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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언명 May 20. 2022

외국어를 잘하는 아이로 키우는 비법

드라마만 봤을 뿐인데 영어를 잘해요.


많은 부모님들이 자녀들이 공부를 잘하기를 바라고, 좋은 대학 나오고 안정적인 직업을 가지기를 바란다. 전 세계 모든 부모의 마음일 것이다.


어른들은 아이들을 공부는 잘한다 못한다로 나누기 보다, 어떤 분야의 공부를 했다 안 했다로 봐야 할것이다. 누구라도 나이 불문하고 어떤 공부든 흥미를 느껴 하게 되면 투자한 시간만큼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말콤 글래드웰이 <아웃라이어> 책에서 말한 '일만 시간의 법칙'에서도 이 점을 강조했었다.


나도 비록 띄엄띄엄 한 공부였지만, 몇 년 동안 공부한 중국어로 HSK5급에 통과하기도 했다. 계속하면 잘하게 된다는 것이 맞는 이론임을 증명한 셈이 되었다.


오늘은 아들 바오로의 외국어 공부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한다. 모든 아이에게 이 방법이 맞는다고 볼 수는 없다. 사람마다 성격과 취향이 다르다. 혹 이 방법이 맞는 분도 있겠지만 모두에게 맞는지는 나도 모른다. 나는 언어교육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냥 과거에 이렇게 했더니 이렇게 잘하게 되었다는 한 가지의 예시로 봐 주시기 부탁한다.


바오로는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리는 아이였다. 물론 이십 대인 지금은 완전히 다른 성향이 되었지만 10세 이전에는 그랬었다. 학년이 올라가면 한 달 이상은 아침에 학교 가기 싫어할 정도였다. 그래서 그 당시에 방과 후 공부방이나 수학 과학 영어 선행하는 학원에 보낸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래서 좋아하는 음악만 배우고 즐겁게 즐겁게 지냈으며 3,4학년경에 주니어랩이라는 동네 영어 공부방만 하루 한 시간 미만으로 다녔다. 숙제를 집으로 가지고 오지 않고 그 학원에서 모두 해결하는 곳이었다.


초등학교 때는 엄마가 퇴근하고 집에 오면 학교 숙제, 학원 숙제 이런 것 하지 않고 맛난 것 먹고 즐겁게 놀았다. 운동을 싫어한 엄마 덕에 TV 시청을 많이 했고, 특히 엄마가 좋아하는 영화나 드라마를 즐겨 보았다.


남편은 옆에서 아이들 공부하지 않고 드라마나 시시덕 거리며 본다고 살짝 핀잔을 주었다. 그러나 몇 년 뒤엔 대 반전이 일어났다. 아들은 미드나 영드를 무척 좋아했다 특히 '닥터 후' 영국 드라마의 마니아가 되었다. 어느 날 KBS2 채널에서 더빙한 '닥터 후'를 보게 된 게 시작이 되었다. 재방송은 물론이고 반복해서 보고 또 보고 하였다. 나중에는 인터넷에서 BBC에서 실시간 방송되면 며칠 뒤 자막을 달아 올리는 영상을 어둠의 경로를 통해 구해서 열심히 보았다. 지금처럼 넷플릭스며 왓차 같은 채널이 없던 시절이었다. 중요한 것은 본인이 재미있으니 보고 또 보고 했다는 것이다. 그렇게 열심히 드라마 시청을 반복해서 했더니, 나중에는 대사를 같이 따라 말하기 시작했다.


아들이 자주 시청한 드라마 목록
닥터 후
토치우드
히어로즈
프리즌 브레이크
그레이 아나토미


중학생이 되기 직전 6학년 겨울방학부터 드디어 목동에 있는 대형 학원인 정*조 영어학원을 가게 되었다. 학원 다운 영어학원을 어찌 보면 처음으로 가게 된 것이다. 내가 이 학원을 선택한 이유는 중간 기말고사 직전은 2주간 학원 수업이 없다. 내신이 1번이고 선행은 2번 이로 생각하는 내 기준과 딱 맞아서 이곳을 선택했다.


