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셋과 지구별 여행 중
아이를 키우다 보면 왜 이렇게 미안한 일이 많은지 모르겠다.
아무 것도 모르고 태어났는데 기후 위기라서... 미안해
엄마아빠가 맞벌이라서 일찍 등원하고 늦게 하원시켜서... 미안해
엄마가 요리를 못 해서... 미안해
엄마가 청소할 에너지까지 없어서 집이 항상 더러워서... 미안해
특히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처럼 기관에 맡기고 하원을 시켜야할 때는 죄책감이 최고에 달한다.
'다른 애들은 일찍 가. 나도 일찍 가고 싶어.'
'오늘은 유치원 안 가면 안 돼?' 이렇게 이야기할 때는 마음이 미어진다...
그럴 때면 나는 일부러 더 오버해서 말한다.
친구들이 다 가고 나면 장난감 다 가지고 놀 수 있겠네~
선생님이랑 둘이 있어서 좋았겠다!
잘 기다려줘서 고마워
오늘은 울지 않고 씩씩하게 다녀와줘서 고마워
끝까지 선생님과 잘 놀고 장난감 정리도 잘 하고 신발도 잘 신고 나와줘서 고마워
엄마도 오늘 우리 00이 많이 보고 싶었는데 꾹 참고 일 열심히 하고 왔어. 잘 있어줘서 고마워!
엄마가 요리를 못해서 유치원, 학교 급식을 맛있게 먹는다.
엄마가 청소를 못해서 깔끔떠는 일이 없고, 면역력이 길러진다(고 믿고 있다.)
발에 널린 장난감 등을 피해다니느냐(밟으면... 엄청 아프다...) 운동신경이 좋아진다.
너희 아니였다면 엄마는 세상 제일 찌질한 사람이었을 수도 있는데, 집에서 목이 늘어난 잠옷을 입어도
엄마 예뻐, 엄마 귀여워, 엄마 사랑해 등으로 엄마 자존감 올라갈 수 있게 해줘서 고마워
오늘 하루도 잘 살고 싶어지게 해줘서.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