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능성은 고통이 되기도 한다.

아주 보통의 하루. 아보하

by 오로시

꿈을 꿨다.


꿈속의 나는 남자친구도 없고, 직업도 없고, 가능성만 많은 20대였다.

외로웠고, 막막했다.


내게 주어진 선택지는 너무 많아서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 몰랐다.


겨우 마음을 추스르고 한 남자를 다시 만나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는 엄마가 입원했던 병원 앞에서 만난 간호사였고, 주 3일 근무한다는 것까지 알게 됐다.

선해 보였고, 근무하는 날 그 시간에 병원 밖에서 잠깐 다른 일을 한다는 것도 알게 됐다.

(건물 밖을 청소하고, 의료용품을 정리하는 일이었다.)


연락해야겠다고 생각해 휴대폰 주소록을 뒤졌지만, 그의 번호는 없었다. 휴대폰에 저장된 대부분의 이름들이

소중한 사람도 아니고 누군지 기억나지 않는 사람들이었다.


그때 느껴진 막막함. 나는 그 사람의 이름조차 몰랐다.


결국 그를 다시 만나기 위해 우연히 만났던 장소로 찾아갔다.

( 생각하면 집착처럼 보이지만, 꿈속에서는 그게 유일한 방법이었다.)


그의 동료였던 친구를 찾아갔지만 이미 퇴사한 뒤였고, 친구는 도움을 돌려서 거절했다.

“간호사 휴게실로 전화해 봐. 근데 콜백이 올지는 모르겠다.”


지쳐 보이는 친구를 붙잡고 그를 꼭 만나야 한다고 말하는

내 모습도 스스로 한심하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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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에서 느낀 감정은 내가 20대에 느꼈던 감정이었다. 막막함, 두려움, 걱정, 불안.

다시 느껴보니 나 참 불안했었구나... 지금의 20대들도 그 젊음 속에서 많이 방황하고 있겠구나... 싶다


왜 이렇게 어려운 걸까.

누군가를 만나야 결혼도 하고,

안정적으로 살 수 있을 것 같은데.

그 한 가지가 왜 이렇게 힘들까.

상대가 나를 좋아할지도 알 수 없는데.


나이가 들어서 좋은 점도 있구나.

20대보다는 가능성이 줄어들었지만

그동안 내가 선택한 것들이 주는 만족감과 안정감이 있다.

INFJ의 습관처럼. 가끔은 내가 가지 않은 길을 상상하기도 한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불확실한 가능성보다 확실한 안정이 더 좋다.


젊었을 때는 베스킨라빈스 31 앞에서

무엇을 고를지 몰라 한참을 고민하는 기분이었다면,


지금은 내가 좋아하는 세 가지 맛만 파는 수제 아이스크림가게에 들어가 고르는 기분이다.


선택지는 줄었지만, 대신 확신이 생겼다.

그리고 나는 이제 안다.


많이 가질수록 좋은 것이 아니라,

내가 선택한 것을 좋아할 수 있는 상태가 더 안정된 삶이라는 것을.

젊음이 주는 막막함보다

나이가 들면서, 어느 정도 체념과 포기를 거쳐 내가 가진 것들을 소중하게 생각할 수 있는 지금도 참 소중하다는 것을.


20대에는 40대가 되면 재미가 없을 것 같았는데

맞다. 재미와 즐거움은 줄어들었다고 할 수 있지만

그만큼 다른 것들로 채워지는 것이었다!


그래서 이제는 나이를 든다는 게 약간은 기대가 된다.

앞으로 나는 또 수많은 선택을 해나가겠지.

그리고 돌아봤을 때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고 만족하게 되길 바란다.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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