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에 우리 아파트 동으로 이사 온 집이 있었다.
요즈음 이사를 대부분 이삿짐센터에서 맡기듯이 그 집도 일하시는 분들이 짐을 옮기고 계셨다.
1층에는 커다란 5톤 트럭이 주차되어 있었고
일하시는 분들이 잠시 쉬고 계시는 듯했다.
나도 이사를 여러 번 하면서 이삿짐센터의 도움을 받아본 사람으로서
일하시는 분들이 얼마나 다부진 체격을 가졌는지 알고 있다.
고된 일을 하시는 분들이 많이 가지고 있는 아우라까지.
집으로 들어가는데 이삿짐센터에서 일하시는 체격이 건장하신 50대로 보이는 아저씨가 내게 편의점이 어디 있는지 물었다.
그래서 편의점 있는 곳을 알려드리고 가는데
걸걸하고 굵은 목소리로
" 아기는 뭐 먹을래?? "라고 트럭을 향해 소리치셨다.
걸걸한 목소리였지만 애정이 담뿍 담긴 목소리.
아기..? 아기를 데리고 다니시나? 아기가 트럭에서 쉬고 있나? 생각하고 있는데
트럭 안에서 젊은 남자 목소리가 들렸다.
"저는 포카리요!!!"
아.. 그 젊은 남자는 아저씨의 아기였던 것이었다.
대답을 하던 남자의 모습은 보지 못했지만
아마 일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아저씨 눈에는 아기로 보였나 보다.
(어쩌면 아저씨의 진짜 아기였을지도. 자식이 다 커도 아버지 눈엔 아기로 보일 테니까)
그런데 아기라고 물어보는 아저씨도,
그 물음에 대답하는 트럭 안에 있던 남자도 너무나 자연스러워 보였다.
그 장면이 며칠이 지나도 마음에 남았다.
외모와는 다른 다정함은(아. 이것도 편견이겠지만) 나를 무장해제시켜 버렸다.
그 무뚝뚝한 외모에서 나온 다정한 말은 내 주위를 말캉하게 만들었다.
그런 사랑스러운 말들이 자주 들렸으면 좋겠다.
그러려면 내가 그런 말들을 자주 해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