶을 때, 이번의 경험을 떠올릴 테다.
오늘 조금이나마 노력한다면 그 목표의 근처에라도 가 있을 나를 떠올리며 오늘 한 발자국을 내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