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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피오미 Mar 05. 2020

내 결혼 사진에 인생의 오점인, 그녀가 있다.

회색코트의 그녀.

OO야, 왜 교회 안나왔어?
다음주엔 꼭 만나자!
- 교회 선생님-



2006년 5월의 어느 날(내나이 26). 도서관으로 향하던 내게 문자가 왔다. 잘못보낸 문자라 무시하면 그만이었지만, 나도 교회에서 중,고등부 선생님으로 봉사를 하는 입장이라 답장을 했다.


잘못된 번호로 보내셨어요.


알고보니 교회에 한 두번 나왔던 고등학생 여자 아이가 교회 선생님에게 번호를 알려 주었는데, 그게 내 번호였다는 것이다. 아무렇게나 둘러댄.


몇 번 문자를 주고 받다보니 나보다 2살 어린 24살이었고, 생각도 못했는데 사는 곳도 부산이었다. 세상에 이렇게 신기한 인연이 있나.

우린 가끔 문자를 주고 받았고, 2달 뒤 7월 초,서면 '시부로'라는 돈까스 집에서 직접 만났다. 함께 점심을 먹었고, 서로 교회 이야기를 즐겁게 주고 받았다.


번호를 엉터리로 알려 주었던 그 여고생은 이제 교회에 잘 나온다며, 수줍게 미소 짓는 귀여운 지혜다.


3주 뒤 지혜가 나에게 꼭 소개해주고 싶은 아람언니가 있다며 같이 만났으면 좋겠다고 해서 흔쾌히 다시 만났다. 부산에 온지 얼마 안되었다길래, 다른 지방에서 온 줄 알았더니 키르키즈스탄에서 선교활동을 하다가 한국 들어온지 얼마 안된 멋진 언니였다.


멋진 이야기를 많이 들려주었고, 내게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 주었다. 나도 2004년 선교지에 3주 나갔다 많은 혼란을 겪었던터라 아람언니의 이야기가 더 깊이 다가왔다.


어쩜 이런 귀한 인연들을 만나게 되었을까, 정말 신기하고 감사했다.


이 사건이 너무 신기해 나는 교회의 신앙심 좋은, 내가 아끼는 동생 민주에게 이야기를 해줬더니 비슷한 연령이니 만나보고 싶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의 교회 동생 민주지혜 연락을 하게 되었다.




그 당시 남자친구였던 남편이 갑자기 직장 이직을 결정하게 되어 그 해에 할거라 생각도 못했던 결혼을 하게 되었다.


10월쯤 아람언니가 보고싶다 하여 다시 한 번 더 만났는데, 언니가 나에게 해주고픈 말들을 성경말씀을 보며 이야기 해주었고, 진심으로 고마웠다.


언니. 정말 고마운데
제가 11월에 갑자기 결혼하게 되었어요.
경기도로 올라가게 되어
이제 부산에 없을 거에요.


그렇게 우리는 헤어졌고 나는 그 뒤로 결혼준비로 바빠 지혜에게도 아람니에게도 연락을 하지 않았다.


결혼식날.


지혜 나타났다. 회색코트를 입고서.


연락도 안했는데 어떻게 왔나 했더니, 교회 동생 민주가 연락을 해서 왔다는 것이다. 둘은 연락을 하며 계속 잘 지냈던 모양이다.


11월에 결혼을 하고 경기도에서 지내던 어느 날. 부산의 교회동생 민주가 다급한 목소리로 연락을 해왔다.


언니. 큰일났어.
걔네들 신천지였나봐.


스쳐 지나가듯 들었던 그 신천지? 내게 다가왔던 그 인연들 신천지였다고???


계속 연락을 하며 몇 번 더 만나던 민주 뭔가 이상함을 느끼고 알아본 결과 나타난 진실이었다. 교회동생 민주에게 너무 미안해졌다. "미안하다 민주야. 언니는 정말 몰랐어."



그사이 그들은 더더욱 세력을 확장해 요즘 아주 연일 뉴스에 오르내린다.


결혼사진을 볼 때마다 쓰라리다. 남편은 그 때마다 놀려댄다.


너희들은 내 결혼사진에 모욕감을 줬어.

그저 웃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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