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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경 Dec 12. 2022

여는 글

기록이 가진 힘을 생각합니다. 꾸준히 변하는 세상 속에서 소중한 것들은 얄궂게도 너무 쉽게 휘발되곤 합니다. 물론 보내야만 하는 것에 작별 인사를 하는 마음도 중요합니다. 작별의 태도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리 하지 못하고 우둔히 펜을 드는 심정은 슬프면서도 행복합니다. 그게 내가 사는 이유 같아서요.


이 책은 그렇게 휘발되는 소중한 것들을 부여잡은 흔적의 묶음입니다. 책의 흐름을 매끄럽게 하기 위해 편집 과정에서 부단히 노력해봤으나, 연관성이 부족한 흔적을 억지로 이어 붙이는 것도 이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하여, 이 책의 흐름은 초콜릿 상자와 같다고 생각해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마주하게 될 글은 읽는 당신께 기쁨을 드릴 수도, 혹은 불편을 드릴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입에 넣어 음미하는 동안에는 천천히 즐겨주세요. 이 기록이 내가 아닌 당신을 위해 썼다는 마음을 담았으니, 그것이 당신으로 하여금 조금이라도 느껴질 수 있다면 너무나 좋을 것 같습니다.


이 책을 내기까지 많은 도움과 응원이 있었습니다. 스스로 작가가 아닌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저였기에 출판의 명분이 사그라들 수밖에 없었는데요. 그럴 때 늘 작가로서의 정체성을 깨닫게 해 주셨던 많은 독자 님들께 감사를 드립니다. 특히 이 책의 출판이 실질적으로 가능할 수 있게 큰 도움을 주신 기하늘 디자이너 님과 정한솔 작가 님께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두 분의 행복과 안녕을 마음 깊이 빕니다.


그리고 이 책의 이유라고 할 수 있는 나의 스승님, 이원기 교수님께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천둥벌거숭이 같은 제자에게 사랑하고, 베푸는 것이 고귀한 삶이라는 것을 가르쳐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저는 그런 교수 님의 뜻을 담아 사랑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허허벌판 같이 펼쳐진 삶 한가운데, 방향도 알지 못하고 움직이는 작은 사람이지만 묵묵히 걸어가겠습니다. 제가 사랑하는 것을 믿으면서요. 


끝으로 교수 님께서 제자의 공연 프로그램 북에 써주신 문장으로 여는 글을 마무리합니다. 모두 사랑하세요! 그렇게, 행복하세요.


길 위를 한 아이가 걷고 있네

이제 냉엄한 관객 앞에서 무엇 하나 제대로 된 것 없는 볼거리를 펼쳐 보일 제자들을 바라보노라니, 문득 가는 길도 모른 채, 그러기에 두려움도 부끄러움도 없이 맑은 얼굴로 헤헤 거리며 뒤뚱 뒤뚱 길을 걷는 어린애를 지켜보는 심정입니다.

"힘들겠지만 좌절하지 말고 계속 걸으렴, 아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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