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할 땐 뇌과학을 읽고
어떤 날은, 머릿속이 온통 흐린 안갯속 같다.
길을 잃은 듯 막막하기도 하고,
길을 안다고 해도 가고 싶지 않은 마음.
창밖에는 분명 찬란한 햇살이 퍼지고 있지만,
내 안의 풍경은 밤처럼 어둡고 조용하다.
멀리서 희미하게 들려오는 사람들의 웃음소리조차
마음속의 닿지 않는다.
세상은 흐르고 있는데,
나만 정지 버튼을 누른 듯 멈춰있는 기분.
그럴 때 문득, 떠오르는 문장.
"우울한 상태는 하루 종일 뉴스 채널만 보는 것과 같다"
정치 스캔들, 기후 위기, 범죄 사건....
뉴스 앵커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세상의 모든 불행을 읊어주는 것처럼,
내 머릿속에도 부정적인 뉴스로 가득 찬다.
"아무것도 할 수없어"
"이 상태가 계속될 거야"
"모든 게 다 귀찮아"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다른 감정들은 점점 묻혀간다.
그 감정의 소용돌이 안에 있을 때는,
거기서 빠져나올 방법조차 떠오르지 않는다.
아니, 그 방법이 '존재한다'는 생각조차 하지 못한다.
그러다 문득, 시간이 조금 흐르고 나면
이런 질문이 마음에 떠오른다.
"이 감정은 도대체 어디서 오는 걸까?"
그 순간, 나를 한 발짝 떨어져 바라본다.
마치 정신없이 돌아가는 뉴스 방송의 음량을 잠시 줄이고, 화면을 가만히 들여다보는 것처럼.
그리고 깨닫는다.
내 안에서 반복 재생되던 우울한 생각들은
어쩌면 내가 스스로 멈추지 못했던 하나의 영상, 하나의 채널이었을지도 모른다고.
"어떻게 하면 이 채널을 바꿀 수 있을까?"
책에선 우울한 기분은 도파민, 세로토닌처럼 익숙한 이름의 신경전달물질들이 줄어들며 자연스럽게 생기는 감정이라고 말한다. 마치 비 오는 날처럼 그저 찾아오는 흐림 같은 것이라고.
그럴 땐 그냥 가만히 있어도 괜찮다.
비가 그치면 해가 드러나듯, 감정도 그렇게 물러날 수 있으니까.
하지만,
매번 그렇게 기다릴 수는 없다.
만약 계속 같은 장면만 반복된다면,
어쩌면 내 마음의 리모컨을 내려놓고 있었던 것인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거창한 변화가 필요한 건 아니다.
그저 가볍게 몸을 움직이고,
좋아하는 음악을 틀어놓고,
방 한구석을 정리해 보는 것.
그런 사소한 움직임 하나하나가 기분이라는 채널을
조금씩, 천천히, 다른 화면으로 돌려놓는다.
변화는 언제나 그렇게 시작된다.
크게 흔들리지 않아도,
새 방향을 향해 몸을 기울이기만 해도,
처음엔 낯설지만, 조금씩 익숙해지고,
익숙함은 결국 내가 다시 걷게 되는 길이 된다.
그 순간, 문득 알게 된다.
바꿀 수 있는 건,
언제나 내 손 닿는 곳에 있었다는 걸.
https://youtube.com/shorts/I7zeck2L_24?si=swmfZLcHtoHnolW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