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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피오미 Apr 09. 2021

가식적인 자본주의 목소리

나는 현재 영어공부방을 4개월째 운영중이다.


처음 공부방을 시작할 때 내가 오픈도 전에 한게 있었으니, 바로 휴대폰을 하나 더 개통한 것!


아무도 신경 안쓰지만, 나는 내 생활을 오픈하는걸 극도로 꺼리는 사람이라, 카톡이며 문자며, 공부방용을 따로 쓰리라 생각했었다.


그래서 나는 휴대폰이 2개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학원용은 연락이 매일 오는게 아니니, 잘 안들여다보지만 이러다 상담을 몇 개 놓친 후로는 그래도 곁에 두려고 노력은 하는 편이다.


네이버 플레이스에 등록된 스마트콜 번호로 전화가 걸려오면 "네이버 스마트콜에서 연결된 전화입니다" 라는 안내메시지가 나오고 통화가 연결된다.


이 때 좋은점은, 미리 업무용 목소리 톤을 준비할 수 있다는 것이다.ㅋㅋㅋㅋ


목소리는 솔 톤으로. 한껏 예쁘고 부드럽게.


여보쎄용~


어느날 머리를 감고 말리는데, 공부방용 폰 벨소리가 울렸다.


뛰어가서 전화를 받고 또 한껏 예쁘고 우아한 솔 톤 목소리로 말했다.

여보쎄용~



"니 왜 전화를 꺼놨노?"


해외출장중인 남편이다.(우리는 부산출신, 경기거주 부부)


그렇다.


원래 내가 쓰는 핸드폰 밧데리가 없어서 꺼진 상태로 충전중이었던 것이다.


갑자기 너무 당황스럽다.

방금 내가 무슨 목소리를 낸거지?


이런 놀리기 좋은 건수를 그냥 넘어갈 남편이 아니다.


"목소리 봐라~ 니, 내 번호 저장도 안해놨는가베?"


(나는 아무렇지도 않다. 나는 아무렇지도 않다)


(목소리를 자연스럽게 되돌리며 아무일 없었다는 듯 자연스럽게) "핸드폰 밧데리 없어서 충전중이다"


"윽~쑤로 간드러지게 얘기하대? 여보쎄용~ㅋㅋㅋㅋㅋㅋㅋㅋ"


(죽고싶나....) "자본주의 목소리다, 왜!!!!"


한 때 나는 남편의 폰에 '꽥꽥이'로 저장된 시절이 있었다. 하~도 꽥꽥거려서.ㅋㅋㅋ


남편에게만 부리는 내 매력발산이라 할 수 있겠다.(응?)


벨소리도 어디서 오리 소리 같은걸 구해서는 내가 전화걸면 진짜 오리 소리가 꽥꽥~나게 해놨었던듯.


그래서 강사시절 학부모님들과 통화하는걸 옆에서 들으면 "저 가식적인 목소리..."하고 놀리곤 했었다.


하긴.


이런 유연한 사회생활 기술을 B형 내가낸데 부산남자가 알리가 없지.ㅋㅋㅋㅋ


나는...

업무용 폰이 울리면,

마음이 설레는,

삐약이 원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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