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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피오미 Feb 15. 2020

쓸데 없는 일이라고, 누가 그랬나?

그건 아무도 모르는거야.

1999년~2000년대 초반, 인터넷이 우리나라에 대중적으로 퍼지기 시작했다. 20대였던 나는 홈페이지 만들기에 흥미가 붙었고 혼자 하기 보다는, 본격적으로 웹디자인을 배워보고 싶었다.


국비지원 과정에 들어가 6개월간 재미나게 배웠다. 물론 배우면서 나는 디자인 감각이 참 없구나 라는 깨달음도 얻었지만 즐거웠다.


하지만 그게 끝이었다. 웹디자인으로 일을 구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웠다. 그래서 결국 6개월 실컷 배우고 접었다. 나는 다시 영어강사의 길로 돌아갔다.




그 사이 나는 결혼도 하고, 아이도 14년이나 키우고, 틈틈히 강사 일을 쉬었다, 다시 했다 반복했다.


하지만, 그 가운데 내가 느낀게 하나 있다면, 내가 20대때 포토샵을 배워두길 참 잘했다는 것이다.


학원일을 하면서 예전에 배워둔 포토샵으로 교재 표지는 물론, 다양한 수업교구 작업물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


그건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다. 그리고 항상 이 점은 어딜가나 플러스가 되어왔다. 지금 직장에도 20대, 30대, 40대 강사들이 있지만, 컴퓨터 디자인 작업은 늘 내 업무다.  나이가 문제가 아니라는 이야기다.


내가 '포토샵을 영어강사 하면서 써먹을거야'라고 배웠던게 아니다. 그당시 웹디자이너라는 직업이 너무 멋져 보였고, 웹디자인 작업들이 너무 좋았기 때문에 그냥 했다.


스티브잡스가 캘리그라피가 그냥 좋아 배웠던 것이 아이폰을 만들 때 큰 역할을 했다고 한다. 쓸데 없어 보이지만, 내가 좋아하는 일에 하나씩 점을 찍을 때, 나도 모르는 사이 돌아보면, 그 모든 쓸데없는 점들이 연결되어 아름다운 길이 되어 있다고 믿는다.


Photo by Elisei Abiculesei on Unsplash



나는 강사일을 하면서도 이 일이 너무 좋았다. 그래서 미친듯이 일만 했다. 학원에서 일하고, 집에와서 또 수업준비를 하며 모든 시간을 일에 쏟았다. 지치지 않았고, 하면 할 수록 재미있었다.


하지만 어느날 직장에서 생긴 작은 문제로 인해, 나는 지금의 일이 내 에너지를 바칠 전부가 아니라는 깨달음이 왔고, 자연히 다른쪽으로 시선을 돌리게 되었다.


20대때, 내 전공과 전혀 다른 웹디자인에 미쳤던것처럼, 요즘 나는 내 본업외에 재미있는 다른 일들을 파헤치고 있다.


블로그를 시작해 보았고, 인스타를 시작해 보았다. 불특정다수에게 나를 오픈하여 글을 쓴다는건 한 번도 생각해 본적 없는 내게 큰 도전이었다.


유튜브 채널도 열었다. 아이에게 절대로 얼굴 동영상을 올려선 안된다고 신신당부 했던 내가 유튜브를 열었다.


최근에는 스마트스토어를 시작했다. 여기에도 그 때 배웠던 포토샵이 유용하게 쓰였다. 이렇게 두고두고 써먹을줄 누가 알았으랴.


그리고 바로 여기. 브런치에 내가 와있다.




먼 훗날, 시간이 흘러 흘러, 나는 또 오늘을 지금 내가 20대때를 기억하듯 기억할 것이다.



그래. 그때 직장 다니며 쓸데 없이, 블로그와 인스타를 해보길 참 잘했어. 유튜브와 스마트스토어도 안했음 어쩔뻔 했어?


세상에..내가 그 때 브런치에 글을 썼더니.......


......행복한 상상을 해본다.


그 때 그 모든 것들을 주저하지 않고 해보길 참 잘했노라고... 그 때 쓸데 없이 좋아서 마구 했던 것들이 이렇게 연결되어 왔구나...그렇게 떠올릴 날을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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