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요리사 남편이 출장중이다.
중등 딸이 점심때 스파게티를 먹겠다며 전날 저녁 학원 갔다 오는 길에, 야심차게 장을 봐왔다.
요리 똥손인 나는, 뭘 굳이 그런걸 만들어 먹겠다는건지 마뜩찮았지만(설거지거리가 어마어마하게 나옴), 애가 해보겠다는데 막는건 또 아닌것 같아 그러라고 했다.
면을 삶기 시작한 딸.
면이 익자, 같이 사온 스파게티 소스를 열려고 하는데 열리지가 않았다.
에이 설마...했으나 설마했던 일은 일어났고 우리는 결국 스파게티 소스 뚜껑을 열지 못했다.
딸은 "아빠...ㅠ.ㅠ" 울부짖으며 스파게티면 앞에서 망연자실했고, 나는 웃었다.
결국, 스파게티면과 같이 사왔던 국물떡볶이로 메뉴를 전향해 점심을 먹었고, 나는 친구들에게 그 소식을 전했다.
갖가지 쏟아지는 팁들.
'고무장갑을 끼고 열어라, 바닥에 수건을 깔고 소스병을 두세번 탕탕 쳐라.'
나는 듣는대로 방안에 있는 딸에게 큰소리로 알려주었다.
딸은 말헀다.
"안먹어~!!!!!!"
역시. 스파게티는 나가서 사먹는게 진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