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셋과 지구별 여행 중
이제 만 39살이 된 나는 몸에 수많은 흉터와 신체적 특징을 자기고 있다.
첫째, 윗니와 아랫니에 덧니가 고르게 분포되어 있다.
엄마와 아빠의 앞니는 가지런했다. 그런데 두 분이 나의 덧니를 대하는 태도는 사뭇 달랐다. 엄마는 나의 덧니를 보면 걱정을 하면서 언제 교정을 할지... 여자 아이의 앞니가 덧니로 있으면 보기 좋지 않을 수 있다며 교정을 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아빠는 자연적으로 가지고 있는 이가 가장 좋은 거라면서 너의 덧니도 매력이고 귀엽다고 말해주셨다.
치과에 가서 검사를 받았고, 치과선생님께서 앞으로 치료 방법에 대해 말씀해 주시면서 잘 생각해 보라고 하셨다. 결과적으로 나는 교정을 하지 않았다. 초등학교 3학년에게는 아픈 것이 가장 두려운 일이었다. 아빠 말대로 자세히 보면 나의 덧니는 그리 나쁘지 않았다. 귀엽고 예쁘다고 끊임없이 말해준 아빠의 말의 힘이기도 했다. 나는 나의 덧니를 귀엽고, 독특한 나의 매력이라고 생각하며 살았다. (후에 알고 보니 엄마의 가지런한 앞니는 교정으로 바꾼 것이었다. 아마 딸의 덧니가 본인의 유전이라고 생각해서 본인이 고쳐주고 싶어 하셨던 것 같다.)
둘째, 눈썹과 눈썹 사이 미간에 새끼손가락 한 마디 정도의 상처가 있다.
초등학생 때 1학년 때, 2층집이었던 친구네 집에서 놀았는데, 1층에서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높고 가팔랐다. 대리석모 양의 계단이 있었는데 내려오는 길에 그 계단에서 굴렀다. 너무 어릴 적이라 그 친구의 얼굴, 이름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그 집의 계단의 모양만큼은 기억이 난다. 사고가 난 기억은 없다. 내가 너무 어려서 일수도 있고, 사고 후 기억을 잃었을 수도 있다.
부모님의 기억에 따르면 사고 후 내 친구가 우리 집에 가서 부모님을 데려왔고, 아빠는 얼굴에 피범벅이 된 나를 오토바이에 태우고 병원으로 데려가셨다. 그날은 일요일이어서 인턴이 응급실을 지키고 있었고 그가 나의 이마에 7 바늘의 상처를 꿰맸다. 그런데 그 인턴의 실력이 그다지 좋지 않았던 모양이었다, 내 이마 한가운데는 누가 봐도 삐뚤빼뚤한, 꿰맨 상처가 훤히 보였다.
그런데도 엄마아빠는 다행이라고 하셨다 다친 위치가 달랐더라도.. 미간이 아니라 눈이 다쳤다면 나는 실명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엄마아빠는 내 상처를 볼 때마다 '운이 좋았지'라고 말씀하셨다.
미간의 상처 덕분에 나는 포청천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그때는 포청천이라는 중국 드라마가 유행이었다. 게다가 그때 나의 체격은 포청천의 포동포동한 체격과도 매우... 흡사했다.
한국에 사는 포청천은 고등학교 졸업 후에 레이저시술을 몇 번 받았지만 흉터가 깊고 커서 완벽히 제거되지 않았다. 그 흉터는 아직도 내 미간에 있다.
지금 태어났다면 포청천이 아니라 해리포터가 되었을 텐데...
덧니와 미간의 흉터는 내가 완벽하지 않고, 운이 좋다는 표시다. 그래서 좋다. 나의 몸에는 내가 살아온 역사가 남겨있다.
나는 덧니와 미간을 보며 불운과 행운에 대해 생각한다. 교정을 하고, 레이저치료를 꾸준히 받다 보면 내 상처를 없앨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하지 않기로 했다. 나는 완벽할 필요가 없으니까.
그 밖에도 내 몸에는 아주 많은 상처들이 있는데 하나하나의 에피소드를 가지고 있다.
-코에 여드름이 났었는데 내가 손을 잘못 댔다가 점이 됐는데 그게 코에 난 매력점이 되었다.
-한겨울에 배에 핫팩을 붙였다가 화상을 입은 자국이 있는데 그 이후로 너무 뜨거운 것은 몸에 대면 안된다는 교훈을 얻었다,
-3년 전 급성 두더라기로 온몸에 모기한테 물린 것 같은 자국이 남았는데, 면역과 관련돼서 생긴 것 같다. 이 흉터들을 볼 때마다 몸관리를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얼굴에 생긴 기미들을 보며 선크림을 잘 발라야겠다고 다짐한다.
언젠가 읽었던 책의 내용이다. 조화와 생화의 차이는 상처가 있는지, 없는지 차이라고. 살아있는 것들은 상처가 있는 것들이라고.
그래서 상처투성이인 내 몸이 좋다. 내가 살아있고, 살아간다는 증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