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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언명 Apr 29. 2022

나는 미국 대학 꼭 갈래요.(6)

6.비교과활동(Extra Curricular Activity)이 뭐길래


한국은 수시, 정시로 대입이 나누어져 있다. 수시가 처음 생길 때 미국 대학 입시를 본떠 만들어서, 교과 성적 이외의 비교과 활동도 기록하고 그것으로 학생들을 정성평가하도록 했다. 이것이 매우 과열되고 서류 비리가 비일 비재하니 지금은 교내활동만 적고 교외 비교과활동은 못적게 하고, 교내활동도 블라인드 처리하게 된 것으로 알고 있다.

미국 고등학생들은 고등학교 4년 과정 동안 교과 과정 이외의 활동한 것을 대학 원서 사이트에 입력해야 한다. 지난번 말씀드린 것처럼 미국은 정직함을 최고의 덕목으로 여기므로 여기에 허위 기록을 하면 당연히 입학 취소를 당하게 된다. 물론 미국 대학들이 한국 이 조그만 나라에 어떻게 일일이 확인을 하나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정말 그들은 이게 허위라고 의심되면 꼭 연락을 한다. 한 지인 자녀가 오랫동안 소아암 환자들에게 음악 봉사를 했었는데, 소아암 환우회에 미국 대학 측이 연락이 와서 확인했다는 말도 들었다.

한국이든 미국이든 대입 서류에 허위로 한 활동을 적는 것은 범법 행위이니 절대 하면 안 된다.


처음부터 너무 무거운 내용처럼 말했는데, 사실 비교과 활동을 보면서 학생들의 인성과 사회성 관심사를 대학들이 보는 것 같다. 교과 성적도 탑이고, 인증 성적도 우수한데 책 한자 안 읽고, 운동도 안 하고, 봉사도 안 하고, 그냥 오로지 공부만 잘하는 학생이 있고, 다른 한 명은 비슷한 성적인데도 장기간 한 곳에 지속적으로 봉사하였고, 오랜 시간 오케스트라 활동도 했다면 당신이 입학 사정관이라면 누굴 선발하겠는가? 당연히 두 번째 학생일 것이다.

이렇다 보니 극성 부모들은 미국 대학을 보내기 위해 정말 많은 비교과 활동을 자녀에게 권하기도 한다. 아이고 그러나 이것도 능력 되는 학생들 이야기인 것이다. 학교 공부만 해도 벅찬 마리아에게 저 친구들처럼 하라 그러면(물론 절대 그렇게 권하지 않았다.) 아마 공부조차 포기했을지도 모른다.


내가 기억하는 한도 내에서 마리아가 했었던 비교과 활동을 적어보겠다.

일단 마리아는 운동엔 관심이 거의 없어서 운동 쪽으로는 활동이 전무하다.

학교 동아리는 아카펠라 동아리, 화학 동아리, 나중에 본인이 만든 행복 동아리, 가톨릭 동아리를 했다.

아카펠라 동아리는 본인들끼리 매주 한 번씩 열심히 노래를 하다가 딱 한 번 대회 출전한 경험이 있었다.

화학 동아리도 주로 방학 때를 이용해서 전국의 다양한 연구소를 견학을 했고, 수제비누, 수제 화장품 등을 만들어서 교내 축제 기간에 판매하기도 했다.

행복 동아리는 고2쯤에 아이들이 공부에 지치는 것 같아 매일 좋은 격언들을 아이들과 나누고 행복한 모습 코믹한 모습 등을 페이스북이나 SNS에 올려서 행복한 고등 생활이 되도록 서로 노력했다.

가톨릭 동아리는 말 그대로 가톨릭 동아리였다. 운 좋게 근처 성당 신부님이 청소년 사목 열심히 하시는 분이셨고, 기숙사 학교여서 매주 동아리 학생들과 같이 성당을 다녔고, 특별한 날에 수제 쿠키를 만들어 판매한 돈을 기부하기도 하고, 성탄 때 트리 꾸미기 같은 것도 했다. 사실 엄청 거창한 것은 하나도 없었다. 95% 공부에 올인 하면서 나머지 시간에 본인이 즐겁게 할 수 있는 것만 찾아서 했다.


기숙사 학교이다 보니 봉사에 좀 한계가 있었다. 봉사는 지역 로터리 클럽과 연계해서 활동했고, 한 달에 한 번 노숙자 밥 봉사에 참여했고, 방학 때마다 장애우들 시설에 학습 놀이 봉사를 갔었고, 성인 로터리 클럽이 캄보디아 봉사 갈 때 감사하게도 우리 학생들을 데리고 가 주었고, 그분들이 어린이 프로그램을 학생들에게 전부 일임을 해주어서 정말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었었다. 그리고 컴패션에서 편지 번역 봉사하는 것은 중학교 때부터 하던 것이라 그것을 계속했었다.


마리아는 화학을 전공할 예정이였으므로 화학이나 화장품 관련 활동도 단타로 했었다. 아모레 퍼시픽에서 여고생들에게 2일 정도 화장품 관련 캠프에 참석한 적도 있었다. 아모레 퍼시픽에서는 좋은 프로그램들이 많다. 운동에 관심 없는 마리아는 불참했지만, 친구들 중에 유방암 환우를 위한 핑크 런 마라톤 대회에 출전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 정도가 내 기억 속에 있는 마리아의 비교과 활동이다.


