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해피오미 Feb 15. 2021

아저씨, 제발 그냥 가시라구요

나는 의외로 요기요나 배달의 민족같은 앱으로 음식을 시켜먹은지가 얼마 되지 않았다.


전화로 주문을 했고, 배달앱을 시킬때는 남편이 주문했다.


그래서 배달앱을 쓸 일이 별로 없었는데, 남편이 출장을 가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배달앱을 쓰는 요즘이다.


배달앱으로 주문을 할때, 결제 방식과 음식을 어떻게 받겠냐는 선택지가 있다.


나는 현장 카드결제를 할 때 문앞에서 배달기사님과 대면하는 그 짧은 몇 초의 순간이 너무 뻘쭘하기 때문에, 앱으로 카드결제를 하고, 음식은 문앞에 두고 가기를 선택했다.


아...얼마나 편리한 세상인가!


결제도 해버리고 음식은 놓고가고 뻘쭘한 순간없이!


드디어 주문을 한 어느 날.


딩~동~ 벨이 울리고 인터폰에 화면이 켜졌다.


배달기사님은 벨을 누르고 엘레베이터 앞에 서계셨다.


나는 사람 마주치는걸 싫어하기 때문에, 배달기사님이 엘레베이터 타기를 인터폰 화면을 보며 기다렸다.


응??? 왜 안가시지???


그분은 엘레베이터 앞에 서서 내 쪽을 바라보며 가지 않았다.


(나 이런거 트라우마 있음_브런치 예전글 참조)


뭐지? 왜 안가지?? 아저씨! 제발 그냥 가시라구요! 그래야 제가 음식을 가지고 들어오지요.ㅠ.ㅠ


문앞에 놓고가기를 선택했다고요. 가시면 된다고요.


혼자 인터폰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생각했다.


그런데 아저씨가 가시지를 않고 다시 벨을 누르신다.-_-;;;;


어쩔 수 없이 문을 열고 "안녕하세요" 인사를 한 후 음식을 가지고 들어왔다. 아저씨는 그제서야 가셨다.


아니 이게 뭐야. 이게 무슨 문앞에 두고 가는거야. 얼굴을 보는 것과 뭐가 다르다는 말인가.-_-


사람과 마주치지 않기 위해 이걸 선택한건데.


다음번에 주문 했을 때 또 내가 이렇게 아저씨와 인터폰을 사이에 두고 대치를 하자, 중딩 딸이 웃으며 말했다.


"엄마! 엄마가 음식을 가지고 들어와야 아저씨가 가셔! 왜 바쁜 아저씨를 자꾸 기다리게 만들어?^^;;"


그런거야?? 


이렇게 문앞에만 놓고 확인없이 가면, 배달사고나, 늦게 문을 열어 음식이 식는 등 컴플레인을 거는 경우가 많아서라는걸 후에 알았다.


전화로 내 얘기를 들은 남편은 깔깔거리며 웃었다. 그래서 배달기사님과 문앞에서 대치를 벌였냐며. ㅎㅎ


아직 완벽한 비대면은 어려운가보다.


일단 현장 카드결제 뻘쭘한 10초의 순간에서, 음식 집어드는 1초로 줄어들은 것에 만족해야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꿈에서 크게 웃다 현실에서 생긴 어이없는 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