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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구별소녀 Jan 31. 2021

스트레스가 극에 달한 날.

자가격리 5일 차.

오늘은 1월 22일.

자가격리 5일 차이다.

오늘 아침 겸 점심은 간단하게 라면을 끓여 먹었다.

예전에는 아이들에게 라면은 아주 가끔 끓여주었지만 지금은 자가격리 중인 관계로 간단하면서도 간편하게 식사를 준비하려고 하고 있다.

음식을 만드는 시간과 청소하는 시간을 조금이라도 줄여서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거나 장난감을 가지고 놀거나 보드게임을 하며 지내고 있다.

스머프 보드게임/최애블럭- 몰펀


 보건소에서는 이제 갓 8살밖에 안 된 우리 큰 아이를 다른 가족들과 접촉을 피하게 방에 혼자 두고 식사도 방에서 따로 하라고 안내하셨지만 아직 어린아이인지라 지키기가 너무 어려웠다.

그래도 혹시 몰라서 보드게임을 하며 큰 아이와 둘째 아이가 가까이 있을 때는 손에 비닐장갑까지 씌우며 보드게임을 하며 놀곤 했었다.


 그런데 오후에 설거지를 하다가 갑자기  가슴에  불덩어리가 있는 것처럼 가슴이 뜨겁고 답답해서 갑자기 멘붕이 왔다. 하도 가슴이 답답해서 성난 멧돼지처럼 집을 뛰쳐나가고 싶었다. 누군가와 전화 통화라도 꼭 하고 싶었다.

남편은 영업직이라 하루 종일 두통이 올 정도로 전화 벨소리가 울려대니 한 집에 있어도 남편과 간단한 대화조차도 할 시간이 없다.

남편은 작년에 코로나로 회사가 휴관에 들어가서 연차를 다 소진했기에 우리가 자가격리를 해야 하는데 더 이상 쓸 연차가 남아 있지 않았다. 그래서 무급휴가를 쓰고 이번 주 월요일부터 회사에서 조퇴를 하고부터 쭉 함께 있다. 

말은 무급휴가인데 왜 남편의 전화통은 불이 나며 재택근무를 하는 사람처럼 하루 종일 업무를 처리하는지... 남편이 처한 상황도 답답해 보였다.

내 예상과는 다르게 남편이 하루 종일 업무에 시달리니

8살. 5살인 두 아이를 온종일 보는 것은 온전히 내 차지였다.

내가 걸려온 전화라도 마음 편히 받으려면 아이들이 좋아하는 TV를 틀어줄 수밖에 없었다.

자가격리로 집에서 TV를 보는 시간이 예전에 비해 2배가량 늘었지만 나로서는 어쩔 수가 없었다.


 집 밖으로도 못 나가고 또 언제 코로나 검사 결과가 바뀔지 모르는 자가격리 상황에 처해 있기에 늘 불안감이 나를 엄습해있다. 그래서 하도 가슴이 답답해서 우리 큰 아이의 어린이집 친구의  엄마와 통화를 했다. 그 엄마도 나처럼 자가격리 대상자이다. 한 삼십 분 정도 통화를 했더니 흥분되어있던 감정이 조금씩 조금씩 진정이 되었다.

오늘은 나도 모르게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는지 커피가 너무 당겨 커피믹스 2잔이나 마시고 아메리카노를 한 잔 더 마셨다. 카페인에 민감한 내가 밤에 잠을 잘 잘 수 있을지 걱정이 좀 되었지만 지금으로선 커피를 연신 마시는 방법밖에 쌓여있는 스트레스를 해소할 방법이 없다.


 베란다에 나가서 밖을 내다보니 거리에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보였다. 자가격리 대상자가 되기 전에는 몰랐었다. 코로나 시대여서 자유롭게 여행도 가지 못하고 여러 가지 제약도 많았지만 그래도 마음먹으면 마스크를 끼고 동네 산책이나 가까운 동네 마트라도 다녀올 수 있었는데...

지금은 그것마저도 할 수 없으니 예전의 일상생활의 소중함이 매우 크게 느껴졌다.


 지금 자가격리 중이라 외출을 할 수 없는데 큰 아이의 아랫니가 많이 흔들렸다. 그래서 내가 어렸을 때 엄마가 해 주셨던 것처럼 두꺼운 실을 흔들리는 이빨묶어서 이를 뽑았다.

얼마 전에도  큰 아이의 윗니가 흔들려서 집에서 남편이 처음으로 뽑았다. 오늘 아랫니까지 빼고 나니 위아래가 다 이빨이 없어서 아이가 느낌이 이상하다고 했다.


 자가격리기간 중에도 이를 빼는 것과 같은 일상은 계속되었다.

아이의 이빨은 집에서 부모님이 빼줄 수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만약에 아이가 갑자기 맹장염이 걸리거나 어디 심하게 다쳐서 병원을 가야 할 상황이라면? 순간 아찔했다. 자가격리 중이라 혹시 다치더라도 병원도 마음대로 못 가고 설사 병원에 갔다 한들 치료는 제대로 받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며 너무 아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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