다른 친구들은 우리는 감히 엄두도 못내는 세계대회며 수학경진대회며, 과학대회, 기타 등등 한국 입시만 경험했던 엄마는 듣도 보도 못한 대회도 참석하고, 수상도 해오고 했다. 그저 그 아이들과 그 부모들이 존경스러울 따름이었다. 심지어 어떤 친구들은 국내 미번역 외국 소설도 번역하고 펀딩 하는 아이들도 있었다.

정말 엄청 다재다능한 아이들 속에서 살짝 주눅이 들기도 했지만, 그들은 초6이나 중학교 때부터 준비해온 아이들이고, 우린 이제 고1 때부터 준비하니 절대로 그들과 똑같이 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사실 어떤 비교과 활동을 하는 게 대입에 더 유리한지 질문을 많이 하신다. 글쎄 제가 완전 전문가가 아니라 딱 꼭 집에 말할 수 없지만, 비교과 활동은 그냥 우리 아이들이 즐겁게 할 수 있으면 되지 않을까 싶다.

내가 아는 한 학생은 엄청 춤을 좋아해서 중학교 때 홍대 거리에 주말마다 거리에서 춤 경연을 할 정도였다. 연예인 할 생각은 없고, 춤을 추고 나면 한주 공부할 힘이 생긴다고 했다. 그 친구는 전공은 전혀 다른 전공으로 대학교를 진학했었다. 또 다른 한 학생은 점자번역 봉사를 많이 했었다. 그런데 그 학생은 과학도가 되었다.

그리고 내가 아는 다른 집 딸 한 명은 부모님이 중학교 때 아이를 홈스쿨링 시켰다. 이유는 단 하나 좋아하는 음악을 실컷 3년간 하게 하려는 것이었다. 검정고시로 고입자격을 딴 후 고등학교는 또 지역 일반고로 진학하고, 우수한 성적으로 상위권 대학을 합격했다. 또 다른 한 학생은 고등학교 1학년만 마치고 홈스쿨링으로 미 대입 성공한 케이스도 있다.


아무튼 이런 이야기를 장황하게 적는 이유는, 각자 다 성격이나 성향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이 다르기 때문에 우리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을 하게 하자는 의미에서 말하는 것이다. 부모가 학창 시절에 이런 거 이런 거 했다고 무조건 그것만 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입시는 계속 변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예나 지금이나 변치 않는 것은 학교 성적 잘 받아야 대학 잘 간다는 것 하나 말고는 한국 대입 수시나 미국 대입에서는 아이의 개성이 담긴 비교과 활동이 더 눈에 띌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활동이 굉장히 사소하고 별것 아닐지라도, 아이들에게 의미 있는 활동이라면 에세이에 충분히 잘 표현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마리아가 세라믹 연구소 딱 하루 견학을 갔었는데, 거기서 들은 여러 세라믹 관련 이야기들이 화학 공부에 더욱 관심을 가지게 해준 촉진제가 되었기 때문이다. 아모레퍼시픽의 여고생 캠프를 통해서도 화장품 제조 과정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된 것도 도움이 되었듯이 말이다.

이런 것 다 어디서 찾냐고 부모님들이 말씀하실 듯하다. 일단 인터넷에서 검색을 하고. 그 담에 관련 단체에 전화를 해보면 된다. 뚫으면 열릴 것입니다. 인터넷 AI 세상에 정보는 차고 넘치게 있다. 우리는 일단 그중에서 필요한 것만 고르면 된다.


실컷 적고 보니 제일 중요한 것을 적지 않았다. 마리아는 교내 프로그램을 최대한 충실하게 했다.

그다음에 남는 시간에 이런 활동을 했다고 보면 된다. 종류는 많지만, 부정기적으로 하는 경우도 많고, 대부분 중간기말 시험 끝난 시점이거나, 방학 기간을 이용해서 활동을 했었다. 그래서 엄청난 시간 투자를 해서 한 것이 아님을 알아주시기 바란다. 우리 아이들이 공부도 스트레스 인데 비교과 활동도 스트레스 받지 않고 하면 좋겠다. 인생은 즐거우면 제일 좋은 것 아니겠는가? 


PS:. 아래 캄보디아 봉사 다녀와서는 마리아는 엄청 많이 울었다.

자기들이 준비한 프로그램들 다 안 해도 되었다고 말했다.

어린이들이 너무 못 먹어서 9살 10살이어도 우리나라 6,7살 크기였고, 포옹했을 때 뼈밖에 만져지지 않아서

가져간 간식 학용품 다 주고, 입고 있던 옷가지도 모두 주고 왔다고 말했다.

자기가 더 많이 돈 벌면 이런 아이들 배불리 실컷 먹게 해주고 싶다는 말도 했었다.

우리는 너무 넘치가 많이 가지고 산다면서,,,그때 부터인지, 마리아는 딱 필요한 만큼만 가지고 사는 미니멀리스트가 된 것 같다.이제 엄마인 내가 딸을 보고 배워야할 처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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