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셋과 지구별 여행 중
우리 가족의 여행은 나와 남편의 협업과 분업으로 진행된다.
공동역할-여행 갈 도시 정하기, 아이들 돌보기
나의 역할-호텔 예약하기, 짐 챙기기, 현지여행 계획하기, 가계부 적기
남편역할-비행기 등의 교통편 담당, 환전하고 돈 계산, E-sim 알아보는 등 통신업무(?), 시간 맞추기.
이런 협업과 분업으로 우리는 아이들과의 여행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진 셈이다.
몇 년에 걸쳐 찾은 우리의 가장 효율적인 방식.
결혼 전에는 혼자 여행 가는 걸 좋아했기에
여행 갈 곳 정하기부터 한국으로 도착까지 모든 결정과 선택은 오롯이 내 몫이었다.
계산에 약해도 어떻게든 계산을 해야 했고,
시간관리를 잘 못해도 공항에는 몇 시까지 도착해야 하고, 버스를 타기 위해서는 몇 시에 숙소에 나가야 하는지 등등 시간 계획도 스스로 세워야 했다.
계획은 잘 세우지만 실행력이 약한 나.
실행력은 강하지만 꼼꼼하지 못한 남편.
우리는 각자의 장점을 살려 여행을 추진한다.
나는 오늘 여행 동선을 이야기하면 남편은 거기에 맞춰 시간을 세운다.
남편은 시간을 기가 막히게 잘 세운다. 그 '기가 막히게'의 기준은 나다. (나보다 낫기 때문에 언제나 그의 시간 계획이 완벽하게 보이는 것뿐. )
나의 계획을 듣고 무리라고 판단하는 경우는 그날 일정을 수정한다. (나는 무리한 계획을 세우는 경우가 많다...)
같이 있을 때는 시너지를 발휘한다는 장점은 있지만
내가 취약한 역할에서 벗어나니 그 부분은 점점 더 약해지는 것 같다.
이렇게 잘 맞물려가는 톱니바퀴는 조건이 있다.
우리 둘이 함께 해야 한다는 것.
한 개의 톱니바퀴가 빠졌을 때는 우리는 멘붕이 온다.
내가 10년 전에 환전했던 방법-은행에 가서 그날 환율에 따라 돈을 바꾼다.(해외에서 카드 사용이 안 되던 시절,,,)
현재 환전 방법-미리 은행앱으로 환전 신청한 후 인천공항에서 받는다. 해외에서 사용가능한 카드를 발급받고 모자란 부분은 그 나라에 가서 인출해서 사용하거나 카드로 사용한다.
10년 전에는 해외 나가서 현재 사용하는 폰으로 연락을 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었는데
지금은 남편이 내 폰을 뚝딱뚝딱 설정만 하면 현지에서 데이터를 사용하고, 통화도 할 수 있다.
나는 남편이 없다면 공항에서부터 세상으로부터 단절된 느낌을 받을 것 같다.
나의 방법은 10년 전에 멈춰져 있다.
환전하고 이심(유심) 사용하는 방법이야 정보가 넘치는 인터넷에서 찾아보면 할 수 있겠지만
해보지 않은 영역이라 벽 앞에 서 있는 기분이다.
반대로 남편은 내가 없으면 짐을 못 찾는다;;;;
오늘의 계획은 나에게 묻는다.
때로는 그때가 그립기도 하다. 독립적이었고 뭐든 혼자 결정하고 선택했던 그때가
계획이 틀어져도 내가 한 결정에 대한 책임이기에 감당할 수 있었다.
비행기를 놓쳐도 숙소가 없어도 혼자는 감당할 수 있었다.
지금은 성인 2명이 3명의 아이를 데리고 여행을 해야 하기에
본인 1명을 포함해 2.5인의 역할을 맡고 있는 셈이다.
이제는 모험보다는 안전을 택하고, 더 비싸더라도 불확실성보단 확실한 것에 돈을 지불한다.
우린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찾았지만 의존적이 되었다.
내가 혼자 살았다면 독립적인 사람인 되었겠지만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살아가는 존재인 인간(人間)의 면은 부족했을지 모른다.
홀로 서기만 했던 내가 서로를 기대는 모양이라는 사람(人)이 되어가는 과정일지도 모르겠다.
혼자 하지 못하는 일들이 생겨나고 그래서 불안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기댈 수밖에 없는...
아이들과 함께하면서 나는 사람(人)이 되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