바오로는 학원에서 다른 아이들 보다 레벨을 빨리빨리 올라가게 되었다. 학원에서는 바오로의 듣기가 엄청 좋다고 말했다. 그동안 나와 같이 드라마 시청 반복했던 것이 "섀도잉 학습" 이었던 셈이다.


솔직히 섀도잉 학습 이런 말도 엄마는 나중에 알았다. '엄마표 잠수네 영어'도 나중에 알게 되었는데 거기 방법들이 보니 우리가 집에서 맨날 드라마 보던 것과 비슷하기도 했다. 단 우리는 자막 가리고 그런 건 안 했다. 내용에 심취해서 그냥 즐겁게 즐겁게 보았고. 재미있는 편은 또 보고 또 보고 했다.


바오로와 나의 재미있는 것 다시 보기는 지금도 진행 중이다. 최근에는 영화 "듄" 이것을 우리는 벌써 4번 보았다. "스파이더맨"과 "닥터 스트레인지" 영화등도 반복해서 보는 중이다. 아들은 이제 그 영화 대사를 많이 외우게 되었다. 내가 늘 강조하는 것이지만, 좋아해야 잘하게 되고, 좋아해야 반복하게 된다고 생각한다.


우리집은 2019년에는 넷플릭스를 가입하게 되었고, 나는 오랜만에 거기에 있는 많은 중국 드라마를 보게 되었다. 십 년 이상 잘 못보았던 중국 영화와 드라마를 만나니 너부 반가워서 매일 밤 2시간 이상 시청하기를 6개월 가까이 했었다. 아들은 옆에서 매일 무심하게 듣게 되기도 하고, 아주 가끔 관심가는 드라마는 같이 시청하기도 했었다.


그러던 중 대학교에서 상해로 가는 4주 단기 중국어 어학연수 프로그램이 있다고 해보겠다고 했다. 한국에서초급 4주 배우고 상해가서 4주를 배우는 총 8주 프로그램이었다. 이 수업을 들을 때도 중국어 교수님들이 발음과 듣기가 초급하는 학생치고 좋다고 중국 살았던 적 있냐는 말을 들었다. 드라마를 무심하게 들었어도 반년간 귀동냥한 게 도움이 된 게 분명했다. 그해 겨울에는 하얼빈으로 4주 더 공부하고 와서 이제는 나보다도 더 중국어를 잘한다.


대부분의 부모님들은 드라마, 영화를 공부에 방해된다고 생각하고 시청 제한을 많이 한다. 나는 아이들 키우면서 별로 이런 제한을 해본 적이 없다. 스스로 선택할 힘을 길러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아이들 좋아하는 것 시청도 그다지 제한하지는 않았다. 그리고 외국 드라마 시청 덕에 영어도 잘하고 중국어도 할 수 있게 되었다.


앞으로도 AI가 발달해서 외국어 공부 필요 없다는 말이 많이 들린다. 그러나 구글이나 미국의 IT 기업들이 컴퓨터 전공자 다음으로는 심리학자들과 언어학자들을 많이 채용한다고 들었다. 그만큼 아직 AI 번역이 인간이 하는 통역이나 번역만큼 자연스럽지 않다. 그래서 외국어 공부는 우리나라에서는 중요치 않게 여기지만 실제로는 정말 필요한 분야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리고 우리 아들의 케이스 처럼 드라마 시청도 잘만 하면 이런 좋은 결과가 있었다는 것이다. 좋아해야 하게 되고, 좋아해야 반복하게 되고, 반복하면 잘하게 된다는 것이다. 우리 아이가 어떤 것을 좋아하고 재미있어하는지 부모는 항상 잘 살펴보고, 좋아하는 것을 하도록 지원해 준다면 뜻밖의 좋은 결과가 생길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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