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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D와 QWER

심심한 일상

by 오로시

이제는 최신곡을 들을 일도(집에 티비가 없이 때문에), 내가 찾아 듣는 일도 없어졌다.

예전에 노래방을 가면 노래방책을 뒤쪽부터 찾아봤었던, 최신곡을 꿰차고 있었던 시절도 있었지만(그것도 20년 전일이다)

지금은 노래방을 안 간지도 10년이 넘었다. 물론 최신곡은 알지도 못한다.

그리고 요즘은 노래방에 노래방책이 아니라 스마트폰을 이용하겠지...


그래도 최신곡을 접하게 되긴 하는데 3단계로 이뤄진다.


1단계, 초등학교 1학년 딸이 친구들을 통해 알아온다.

딸은 곡의 제목과 가수는 모르지만 친구들을 통해 구전으로 배운 노래를 집에 와서 부르며 춤을 추지만 저것이 어떤 노래인지는 알 수 없다.


2단계, 헬스장에서 듣는 단계.

노래가 신나고 좋은데... 제목은 알 수 없는 단계. 근력운동하다가 노래가 좋다고 찾아보거나 물어볼 수 없다. (찾아본 적은 있다. 하지만 너무 시끄러워서 앱이 인식하지 못하더라) 운동 후까지 그 노래를 기억하는 좋은 기억력이 나에겐 없다.


3단계. 알고리즘에 의해 얻어걸리는 단계

신나는 노래를 듣는 걸 좋아하는 남편의 유튜브 알고리즘에 얻어걸려서 제목과 가수의 이름을 알게 되는 단계.


3단계까지 오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흐른다. 이미 3단계까지 거치면서 그 곡은 나에게 낯설지 않고 익숙해져 있다.

QWER을 알게 된 것도 이 3단계를 통해서였다.


나: 이 노래 헬스장에서 들어봤어! 이거 둘째가 춤추던 거잖아. 누가 불렀지?

(웹서핑 중) QWER?? 이 그룹 알아?

남편: 나도 모르지~ 그냥 유튜브에서 나오던데? QWER? 자판 좌측상단에 있는 키 아냐??

나: 아.. 그래? (몇 십 년 동안 키보드 자판을 쳤어도 모름.)

그런데 어떻게 읽어....? 큐알...? 퀘어?? 큐더블유이알...?


아. 이 순간 스쳐가는 기억이 있다...

나의 중고등학생을 돌이켜보면 HOT와 젝스키스, GOD 가 떠오른다

2000년대 중고등학교를 다녔던 여학생의 80퍼센트는 이 세 남자그룹 중 하나를 좋아했을 거다

나는 GOD를 좋아했었다. 매월 틴에이저 월간지에 사연을 보냈고, 당첨된 것도 여러 번이어서 사인용 폴라로이드도 여러 장 가지고 있었다. 여의도 월간지 사옥에 가서 GOD 멤버 중 한 명과 석고 틀에 손도장까지 찍었던 추억이 있다.

어른들이 GOD와 HOT를 어떻게 읽는지에 따라 구별했던 것 같다.

'지오디', '에쵸티' 라고 읽으면 합격. '갓', '핫'이라고 읽으면 불합격


게다가 어른들이

"아휴, 무슨 애들이 저렇게 많아 정신이 없다!"라고 말씀하신 것도 이해하지 못했다.

5명은 딱 좋구먼 뭐가 많다는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렇게 전국에 수많은 '00부인(그 멤버를 좋아하는 팬들의 자칭 아이디)'이었던 소녀들은

2025년 누군가의 부인이 되어 있겠지..? 물론 결혼을 안 한 사람도 많지만....

2025년 창우 부인이 된 오로시는 아이 셋을 키우고 있다.


HOT를 핫이라고 읽고, GOD를 갓이라 읽었던 나이의 어른이 되었다.

QWER을 뭐라 읽을지 몰라 당황하고

NCT멤버가 25명이라는 것을 알고 너무 많은 거 아니냐....라고 생각하는.

나는 이제 챗gpt에게 물어가며 배운다.


그리고 QWER을 큐더블유이알 이라고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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