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가 아닌 '아래'
태어나서 유년기, 청소년기, 성인, 심지어 노후에도 삶을 살아가는 태도를 항상 발전적인 방향, 어제 보다 더 나은 오늘이 되기 위해 또 오늘 보다 더 나은 내일이 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삶을 지향한다. 그리고 그것이 마치 잘 살아내는 것이라는 사회적 합의가 되어 있는 듯하다.
그래서 세대를 불문하고 모든 사람들이 성실하게 처절한 몸부림을 통해 자신의 모습을 더 좋은 방향으로 바꾸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오래간만에 생긴 여유 시간에도 가만히 앉아 쉬지 못하고 쫓기듯 여행이나 취미생활을 만든다. 그렇게 우리는 항상 내가 위치해 있는 곳보다 더 높은 곳을 바라보며 살아간다.
가끔은 '위'가 아닌 '아래'를 깊고 심오하게 들여다보는시간도 가져보는 게 어떨까?
평온한 상태에서는 느낄 수도, 경험할 수도 없는 가슴속 깊은 감정선을 건드리기 위해서는 밑을 봐야 한다.
제 아무리 성공한 사람도 그의 인생 전체 중에서 가장 밑바닥인 순간이 있었을 것이다. 그 밑바닥에서만 느낄 수 있는 슬픔, 애잔함, 고통과 같은 감정들을 느낄 때 가슴은 뜨겁게 달궈지며 심장은 소용돌이치고 눈시울이 시큰시큰해지는 그런 경험을 해본 적이 있는가? 그것은 또 삶의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어쩌면 삶의 근원이 되는 것은 항상 뭔가를 추구하며 성취해내는 것이 아니라 저 밑바닥에서 느끼는 인간의 군상이 진실 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태주의 책을 보다 우연히 춘화현상(春化現象)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춘화현상은 어떤 식물이 꽃을 피우기 위해 일정 기간 저온(차가운 온도)을 경험해야 하는 현상을 말한다.
이 현상 덕분에 식물은 계절을 인식하고, 시기를 놓치지 않고 꽃을 피울 수 있다고 한다.
그 책에서 소개된 일화가 있다. 호주에 이민을 간 한국사람이 개나리가 보고 싶어서 호주에 심었더니 꽃이 피지 않았다고 한다. 항상 따듯하기만 한 호주에서는 개나리가 꽃피울 수 없는 것이다.
어쩌면 우리의 삶도 추운 겨울이 꼭 필요한 개나리처럼 밑바닥의 삶을 깊게 사유하는 시간을 지나야 따듯한 봄과 예쁜 꽃이 우리를 맞이해주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