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의미는 부여하는 사람의 몫이라고 했던가
무의미의 축제는 이 세상에 아무도 더는 신경 쓰지 않는, 아니 애초부터 누구도 인식하고 있지 않은 것들에 관한 이야기를 담았다. 인식하고 있지 않는 것이라 함은 우리의 윤리, 도덕 상식으로 감히 대입해보지 않은 것들이 그러하고 인류 역사에 존재하지 않았던, 생길 뻔했어도 너무나 하찮아서 담론을 나눠볼 가치도 없었던 관념과 지식이 그러하다.
얕은 시선으로 보면 우리는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인식하지 않은 것에 관한 이야기들이 무의미하고, 쓸데없다고 생각할 수 있겠으나, 이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오히려 우리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과 충분히 인식하고 있는 것들의 무의미성을 이야기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이 책은 늘 어떤 의미를 부여하며 살아가고 있는 우리의 입장에서 의미의 무의미성을 이야기하기도, 무의미의 의미성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말장난과 같이 들릴 수 있는 이 주장 역시 무의미하면서도, 의미 있는 것처럼.
2. 의미의 무의미성
우리가 정의한 의미엔 많은 에너지가 담겨있다. 아니, 우리는 의미를 지정한 것에 많은 에너지가 담겨 있다고 '믿고' 있다. 그와 같은 믿음 때문에(또는 덕분에) 우리는 의미에 무의미성을 대입하지 않는 것은 물론, 의미가 지닌 진리(라고 믿는 것)를 의심하지 않으며, 심지어 인지의 필요성도 느끼지 못해 망각하고 지낸다. 예를 들면, '우리는 맛있는 걸 먹었을 때 웃음이 나온다.'와 같은 당연한 이야기(의미)에는 아무 의심도 품지 않는 것은 물론, 그것에 관해 인식조차 하지 않는 것처럼.
그러나 굳건하게 정립되어 있던 의미가 무의미가 되는 순간은 의미를 부여하는 인간의 수가 복수가 되는 순간부터 이루어진다. 다시 말해, 당신이 '우리는 맛있는 걸 먹었을 때 웃음이 나온다.'라는 의미가 거식증에 걸려 음식 향만 맡아도 토악질이 나오는 누군가에겐 충분히 반감을 살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순간부터 숨겨져 있던 의미의 무의미 성은 발현 되는 것이다.
좀 더 이야기를 하자면, 우리는 이 의미의 참과 거짓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닌 이 의미의 본질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이다. 누군가에게 위 의미는 참으로 발현되고, 누군가에겐 거짓으로 발현된다. 누군가에겐 행복으로, 누군가에겐 고통으로 발현된다. 그렇다면 이 의미는 3자 입장에서 어떤 의미를 가져야 할까? 나의 입장으로 투영하여 해당 의미를 판단하고, 인지하면 되는 것일까? 그렇다면 나는 온전히 맛있는 걸 먹었을 때 웃음이 나온다는 의미에 대해서 납득할 수 있는가? 나는 그것에 한 치의 의심도, 생각도, 고민도 없이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가? 인식하지 않은 새로운 관점이 나오고, 그것에 관해 옳고 그름을 따지고자 하는 욕구가 발현되는 순간부터 의미는 숨겨온 무의미성을 보여준다.
3. 무의미의 의미성
그렇다면 아무 의미 없는 것들 천지인 이 세상, 우리는 어떤 의미를 가지고 살아야 하는가? 다시 처음으로 돌아와서 이야기를 전개하자면... 의미는 부여하는 사람의 몫이다. 사실 의미는 그렇게 크게 중요하지 않다. 어쩌면 모든 것의 의미를 중요하게 받아들이는 관념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도 있다. 모든 것을 무의미하다 깨닫고 세상을 바라보는 순간, 우리는 모든 것을 평등하게 바라보는 눈을 가질 수 있다는 게 내 생각이다. 돈, 꿈, 미래, 사랑, 가족, 친구, 건강, 집, 음식, 강아지, 연필, 핸드폰, 도토리, 풀잎, 개구리, 전기, 물, 손톱깎이, 인간, 죽은 인간, 위인, 알려지지 않은 위인, 천사와 악마, 신과 먼지. 내게 이것들은 무슨 의미를 가지고 있는가? 모든 것이 무의미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세상을 바라봤을 때 진정한 의미를 찾고, 부여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는 것은 아닐까? 세상이 정의한 의미는 나라는 타인으로 무의미가 된다. 내가 정의한 의미도, 세상을 통해 무의미가 된다. 결국 모든 것이 무의미한 것에서 나는 의미를 굳이 부여하는 것이다. 근데, 어떻게? 내가 의미를 정의하는 순간부터 그것은 무의미 해지는데... 이것을 어떻게?
책에선 결국 무의미하고도 뚱딴지같은 상황에서 발현된 우스꽝스러운 분위기, 자유, 그리고 사랑에 의미를 부여했다. 결국 한 줌 재와 같이, 의미를 부여할 새도 없이 휘발되어버리는 무의미한 것에 의미를 부여한다. 이제 우리는 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 모든 의미는 무의미하고, 무의미에 의미를 부여하는 건 나지만, 그 의미는 내가 의미를 부여하기도 전부터 이미 사라져 버린다는 것을. 이 세상에 이미 없는 것을 기억이라는 도구로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인간임을, 참 바보 같고 하찮지만 그렇게 얼렁뚱땅 부여한 의미를 긁어모아서 삶을 지속할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인 것을,
얄궂지만 인정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