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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출근길에 교통약자석에 앉아 곤히 잠든 청년을 만났다. 그는 이어폰과 마스크를 낀 채 살아있는 걸 증명하듯 숨을 뱉고 마셨다. 울컥 그에게 미운 마음이 들었지만 영문 모를 사정이 있을 수 있으니... 그러니까, 약자일 수 있으니 이런 마음도 나의 이기적인 관념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내가 을지로 3가에서 내렸을 때, 4번 출구를 오르는 계단에서 그를 만나게 되었다. 건강히 계단을 오르는 모습을 보고, 미운 마음이 들지 않았다. 점점 냉소적 인간이 되어가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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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내 삶에 가득한 건 당장의 일을 해내는 것이다. 그것은 업무뿐만이 아니라, 당장의 밥을 먹는 것, 당장의 잠을 자는 것, 당장의 관계를 잘 유지하는 것, 당장의 책임을 지는 것, 당장의 유흥을 위해 핸드폰을 보는 것, 당장의 등결림을 해결하기 위해 척추를 괴랄하게 꺾어대는 것.
느리고, 예방하고, 지향하고, 꿈을 꾸고, 생각하는 것과는 아주 정반대의 삶을 산다. 아주 잘하는 짓이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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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에는 다양한 종류가 있는데, 내가 보여주고 싶은 모습을 가장 진실되게 표현하는 건 입과 손에서 나오는 말이 아니라는 걸 요즘 많이 느낀다.
4
혈기가 사라지니 불안도 사라져 간다. 불안도 힘이 있어야 내는 것이란 걸 아주 어렴풋이 알아가는 내가 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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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중요한지 잘 모르겠다면, 지금의 굴레에서 의도적으로- 잠깐이라도 빠져나와야 한다. 조만간 여행길에 오를 예정이다. 깨달음은 없어도 되니 생각이라도 하며 살자, 일경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