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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렸다고 생각한 시간들

임신.육아.출산.. 6년의 시간들

by 오로시

나는 세 아이의 엄마다. 첫째가 만 8세, 둘째 만 6세, 셋째 만 4세

엄마로서 나이도 8살.


첫째를 임신한 순간부터 셋째가 돌이 될 때까지 전업주부였다.

첫째를 낳기 전에는 아이를 보면서 집에 있다는 것이 힘들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남편도 퇴근 후 아이를 같이 돌볼텐데. 남편이 회사에서 일하는 것처럼 나도 집에서 내 일을 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게 내 마음대로, 내 뜻대로 되는 게 아니더라. 하루 종일 나와 같이 있던 아이는 남편이 퇴근 후에도 나에게 떨어지려 하지 않았고, 특히 졸릴 때는 더 심해졌으니까.

결혼을 할 때는 신랑과 나의 회사 중간에 신혼집이 있었는데 임신을 하면서 신랑의 회사 근처로 이사를 하면서 친했던 친구들과도 물리적으로 멀어졌다. 마음만 먹으면 갈 수도 있는 거리였지만.. 육아를 하면 그럴 시간과 여유가 없어졌다.

친구들과도 만나지도 못하고, 문화 생활도 못 하게 되고. (주말마다 영화관에 갔던 일상은 사라졌다.) 그렇게 살다보니 어느새 6년이 흘렀다.

다행히도 공무원이었던 나는 복직할 수가 있었는데 6년을 쉬어버리니.. 이제 일을 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괴로웠다. 일을 시작하려니 너무 겁이 났다. 내가 했던 업무는 기억도 안 나고... 퇴근 후 애들을 보는 이중 생활을 할 수 있을까. 6년동안 나는 아무 것도 한 게 없는데...? 이런 생각만 들었다.


그렇게 두려움을 안고 복직을 했다.


시간이 우선 없으니 어떻게 하면 일을 효율적으로, 잘 할 수 있을지 고민하면서 일을 하게 되니 나만의 시스템이 만들어졌다.

결혼 전에는 덜렁거린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육아 기간동안 아이들 영유아검진, 어린이집 행사 등을 챙기면서 메모를 습관화했더니 이제 꼼꼼하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예전에는 참을 수 없는 일들이 많았는데 이제는 왠만한 일에는 화가 나지 않는다. 6년 동안 나는 참을 인을 새기면서 살았기 때문이다. 그에 비하면 업무에서 마주치는 일들은 웃으면서 넘길 수 있다.


곰이 동굴에서 마늘과 쑥을 먹고 버텨 인간이 된 시간이 100일이라면. 나는 6년이다!


6년동안 애키우면서 집에만 있었다고 생각했었는데...

그 시간들이 어둡고 답답하게만 느껴져서 위축됐었는데..

생물학적으로 나비가 고치를 만들지 않는다지만

나에게 그 6년은 고치 속 같았다.

빛도 없고, 끝도 보이지 않던 시간.

하지만 그 속에서 나는 나비가 될 준비를 하고 있었나보다.

그 시간은 나비가 되기 위해 어두운 고치 안에 있던 시간들이었다.


이제는 새벽에 운동도 하고, 글도 쓰고, 즐겁게 일도 하고, 퇴근 후에는 제 2의 출근길이라 할 수 있는 집으로 간다. 그리고 짬짬이 시간을 내서 친구들도 만난다.

이 모든 것들이 어두운 고치 안의 시간들이 없었다면 소중함을 느끼지 못했을 것들이다.

세상으로 나오니 나는 달라져있었다.


남편은 가게에 일하시는 분들이 엄마들일 때 믿음이 간다고 했다.

-저 분들은 멀티플레이가 되는 분들이야. 그래서 일도 효율적으로 하고 손도 빨라

-아이를 키워본 사람들은 책임감이 강해.

-상대방의 마음을 잘 헤아려줘. 의사소통능력이 좋아.


이또한 선입견일수도 있지만 내가 본 엄마들은 강했다.

처음부터 우린 그런 사람들은 아니었을 거다.


버려지는, 쓸데없는 시간은 없다.

힘들고 아픈 시간을 지나서 강해진다.

다 나중에 써먹을데가 생기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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