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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언명 Jul 18. 2022

슬기로운 방학생활

잘 노는 사람이 성공한다.


이제 곧 방학이다. 매 방학 때마다 부모님들은 아이들의 학업에 대해 고민을 할 텐데, 코로나 시절에는 더더욱 걱정이 될 것이다. 이미 이십 대가 되어버린 나의 아이들, 그들을 키웠던 이야기가 지금 젊은 부모님들이 아이들 교육할 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 싶어서 글을 적어본다.


나는 공부도 에너지가 많이 필요한 일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아이들도 공부라는 노동을 자기 체력과 역량에 맞게 잘 안배해서 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판단했다. 그런 의미에서 방학은 부족한 역량을 키우는 절호의 찬스라고 항상 생각했다. 아울러 에너지 보강의 기회라고도 생각했다.


그렇다고 방학 때 아침 일찍부터 저녁까지 학원을 다니게 하거나, 과외를 엄청 많이 시킨 것이라고 예상하지 말기 바란다. 엄마의 직업이 한의사라 항상 건강하게 행복하게 공부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생각했다. 나의 이런 기준과 아이들이 원하는 방향이 운 좋겠도 항상 비슷했었다.


먼저 엄마인 나는 아이들이 매 겨울방학은 무조건 많이 쉬고, 잘 먹고,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다음 학기에 사용할 기운을 축적하는 것을 첫 번째로 중요하게 생각했다. 공부는 두 번째로 생각했었다. 


학업과 관련해서는 초등 6학년과 중3 겨울방학이 매우 중요하니 그때는 각자에게 맞는 공부를 다른 학년 방학 때는 확실하게 놀더라도 이 시기에는 보다 약간 강도가 높게 했었다.


바오로 마리아 모두 초등학교 때 동네 주니어랩 영어학원을 다녔다. 그래서 초6엔 목동에 있는 좀 대형 학원을 다니면서 영어 4개 영역을 골고루 배웠다. 방학 특강 프로그램을 주로 활용했다. 이것도 절대 매일 가는 학원 주말에 가는 학원은 피했다. 토 일은 노는 날이고,, 주 2일이나 주 3일을 다녀야 안 가는 하루는 숙제를 하거나 쉴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 시절 두 아이 모두 시간이 널찍하니 책도 많이 읽고 음악도 엄청 많이 들었다. 그런 것들이 나중에 아이들이 스트레스받을 때 쉴 수 있는 도구가 되는 것 같다.


중학교 3학년 겨울방학은 좀 마음가짐이 달라진다. 고등학교 때 대입 입시가 있으니 말이다. 바오로나 마리아는 영어는 운 좋게 중학교 때 어느 정도 실력을 쌓아서, 수학 부분을 고등학교 대비로 하기로 했다. 이것도 절대 1년 이상 선행은 안 하도록 했다. 중3이 고2, 고3 수학을 미리 했다고 해서 아이들이 그 내용을 그때까지 다 기억 못 할 것이 뻔하다. 혹 기억하더라도 수박 겉핥기식으로 대충대충 아는 것이라 생각된다. 우리 아이들은 그렇게 평범한 편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한 학기 선행이 딱이고 혹 본인이 원하면 1년 선행을 했다.


나중에 아들의 말을 들어보면, 고1 중간 기말 때 수학이 어느 정도 되어 있고, 영어도 충분히 되어 있으니, 시험공부할 시간에 여유가 생겨 암기과목들을 열심히 했고 그랬더니 내신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공부에 조금이라도 욕심내서 하려는 아이들에겐 이 방법을 권한다. 그래서 내신이 조금씩 좋아지면 아이들 성취감이 올라가서 스스로 공부를 더욱 열심히하게 된다.


마리아는 오빠와 달리 국제계열 고등학교에 가게 되어서 중3 겨울에 준비가 좀 달랐다. 다니게 될 고등학교 커리큘럼을 보니 수학 과학 부분이 우리가 미리 배운 것과 좀 다른 파트를 많이 하게 되어 그 부분을 보강하는 학원을 가게 되었다. 그런데 영어로만 수업하는 학교라서 강남에 고가 학원을 가야 되는데, 돈도 돈이지만 아이 체력이 매일 강남까지 가는 게 쉬운 일이 아닐 것 같았다. 그래서 우리는 한국말로 배우나 영어로 배우나 수학 과학은 같을 것이라고 보고 광명 우리 집 근처에서 강남의 1/5 학원비로 고등학교 선행을 했었다.


