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의외로 요기요나 배달의 민족같은 앱으로 음식을 시켜먹은지가 얼마 되지 않았다.
전화로 주문을 했고, 배달앱을 시킬때는 남편이 주문했다.
그래서 배달앱을 쓸 일이 별로 없었는데, 남편이 출장을 가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배달앱을 쓰는 요즘이다.
배달앱으로 주문을 할때, 결제 방식과 음식을 어떻게 받겠냐는 선택지가 있다.
나는 현장 카드결제를 할 때 문앞에서 배달기사님과 대면하는 그 짧은 몇 초의 순간이 너무 뻘쭘하기 때문에, 앱으로 카드결제를 하고, 음식은 문앞에 두고 가기를 선택했다.
아...얼마나 편리한 세상인가!
결제도 해버리고 음식은 놓고가고 뻘쭘한 순간없이!
드디어 주문을 한 어느 날.
딩~동~ 벨이 울리고 인터폰에 화면이 켜졌다.
배달기사님은 벨을 누르고 엘레베이터 앞에 서계셨다.
나는 사람 마주치는걸 싫어하기 때문에, 배달기사님이 엘레베이터 타기를 인터폰 화면을 보며 기다렸다.
응??? 왜 안가시지???
그분은 엘레베이터 앞에 서서 내 쪽을 바라보며 가지 않았다.
(나 이런거 트라우마 있음_브런치 예전글 참조)
뭐지? 왜 안가지?? 아저씨! 제발 그냥 가시라구요! 그래야 제가 음식을 가지고 들어오지요.ㅠ.ㅠ
문앞에 놓고가기를 선택했다고요. 가시면 된다고요.
혼자 인터폰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생각했다.
그런데 아저씨가 가시지를 않고 다시 벨을 누르신다.-_-;;;;
어쩔 수 없이 문을 열고 "안녕하세요" 인사를 한 후 음식을 가지고 들어왔다. 아저씨는 그제서야 가셨다.
아니 이게 뭐야. 이게 무슨 문앞에 두고 가는거야. 얼굴을 보는 것과 뭐가 다르다는 말인가.-_-
사람과 마주치지 않기 위해 이걸 선택한건데.
다음번에 주문 했을 때 또 내가 이렇게 아저씨와 인터폰을 사이에 두고 대치를 하자, 중딩 딸이 웃으며 말했다.
"엄마! 엄마가 음식을 가지고 들어와야 아저씨가 가셔! 왜 바쁜 아저씨를 자꾸 기다리게 만들어?^^;;"
그런거야??
이렇게 문앞에만 놓고 확인없이 가면, 배달사고나, 늦게 문을 열어 음식이 식는 등 컴플레인을 거는 경우가 많아서라는걸 후에 알았다.
전화로 내 얘기를 들은 남편은 깔깔거리며 웃었다. 그래서 배달기사님과 문앞에서 대치를 벌였냐며. ㅎㅎ
아직 완벽한 비대면은 어려운가보다.
일단 현장 카드결제 뻘쭘한 10초의 순간에서, 음식 집어드는 1초로 줄어들은 것에 만족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