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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해피오미
Feb 20. 2020
게으른 인간의 본질 찾기
변화도 귀찮아.
나는 변화를 싫어하는 사람이었다. 일렁이는 삶의 파도가 싫었다.
잔잔하고 싶었다. 그저 아무일이 없는 평온한 일상이면 되었다. 무얼 더 변화하려고 애쓰고 싶지도 않았다. 그저 가만히... 아무일 없이 가만히 있는 일상이 꿈이었기에, 변화까진 바라지도 않았다.
누가 나를 보는 것도 싫었다. 누가 나를 아는 것도 싫었다.
혼자 있고 싶었다. 어색하게 인사를 나누어야 하는 순간도, 어설프게 대화를 이어가야 하는 것도 싫었다.
이해하지 못했다. 이해할 수 없었다.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불특정 다수가 보는 공간에 글을 쓰고, 사진을 올린다는 것은. 그러나 나는 평생동안 기록을 어디에라도 남겨왔다.
아직도 기억이 난다. 내가 10대 시절 그렇게 기를 쓰고 라디오나 노래들을 테이프로 녹음하고, 가요프로, 예능프로들을 비디오로 녹화해놓은 이유가.
난 나중에 나이 들어서
이것들을 보며 기억할거야.
무엇을 그렇게 기억하고 싶었을까. 그 시절이 그렇게 행복하지도 않았으면서도 왜 그렇게 그 시절을 기억하려고 그것들을 남겨놓으려 했었을까.
싸이월드를 하고 사람들이 블로그로 넘어갈때 끝까지 싸이월드 블로그에 남았다. 카카오 스토리를 하고, 사람들이 인스타그램으로 넘어갈 때, 끝까지 카카오스토리에 남았다.
늘 이렇게 변화가 싫어 익숙한 자리에 끝까지 남았고, 나중에는 늘 후회했다.
"
왜 조금 더 빨리
변화의 자리로 가지 못했을까?"
뭐 어쩌겠는가. 그것이 나인것을. 세월이 지나며
모든 것이 변했지만, 변하지 않은 한가지
가 내게 남아있다.
글.쓰.기.
일기장, 다이어리, 싸이월드, 홈페이지, 카카오스토리, 블로그, 그리고 브런치.
나는 평생을 써오고 있다.
게을러서, 변화가 싫어서, 이 채널에서 저 채널 옮겨타기가 느렸지만, 나의 본질인 쓰기는 놓지 않고 있었다. 내가 놓지 말아야지 애쓰고 결심하고 계획해서 잡고 있었던게 아니다. 지금 돌아보니, 늘 놓지 않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나는 원래 뭘 계획하고 실천해내고야마는 인간유형이 아니다. 좋으면 미친듯이 하고, 억지로 하라고 하면 "내가 왜?" 생각부터 드는 삐딱한 청개구리다.
끈기도 없어서 뭐 하나 끝까지 해내는게 잘 없다 생각했는데, 지금보니 글쓰기 하나만큼은 참 징글징글하게도 해왔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갑자기 내가 자랑스러워진다.
생각해보니, 아무도 나에게 글쓰라고 강요한 사람이 평생 없었다. 그런데 어떻게 그 오랜 시간 늘 글을 어디에라도 써왔을까? 좋아하나보다.
이 글을 읽으시는 당신에게도 오랜시간 당신에게 남은 본질이 있습니까?
모든것이
다 타버리고 날아가도 당신에게 남아 있는 단 하나의 그것. 세상은 수없이 변해도, 내게는 변하지 않은 그것. 그것이 있습니까? 그것이 무엇입니까? 궁금해집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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