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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경 Dec 31. 2021

2021년을 마무리하며

바이러스가 세상을 덮친 지 벌써 2년이 되었다. 이제는 ‘코로나 19’라는 이름을 붙이기에도 어색한 녀석들의 침공이 연이어 이어지는 시대가 왔다. 그래서인지 올해는 작년보다 연말 분위기가 더욱 나지 않는 것 같다. 2년간의 양상을 보았을 때 연말 분위기는 결국 사람이 있어야 가능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한 해를 추억하는 것도 다가올 내년을 기대하는 것도 어떤 형태가 되었든 사람과 사람이 함께 있어야 진정한 힘을 발휘한다는 것이다. 오늘날은 작년 같은 시기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이 병에 걸리고, 생을 마감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하필이면 기록적인 한파까지 이어지니, 사람끼리의 유대는 옅어질 수밖에 없지 않을까. 이럴 때일수록 우리는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 글쎄, 얕은 고민 이후에 내린 미천한 답은 분위기에 휩쓸리지 말고 나 자신에게 더욱 집중하자는 것이었다. 그리고 조금은 무책임하지만, 계속해서 희망을 노래해야지, 자신이 탄 배보다 거대한 청새치를 잡기 위해 두 손힘을 꼬옥 준 노인의 마음처럼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희망을 노래해야지.     


그리고, 어김없이, 올해도 이야기와 함께 정리하자면,     


상반기에는 학교에서 쫓겨나듯(?) 졸업을 했다. 누구나 그렇듯 오래 소속되어 있었던 조직에서 자의가 아닌 타의로 나오게 된다면 공포를 머금게 된다. 나 같은 경우, 그럴 땐 그저 가만히 웅크려 앉아 벌벌 떨기보다는 뭔가를 계속하려는 성미를 가지고 있는데 내향적인 성격이 기본값으로 깔린 사람인데도 항상 이런 상황이 찾아오면 행동을 멈추지 않는 것이 참으로 신기하면서 문득 궁지에 몰린 쥐는 고양이도 문다는 말이 떠올랐다. 아무튼, 코로나 때문에 대면 졸업식이 취소되어 사실상 언제 졸업을 했는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나는 뭐든 손에 쥐어지는 일은 다 했다. 평일과 주말은 물론 낮과 밤의 기준도 없이 그저 열심히 일했다. 이제 와 생각해보면, 그 일들은 그다지 나의 성장에 도움이 되는 일은 아니었으나, 공포에 떨고 있는 나를 위로해주는 역할은 분명히 해주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다가 좋은 기회로 학교 선배님들과 예술 작업을 하게 되었다. 선배님들과 예술 작업을 하게 되면서 나는 스스로 예술을 하는 사람이라는 정의를 내릴 수 있게 되었다. 상, 하반기를 통틀어 이야기하자면 내년 2월에 올리게 될 연극 작업을 3월부터 진행하기 시작한 것을 필두로, 내가 기획하고 연출한 연극(거리두기로 취소되었지만)과 작가로 참여한 두 개의 전시를 진행했고, SDGs를 배우고 표현하는 문화예술 프로젝트를 참여했으며, <서울청년예술인회의>라는 이름의 거버넌스 일원이 되어 행위자의 포지션을 벗어나기도 했다. 선배님들과의 인연이 없었더라면 이토록 다양하고 많은 프로젝트와 귀한 사람들을 만날 수 없었으리라. 이 글을 계기로 아무것도 모르는 새파란 후배를 믿어주시고, 계속해서 나의 행보를 응원해주시는 선배님들께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다.     


더해서, 상반기의 가장 중요한 이슈는 내 첫 번째 산문집을 출간했다는 것이다. <반대로 오는 것들에 대하여> 텀블벅 펀딩 프로젝트는 생명권을 존중받지 못하는 누군가를 돕기 위하여 지인인 H 디자이너님, S 그림작가님과 함께 기획한 기부 프로젝트였다. 다행히 기분 좋게 기부할 만큼의 금액이 모여서 수익금을 전액 유기동물 단체에 기부하게 되었다. 나중에 들어보니 동물들의 집을 짓는 데 사용이 되었다더라. 우리의 뜻이 그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다면 나의 글은 의무를 다했다고 생각한다. 책 이름 <반대로 오는 것들에 대하여>는 허무와 우울, 부정이 가득한 글이지만 그를 통해 읽는 사람을 포함하여 어떤 형태로든 그 책과 관련되어있는 모든 이들이 행복하기만을 바랐기 때문에 지어진 제목이었다. 그 소망이 이루어졌는지는 확신할 수 없으나, 적어도 나는 행복했다. 나에게만큼은 그 모든 것들이 반대로 돌아온 것이다.


하반기의 큰 이슈는 글쎄, 위에 언급한 문화예술 관련 업무를 제외하고 이야기하자면, 취업에 성공했다는 것이다. 제대로 된 첫 번째 직장생활이었다. 회사는 교육의 근본적인 의미(왜 우리는 배워야 하는가? 우리는 어떻게 배워야 하는가? 등)에 근간하여 여태까지 대한민국에서는 선보이지 않았던 교육 방법을 제시하고 이를 서비스하는 스타트업이다. 회사 구성원들은 성장 욕구가 매우 강한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들이 만든 서비스를 제공하다 보니 주 고객의 성향 역시 성장 욕구가 매우 높다. 나는 이토록 나를 기록하고, 나를 생각하고, 나의 미래를 그리는 사람들이 모여있는 집단을 본 적이 없다. 그래서인지, 그리 성장에 성실하지 않은 성미를 가진 나도 자연스럽게 그 에너지를 받게 되어 계속 성장! 성장! 성장!을 외친다. 이것이 지금 내가 생각하는 교육의 의미다. 교육은 내가 배웠을 때 얻게 되는 성취와 앞으로 내가 얻고자 하는 목표의 미래를 그림으로써 느끼게 되는 행복의 결합체다. 어제의 나를 잊지 않고, 오늘의 나를 사랑하고, 내일의 나를 그리며 행복해하는 것 이상으로 인생의 큰 의미가 있는가? 인생의 의미에 대한 잣대를 들이 밀만큼 현재 나는 내 일이 매우 자랑스럽다. 내가 앞으로 얼마나 더 이 일을 할지 모르겠지만, 2022에는 보다 우리(회사)가 소망했던 것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많은 사람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 행복에 내가 작게나마 꼭 이바지할 것이다.     


올해를 정리해보니 계속 무언갈 하고, 하고, 또 했다. 그렇지만 사실은 나 자신의 성장에 의미 있는 것을 얻었는가에 생각하면 글쎄,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나는 그 사실이 묘하게 슬프다. 모 코미디언이 시상식에서 대상을 받으며 본인을 저평가 우량주라고 말해준 누구께 감사하다는 말이 생각이 난다. 2021의 나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나는 나 자신에게 어떤 평가를 할 수 있을까? 2022에는 더욱 의미 있는 성장에 초점을 지녀야겠다. 성장, 성장, 성장! 진정한 희망을 노래하려면 그에 맞는 자격을 가지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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