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해피오미 Feb 28. 2024

5개월된 애를 안고 대상포진 진료 받기

가지가지 육아생활

조리원에서부터 손이 타서 바닥에는 절대로 등을 대지 않는 왕예민보스 딸을 코알라처럼 안고 키우던 시절.


모유수유 실패 했으면, 그냥 분유 먹이면 될걸 굳이 또 유축해서 먹이겠다고 밤에 잠 못이루던 시절.


밤에 아이를 재우고 유축 30분, 1시간 30분 후 아이가 깨면, 젖먹이는데 30분, 재우는데 30분, 유축하고 나도 잘만하면 아이 깰 시간의 무한 반복.


저기요, 엄마는 대체 언제 잠을 잘 수 있나요?-_-


우는 애 잠깐 내버려두고 잠들었다가 90일에 입원 시켰지, 퇴원후에는 더 코알라가 되었지, 남편은 출장으로 지방에 계속 가있지, 잠시라도 애를 봐줄 사람이 없다는 것이 이렇게 힘든 일인지 미처 몰랐다.


그렇게 5개월이 되었을 무렵, 옆구리쪽이 간질간질하면서 뭔가가 오돌토돌 만져졌다.


아기띠를 매고, 피부과로 향했다. 아기띠를 맨채로 진료실에 들어가 허리를 의사선생님께 보여드렸다.


내가 아픈데도 이 아이를 어디 맡길 데가 없어서, 애를 안고 진료를 받는 그 서글픔이란...


게다가 병명은 대.상.포.진.


플러스, 대상포진 균이 아이에게 가면 수두가 된다고 하시면서, 격리를 할 수 있으면 하라고 하셨다.


아이고...의사 선생님....

격리가 불가능합니다...


정말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내 몸을 이토록 갈아넣는 것이구나.


원래 몸이 약했던 나는 이제까지 버틴게 신기할 정도였다.


그런데 더욱 신기한 점이 하나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내가 통증이 없다는 것이었다.


원래 대상포진이 너무 아프면 입원을 할 정도의 병이라는데, 정말 통증이 하나도 없었다.


그리고 격리를 못했음에도 아이는 옮지 않고 잘 넘어갔다. 참 다행이었다.


그 뒤로 나는 누가 육아가 힘드네 어쩌네 하면 "혼자 애 안고 대상포진 진료 받아봤어? 안받아봤음 말~을 하지마~"로 무용담을 펼치곤 했다.




P.S: 이상하게 아이는 돌 직전, 부산에 며칠 내려갔을 때, 수두에 걸렸다.


조용히 둘이서만 있던 날들과 달리, 고향 교회에 가서 많은 사람들과 아이들을 만나긴 했다만 이게 수두까지 걸릴 일인가?-_-


수두 예방접종 전이기 때문에 정말 온몸에 수두자국이 어마어마하게 났고, 결국 몇개의 흉터가 남았다.


뭐든 적당한 것이 없다. 아주 가지가지 다하는 딸이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백일의 기적'이 있다면서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