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베르 카뮈 <이방인> 독후감
"그건 명백했다. 그러나 인생이 살 만한 가치가 없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다. 따지고 보면 서른 살에 죽느냐 예순 살에 죽느냐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나도 모르는 바 아니었다. 둘 중 어느 경우가 됐든 당연히 다른 남자들과 다른 여자들은 살아갈 것이고, 수천 년 동안 그럴 것이다. 요컨대 이보다 더 명백한 것은 없다. 지금이건 이십 년 후건 언제나 죽는 것은 나다.
어차피 죽는 바에야 어떻게 죽든, 언제 죽든 그런 건 당연히 문제가 아니다. 그러므로, 그러므로, 나는 내 상고의 기각을 받아들여야 했다."
이방인의 화자 뫼르소가 사형 선고를 받은 뒤 상고를 하지 않았을 때 한 말이다. 그는 세상과의 접점을 형성하지 않은 인물이다. 자신의 어머니가 죽었지만, 죽은 사실을 인정할 뿐 그로 인해 본인의 삶은 어떠한 영향을 받지 않았다. 가령 어머니의 죽음에 슬픔을 못 이긴다던지, 새로운 삶의 원동력을 얻는다던지와 같은 영향은 뫼르소에게 전혀 일어나지 않았다. 그는 어머니의 장례식을 치른 다음 날, 여자와 영화를 보고 해수욕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이는 책 속에서도 그려지지만, 합리적이지 않은 도덕관념으로 표현된다.
뫼르소가 해변에서 아랍인을 총으로 쏴 죽였을 때도 마찬가지다. 그가 아랍인을 총으로 쏴 죽인 건 우발적이면서, 우발적이지 않다. 총구를 겨누던 뫼르소를 향해 아랍인이 칼을 빼 든 순간, 칼에 스며든 강렬한 태양빛에 눈이 부셔 뫼르소는 아랍인에게 총을 쏘고 말았다. 그리고 뫼르소는 널브러진 시체를 향해 네 발의 방아쇠를 당긴다. 이는 명백하게 의도를 담은 살인이었다고 책에서 표현되고 있는데, 그 이유는 죽음에 이르게 한 총알 한 발 때문이 아닌 죽음 이후의 네 발 때문이다. 그러나 뫼르소는 네 발의 이유보다 죽음에 이르게 했던 한 발에 집중하는 태도를 보여줬다. 이미 죽어 있는 시체에게 왜 네 발을 쏘았냐는 검사의 질문에 침묵으로 일관하던 그가 사형 전 마주한 신부에겐 그저 태양빛이 강렬해서 쐈다는 것을 울분을 토해내 듯 말한 점에서 이를 유추할 수 있다.
그는 어떤 현상에서 벌어진 연관관계를 전혀 신경 쓰지 않는, 아니 그렇게 하지 못하는 태도를 일관하고 있다. 사회는 하나의 유기체로 연결되어 어떤 작용이 있으면 그에 관련한 연쇄작용이 벌어지기 마련인데, 이는 사실 논리적이지 않을 때가 많다. 그럴 때 주로 쓰이는 말이 '인간적으로'라는 말이다. 이 말은 '인간적으로 말이 되나?' '인간적으로 그러면 안 되지.'와 같은 상황에서 주로 쓰이는데, 뫼르소는 그와 같은 도덕관념과 공동체 의식에 반하는 성질을 지니고 있다. 그는 본인이 느끼는 것을 스스로 판단하고, 스스로 납득할 수 있는 일에만 진심으로 반응한다. 그리고 본인의 죽음이 다가올 때, 그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에 관한 사항 역시 '스스로' 결정한다. 이것이 <이방인>에서 표하고 싶은 주제가 아닐까 싶다.
우리는 사회에서 생기는 연쇄작용으로 자신을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 현재 내가 하고 있는 직업으로 나를 소개(정의)하거나, 내가 행동하는 것을 본 타인이 '너는 이런 성격(사람)이야.'와 같은 말에 동조를 하는 것과 같이. 책은 사회 작용이 주체를 가진 삶은 결국엔 아무 의미 없다는 점을 말한다. "언제나 죽는 것은 나다."와 같은 말을 한 뫼르소처럼, 우리는 더욱 냉정하게 나 자신을 바라보는 노력을 해야만 한다. 그 무엇도 나 대신에 삶을 살아주는 사람도, 죽어주는 사람도 없기 때문이다. 아무런 연관 관계를 구축하지 않고 오로지 나 자신에게 집중하는 삶이 고귀한 것임을 뫼르소는 본인의 죽음을 통해 말해주었다.
책 속의 뫼르소가 유일하게 행복했던 장면은 여자와 해수욕을 하며 사랑을 나눌 때가 아닌(물론 그는 수감 생활 간 이를 매우 그리워했지만, 그것은 단순히 욕정 때문이었다), 사형 전날 밤의 창살 밖 뱃고동 소리, 신호 빛, 밤 냄새, 소금 냄새, 별 빛이 보여준 철저한 무관심에서 이루어졌다. 뫼르소는 이들과의 접촉을 세계의 정다운 무관심이라고 표현했다. 자신만이 이 세상에서 철저하게 혼자라고 느꼈던 뫼르소가 세상의 모든 것들은 혼자라는 것을 깨달았을 때, 비로소 행복을 느낀 것이다.
모든 것이 혼자인 것을 깨닫게 되었을 때, 비로소 세상의 부조리가 납득이 된다. 그것은 내 죽음보다 값진 소중한 깨달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