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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피오미 Jan 31. 2024

오랜만에 혼자 호텔 숙박을 해보았습니다.

부산 토요코인 부산역1

KTX를 타고, 급히 고향인 부산에 내려가야 할 일이 생겼습니다.


남편이 기차와 토요코인 부산역1 호텔을 예약해 주었습니다. 몇 년 전 일본으로 여행을 갔을때도 우리 가족은 토요코인에서 묵었습니다. 토요코인은 가성비 좋은 숙소라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남편이 부산역 바로 앞에 있을거다라고 말은 했지만, 정말 이렇게 바로 앞에 있는 걸 보니,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토요코인의 모토가 역 앞에 있는 것이라더군요. 탁월한 전략입니다.


밤 10시 체크인을 하고 토요코인에 들어갔습니다. 문을 닫았는데 이게 잠긴건지 어쩐건지부터 헷갈립니다. 어차피 밖에서는 카드로 여는 문이라 잘 닫았으면 잠겼겠지만 계속 긴가민가 했습니다.

작지만 알찬 공간, 역시 토요코인 맞습니다.


남편이 영상통화로 이것 저것 주의사항을 알려주었습니다. 대화도중 문득 우리는, 내가 혼자 어딜 단독으로 가서, 혼자 숙소에 묵는 것이 잘 없는 일이라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저는 워낙 체력이 약하고 허리가 안좋아, 가족 외에 누구와 여행을 잘 가지도 않습니다. 다른 사람들에게 민폐이기 때문이지요.


따스한 온수매트가 없는 차가운 침대. 내 전용 베게가 없으니 잠자리가 영 불편하지만 휴대폰으로 '응답하라 1994'를 틀고, 잠을 청해 보았습니다.


새벽에 한 번 잠이 깨어 잠을 설치고 7시 45분에 겨우 눈을 뜹니다. 조식을 먹어야 하거든요. 원래 잘 아침도 안먹는데 왜 이렇게 조식에는 집착할까요.


씻고 짐을 다 챙겨 8:20분에 방을 나옵니다. 저는 알고 있습니다. 토요코인 부산역1이 체크아웃 할 때 엘레베이터가 터져나간다는 사실을요.


저의 숙소는 9층인데 엘레베이터가 19층에서부터 내려옵니다. 설마하는 마음으로 한 번만 기다려 보기로 합니다.


띵~ 문이 열렸는데, 한 사람 겨우 탈만한 공간이 나왔습니다. 제 앞에 큰 캐리어를 가지고 있던 분이 타라고 양보해 주셨지만 저는 괜찮다고 한 후, 계단으로 갑니다. 


조식2층. 9층부터 2층까지 성큼성큼 내려갔습니다.



평소라면 '아니 어떻게 9층에서 2층까지 걸어내려가지?' 했을겁니다.


하지만, 저는 이미 예전에 어느 분은 16층에서 캐리어를 들고 1층까지 내려갔다는 전설을 들어 알고 있었습니다.


또, 제 앞의 사람이 엘레베이터를 타지 못하는 상황을 직접 보면서, 백팩 하나 달랑 매고 있는 나는 2층 그까짓거~룰루 랄라 내려가는 자신을 볼 수 있었습니다.


역시 인간이란 참 간사합니다.


*2층에 도착하고 보니, 제가 내려온 계단은 비상시에만 사용하는 비상계단이었습니다. 계단 이용시, 다른 계단을 사용하세요 :) 



그렇게 먹게 된 나의 조식, 어묵. (어묵과 함께 있는 저 떡은 부산식이라는걸 알랑가몰라)


뜨끈한 국물이 부산에도 한파가 불어닥쳐, 차가운 아침을 채워주었습니다.


남편은 이번에 이렇게 혼자 숙소에 가서 묵어 보았으니, 앞으로 바람이 나서 계속 나가는것 아니냐며 웃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새로운 것을 자꾸 경험해 봐야 한다는데, 그동안은 너무 남편의 손에 익숙해져 있었던 것 같습니다.


혼자인걸 겁내지 않고, 잘 즐긴다고 생각 했었는데, 어디까지나 내가 익숙했던 영역 안에서만 이었던것 같습니다.


앞으로 혼자 무언가를 하는 것에 조금 더 도전해 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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