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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언명 Apr 30. 2022

나는 미국 대학 꼭 갈래요.(7)

7.소논문 작성도 해야 하나요?


최근 모 교수 자녀의 입시 관련 재판에서 고등학교 수준에서 했다고 보긴 불가능한 내용의 논문에서 제1 저자가 되어 자녀의 의학전문대학원에서 입학 취소 여부를 판결하는데, 사회적으로 의견이 맞다 아니다며 논란이 생긴 경우가 있다.

또 픽션이긴 하지만 '로스쿨'이라는 드라마에서도 중고등학교 때 작성한 논문이 대학원생 수준의 수준 높은 내용이라 진짜냐 대필이냐는 장면도 나온다.

이런 현상들은 자식들을 무슨 방법을 사용해서라도 좋은 대학 보내기 위한 부모님들의 과한 관심이 초래한 결과 라고 생각된다.

자식들을 도와주지 못하는 평범한 부모들은 이런 현실에 늘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것이다. 공정하게 같이 출발해서 성공하기 글렀다는 생각도 들 수도 있다. 매우 안타까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B고 국제과는 정말 좋은 시스템을 가지고 있었다. 학교 커리큘럼 자체에 소논문 작성이 졸업 요건에 있었기 때문이다. 소논문, 논문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니 굉장히 거창하게 들리지만, 고등학생 수준에서 할 수 있는 일종의 리서치라고 보면 된다. Directed Research Program이라는 명칭으로 수업 시간도 따로 있고, 소논문 지도를 담당 교사가 주제 선정부터 작성까지 모두 지도해 주셨다. 한 학기는 어떤 것을 연구할지에 대한 토론과 교과 선생님과 상담을 주로 했고, 나머지 한 학기는 그렇게 설계한 소논문을 직접 작성하는 시기로 이루어진다.


마리아는 화학 전공을 하고 그중에서도 화장품 관련 일을 하고 싶었기 때문에, 립밤을 만들어서 입술 보습도 측정을 하는 실험을 하고 그 데이터로 소논문을 작성하려고 계획을 짰다.

일단 피부에 도움이 되는 한약재를 몇 개 선정하고, 그 약재로 만들어진 에센셜 오일을 구입한 후, 마리아가 직접 립밤을 만들었다. 그리고 입술 보습도를 측정하는 기계를 구입했다.(이게 가격이 천차만별이라 수십수백만 원짜리도 있었는데, 마리아는 제일 저렴한 10만 원 미만 짜리를 구입했다.) 그리고 학교 친구들에게 도움을 구해서, 30일간 매일 아침 립밤을 바르기 전 바르고 난 후 입술 보습도를 측정했다. 그 데이터로 소논문을 작성했다.

나도 석박사 실험 논문을 작성해 봐서 알지만, 딱 고등학생 수준에 맞게 했다고 볼 수 있다.

공부하기도 바쁜 친구들에게 아침마다 입술 보습도 측정을 했으니, 마리아도 수고했지만 도움 준 친구들도 정말 고마웠다. 다행히 데이터 수치가 소논문 작성 가능할 정도로 유의성이 있게 나온 것도 정말 다행이었다.


마리아는 3년간 하는 활동을 일관성 있게, 화학이나 화장품과 연관되게 했던 것 같다.

본인이 관심 있는 분야였으니 더 즐겁게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러나 학생들 중에 가끔 관심 분야가 딱 한 가지가 아닌 경우거나, 전공을 정하지 않은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가 모두 입시에 불리한 건 아닌 것 같다. 마리아 친구들 중에서도 무난히 원하는 대학을 간 친구들이 많으니 말이다.

미국 대학교 입학 사정관들이 학생들의 사회성이나 리더십 가치관 이런 부분도 상당히 중요하게 여겼던 것 같다. 그래서 전공을 정하지 않은 학생들 중에서도 여성인권 부분이나 성 평등 부분에서 활동하거나, 환경운동을 했던 경우도 대학 진학에 별 무리가 없는 것을 보았다. 이런 경우를 볼때, 미국 대학교는 내가 속한 단체를 위해 얼마나 이 학생들이 리더십을 발휘하고 참여를 했는지도 중요하게 여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결국 미국 대학은 전체를 다 종합해서 정성평가로 학생들을 선발 하는 것이다.


드디어 이번 글을 읽으면서 평범한 어머니들은 미국 대학 너무 어렵다 어떻게 가냐 이러실 수 있다. 당연하다. 내가 딱 아이 고2 때 그런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논문도 적어야 되고 활동도 많이 해야 되고 공부하기도 벅찬데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다 싶었다. 그땐 힘들었지만 지금 보니 모두 추억으로 남아있는 것 같다.

지금 마리아가 5월말 졸업을 앞두고 있는데, 고등학교때의 이런 활동과 소논문 작성 덕분에 미국 대학 공부 따라 하기가 그래도 괜찮은 편이였다.


소논문 작성이 과거 한국 대입 수시에서도 도움이 되었던 것으로 안다. 물론 영재고, 과학고나 전국 자사고 및 지역 자사고 몇몇 학교는 과거에도 소논문 작성을 했고, 지금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아들 바오로는 공립인 경기도 특목고를 나왔는데, 거기서도 소논문 작성을 했다. 아들이 논문 작성 자료를 만들기 위해 설문지를 작성하고 그것을 타교에 다니는 친구들에서 부탁해서 설문조사한 후 통계 내어 논문을 적는 것도 보았다.(좋아하는 음악 종류에 따른 공부성향에 대한 연구였던 것 같다. 설문조사 도와준 친구들에게 짜장면을 사주었던게 기억이 난다.) 바오로의 소논문도 딱 고등학생 수준에 맞는 것 이었다.


이런 과정들을 보며 느낀 점은 엄마인 내가 공부하던 시절은 주입식 교육에 사지선다, 혹은 오지선다 시험 위주여서, 사고력 창의력 글쓰기를 키우기엔 매우 부족한 환경이었다. 그래서 석박사 논문 작성 때 실험 데이터 내용보다 국어가 안돼서 고생했던 힘든 경험이 있다.다시 논문 쓰기 싫어서 외래교수 조차 하기 싫었으니 말이다.


예나 지금이나 글쓰기는 정말 중요하다. 그리고 미국 대학에서는 글쓰기 역량을 굉장히 중요하게 여긴다. 그래서 대입 원서에 공통 에세이가 있고, 또 각 대학 에세이가 있다. 사실 이 에세이 작성 때문에 아이들이 정말 골머리 아파한다. 그래서 고등학교 때 자기 관심 분야에 대한 글쓰기와 리서치를 해본다면 입시에도 도움이 되고 인생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특히 미국 대입을 준비하는 학생들은 소논문이든 관심 있는 분야 글쓰기든 뭐든 해보면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Amherst College 에 있는 로버트 프로스트 동상 (시, 아직도 가야할 길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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