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목 염좌
내 신체에서 가장 약한 부분을 말하자면 발목이다.
발목을 자주 접질려서 조심해야 하는 부분인데 사람은 망각의 동물인지라... 정신 놓고 다니다 보면 또 접질리고 만다.
발목 접질림의 역사로 돌아가보면 20년 전.
비 오는 날, 아르바이트를 하기 위해 마을버스를 타고 역에서 내렸는데 미끄러져서 왼발을 접질렸다.
-우두두둑
발목에서 뭔가 끊어지는 소리가 들렸고 식은땀이 흐를 정도로 아팠고 그날 아르바이트하는 곳까지 절뚝이며 걸어가 오늘 일을 못하겠다고 말씀드리고 택시를 타고 병원으로 갔다.
당시 나는 극장 아르바이트생이었기에 장시간 서 있지 못해서 내 의지와 상관없이 그만두게 되었다. 재미있었는데...
병원에서 반깁스를 하고 회복했는데 20살의 회복력은 빨랐다.
그 다리로 친구를 만나고 코엑스를 돌아다니고...
그렇게 치료의 첫 단추를 잘못 낀 이후로는 1년에 한두 번씩 삐끗했고
그로부터 10년 후. 신혼여행을 다녀온 후로 발목재건수술을 받았다.
(나는 그 10년 동안 여행도 참 많이 다녔었는데 발목 불안정성 때문에 여행 가기 전까지 침을 받고 여행 가서는 발목보호대를 차고 다녔었다..)
왼쪽 발목이 튼튼해지니 오른쪽 발목이 삐끗하기 시작했다.
4년 전에는 복직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침대에서 내려오다 침대 밑에 있던 장난감을 보지 못하고 다리를 삐끗하면서
(역시나 우두둑. 소리가 나며 인대파열) 반깁스를 하게 됐다.
그때는 아이들도 1,3,5세로 어려서 손이 많이 가던 때였는데
반깁스 하는 동안 가족 모두가 코로나에 걸려 내 인생 최악의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반깁스+육아+코로나..... 쓰리콤보)
이번 태국 여행 중에도 앗! 소리가 나는 정도의 발목 접질림이 있었지만 다행히도 괜찮았었는데....
그때는 엇! 큰일 날 뻔했다!!! 이 정도의 느낌이었다.
어제는 반찬사고 오는 길에 차에 타려고 문을 열었는데 바닥이 고르지 못한 면에 발을 디디다가 발이 또 삐끗했다.
나는 듣고 말았다.
뚝! 하고 뭔가가 끊어지는 소리를...
순간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하면서 이건 단순한 염좌가 아니라는 느낌을 받았다.
발을 땅에 디딜 수도 없고, 통증은 느껴지고 가장 중요한 건 나의 촉.
망.했.다.
불길한 느낌은 인생의 빅데이터가 알려주는 정확한 신호다.
집에 와서 심장보다 높이 발 올리고 얼음찜질을 하고 쉬었다.
그래도 10년 동안 수술한 왼쪽 발목은 크게 다친 적이 없었는데 이번에 다친 곳은 왼쪽 발목이라 불안하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다.
이번에는 최소 2~3주는 또 반깁스 해야겠구나... 생각을 하니 답답하고 깜깜하다.
(그래도 많은 경험으로 어쨌거나... 시간은 간다...라는 것도 안다)
그러다가 나의 긍정회로는 또 새로운 면을 보여주었다.
그래도 태국 여행 중에 안 다쳐서 다행이야!!
태국에서 다쳤다면 걸을 수도 없었을 텐데... 숙소에서 누워만 있었을 뻔했구나.. 그 많은 짐들을 어쩌고!
좁은 이코노미에서 발을 올리지도 못하고 왔을 거를 생각하니... 아파도 집에서 쉴 수 있다는 게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의 지극정성한 마음을 받고 있자니 아프지만 기뻤다.
그리고 지금은 아이들이 커서 엄마가 다쳤다니 자기들에게 심부름을 시키라며 척척이다.
엄마 누우라며 침대온열매트에 전원을 켜주고, 이불을 정돈하고 내가 필요한 것들도 착착 가져다주며
내 침대 밑으로 모여서 편지와 그림을 써준다.
첫째는 내가 이동할 때 옆에서 든든하게 받쳐주고 있고
막내는 빨리 나으라고 막내는 부채로 발을 부쳐주고 있고(도움은 안 되지만) 호호 불어준다.
이런 순도 100퍼센트의 마음을 받고 있자니... 감격스러웠다.
빨리 나아서 같이 걷자는 둘째 아이의 편지를 보니 눈물이 또르르..
엄마가 아파서 슬프다고 울어주는 아이를 보는 것만으로 몸은 아프지만 마음은 치유되는 기분이다.
(내 말을 잘 듣고 감동을 주는 건 20분?? 그 이후에는 또 소리를 질러야했지만....)
이렇게 자주 다치는 거 보면..
이제는 내 발목이 아니라 내 문제가 아닌가 싶다.
걸음걸이의 문제인가? 바닥의 지면을 확인하지 않은 부주의함인가?
한동안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방심했나?
인생이 그런 것 같다.
발목을 다치고 난 직후에는 발목 강화 운동도 열심히 하다가 그것도 흐지부지해진다.
아프지 않은 것이 당연하게 느껴질 때면 내 행동과 태도는 이전으로 돌아간다.
조심할 때는 문제가 없다가 잠시 한눈파는 사이에 내 뒤통수를 치고 간다.
방심하다 다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