입학 후 학교 공부를 따라가면서 느낀 점은 역시 이 판단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국제 학교 다니니 영어로 모든 수업을 하니 영어로 가르치는 학원을 보내려면 학원비가 0 단위가 더 붙게 된다. 아무래도 이건 거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어로 배워도 수학 과학은 어차피 같은 내용이라고 생각했고, 이해력만 충분하면 나중에 영어로 수업 들어도 잘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게 맞았던 것이다.


어떤 부모님은 예체능 이야기를 하실 것이다. 공부뿐만 아니라 지덕체가 겸비된 아이로 키우기 위해 예체능도 마구마구 잘하는 아이가 되기를 바라실지 모른다. 나는 애당초 그런 욕심은 버렸다. 음악이나 체육이든 자기가 좋아야지 계속하게 되는데 억지로 시킨다고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바오로는 피아노 성악을 마리아는 초등 때 미술 정도만 배웠고 본인들이 원치 않으면 더 이상 하지 않았다. 나중에라도 성인이 되어 하고 싶을 때 하면 얼마든지 배우게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도 실수를 한 적이 있었다. 엄마 욕심으로 바오로 초등 때 수영을 배운 적이 있었는데 물에 대한 공포만 조금 사라졌지 여전히 바오로는 수영을 즐기지 않는다. 좋아해야 잘하게 된다는 것을 아이들 키우면서 역으로 배우게 된다. 


우리 집 아이들은 음악 쪽을 더 좋아하고 그것도 노래 부르기를 좋아하는 아이들이다. 그럼 그렇게 살면 된다고 생각한다. 이것저것 전부 다 배우고 전부 다 잘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초6, 중3 겨울방학 때 공부한 내용을 적어보았다. 이 시기만 좀 공부의 비중을 늘렸었지, 다른 학년 방학 때는 우리는 우리 가족들만의 즐거운 방학생활을 보낸다. 보고 싶은 드라마 영화 잔뜩 보고, 읽고 싶었던 책들 보고, 못 갔던 콘서트나 뮤지컬 가보고, 배우고 싶었는데 못 배웠던 것들도 해보는 것이다. 그렇지만 그것도 그렇게 힘들게 하지는 않는다 편하게 하고 싶은 만큼만 하면서 즐겁게 놀고 쉬는 시기로 방학을 보냈다.


결론은 엄마인 나는 방학 때는 아이들에게 쉴 틈을 많이 많이 가지게 해주었다. 스스로 선택한 부족한 공부를 채울 수 있게만 도와주었다. 방학 뿐만 아니라 평상시도 우리 집은 토 일은 공부를 안 한다. 무조건 노는 날이다. 물론 부득이하게 학교 숙제나 과제를 꼭 해야 되면 하지만 웬만하면 주말은 쉬거나 잘 논다. 그래야 행복해지고 행복해지면 엔도르핀 도파민 세로토닌 등등 좋은 호르몬이 뇌에서 많이 분비되고, 그렇게 되면 조금만 공부해도 잘 기억하고 잘 이해하는 총명한 아이가 되기 때문이다. 매일 해야 할 숙제와 공부가 산더미로 쌓여 힘들다면 스트레스로 아이들이 폭발할 것이다. 어른들도 쉬는 날 없이 일한다면 어떻게 될까 생각해보기 바란다.


이 글을 읽는 부모님들은 부디 아이들이 슬기로운 방학생활을 보낼 수 있도록 해주고, 우리 아이들이 편하게 쉴 수 있도록 도와주면 좋겠다. 아이들이 행복한 학창 시절을 보내고, 자기가 가진 자질을 잘 찾아서 나갈 수 있도록 말이다. 즐겁고 행복하면 조금만 공부해도 더 잘 된다는 것을 꼭 기억하시기 부탁드린다.


팬질 덕질을 해보신 어른들을 알 것이다. 어떤 스포츠를 좋아하고 어떤 연예인을 좋아하면 거기 해당하는 내용들을 일부러 암기 안 해도 좌르륵 다 외워지는 것을, 좋아해야 잘하게 되고, 행복해야 더 잘하게 됨을 꼭 기억하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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