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츠 카프카의 변신을 읽고
언제였던가. 장애인의 관한 기사를 읽다가 무심코 댓글을 훑어본 적이 있다. 그 아래에는 생각보다 훨씬 더 거칠고 차가운 말들이 놓여있었다. "일하지 않는 사람은 무가치하다""경제적 이득을 주지 못하면 존재의 의미가 없다"그런 문장이 아무렇지 않게 쓰이고 있는 현실에, 순간 숨이 턱 막혔다. 단순한 개인 의견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우리 사회가 사람을 바라보는 기준이 은근히 드러나 있었다. 쓸모와 가치를 동일시하는 분위기. 그 앞에서 인간은 어느 순간, 조건부 존재가 되어버린다.
프란츠 카프카의 소설 변신은 그런 불편한 마음을 건드리는 작품이다. 하루아침에 벌레로 변해버린 그레고르 잠자는 더 이상 가족의 생계를 책임질 수 없게 된다. 경제적 기여를 멈추는 그 순간 존재의 의미가 흐릿해져 가고 흉측하게 변모한 그의 모습에 가족들이 보이는 태도는 가슴 아프도록 차갑다.
이 소설은 현대적 우화 같으면서도 묘하게 현실적이다. 우리 사회 구석진 곳에서 존재하는 풍경을 떠올리게 하기때문이다. 필요가 다한 사람들에게 얼음장처럼 냉정하게 변하는 시선들, 쓸모를 잃는 순간 존엄마저 무너지는 듯한 분위기. 카프카의 소설은 이런 장면들을 기묘하게 비추어준다.
생각해 보면 우리는 어릴 때부터 끊임없이 평가받는 일에 익숙해져 왔다. 학교에서 성적으로, 직장에서 성과로, 심지어 가정에서 역할과 책임으로. 이런 평가의 굴레 속에서 본능적으로 자신을 증명하려 애쓰며 증명하지 못하면 존재의 의미가 희미해지는 것처럼. 어쩌면 이러한 두려움이 깊은 무의식에 자리 잡은 건지도 모르겠다.
그래서일까. 무언가 해내지 못할 때 스스로를 탓하고, 조용히 자신의 가치를 의심한다. 마치 존재의 의미가 어떤 성과에 달려있기라도 한 것처럼 말이다.
존재의 의미를 쓸모로 환산하는 습관에 익숙해진 시선을 이제, 그 무게를 들여다봐야 할 때인 거 같다. 사람은 무엇을 해내는가 보다 존재자체로 충분히 소중하다는 사실, 그 단순한 진실을 잊지 않는 사회였으면 좋겠다. 누군가의 가치를 따지기 전에, 그저 곁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소중하다는 걸 잊지 않기를 스스로에게 속삭여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